아프리카 요루바 족은 나이지리아 남부 기니만 일대에서 농사지으며 사는 사람들이에요. 소 등 몇가지 가축을 기르긴 하지만 젖은 짜먹지 않는다네요. 요즘은 모르겠는데 옛날 요루바 족 남자는 여러 아내를 두고 살았다고 해요. 여자는 장사를 잘한대요. 근데 재밌는 사실은 이 사람들이 모시는 귀신 수가 어마어마하게 많다는 거에요. 최소 1,700 마리는 된대요. 이렇게 많은 귀신들을 통치하는 대통령 귀신이 있으니 올로룬이에요.

예전에 이 대통령 귀신이 정치를 개엉망으로 했어요. 수준낮은 동네 아줌마 귀신, 간신 귀신들하고 속닥거리며 엉터리 정치를 했어요. 아줌마 귀신은 삥땅쳐서 부자가 됐어요. 간신 귀신들은 아줌마 귀신 수발드는게 일이었어요. 이것들에게 당하고 살던 힘없는 귀신들은 정말 견디기 힘들었어요. 그래서 그들은 넓은 들판에 모였어요. 그들은 “올로룬 퇴진!” “올로룬 하야!” “올로룬 탄핵!”을 외쳤어요.

대통령 궁에서 공중파TV 막장 드라마를 보다 이 소리에 깜짝 놀란 올로룬은 아주 짧은 ‘대귀신 담화문’을 발표했어요. 반응이 싸늘했어요. 그래서 또 아주 긴 ‘대귀신 사과문’을 발표했어요. 다음은 그 사과문 요약이에요.

“내가 이러려고 대통령을 했나 하는 자괴감도 들지만, 하여간에 나한테 한번만 더 기회를 줘. 과거를 반성하마. 기회만 주면 앞으로 정말 잘할게. 그러니까 더도 말고 덜도 말고 16일의 시간을 다오.”

독자 여러분들의 기대와는 달리(!) 이 대목에서 반전이 생겨요. 두 번째 ‘대귀신 담화’가 효과를 본 거에요. 반신반의, 긴가민가 하던 귀신들은 올로룬에게 기회를 한번 더 주자고 뜻을 모았어요. 결론부터 말하면 어리석은 결정이었어요. 열흘하고도 엿새라는 시간을 번 올로룬은 잽싸게 사악한 힘을 써서 8일 동안 온세상의 움직임을 멈추게 했어요. 요즘 한국 유행어로 말하면 국정마비 상황을 만들어버린 거에요.

세상이 움직임을 멈추자 여기저기서 큰일이 났어요. 땅에서는 곡식이 나지 않았어요. 나무에서는 열매가 열리지 않았어요. 먹이가 없어지자 귀신들은 굶주리게 됐어요. 고통스런 초근목피의 새시대가 열렸어요.

자신의 어리석음을 한탄하던 귀신들은 지혜의 귀신 오룬밀라에게 신탁을 내려달라고 청원했어요. 그러나 오룬밀라는 냉담했어요. 어리석은 귀신들에게 아무런 응답을 하지 않았던 거에요.

“올로룬에게 속은 우리가 바보였어.”

“그럼.... 또 광장에 나가야 하나?”

“무서워.”

“나도 무서워.”

대부분 귀신들은 예전보다 더 겁쟁이가 됐어요. 자포자기에 빠졌어요. 눈치를 보던 아주 비겁한 귀신들이 동료들의 눈치를 보며 이런 말을 하기 시작했어요.

“그래도 구관이 명관 아녀?”

“정치좀 개판으로 하면 어때? 밥이 중요하잖아.”

“맞어, 한국에도 유신독재를 찬양하는 사람들이 있대.”

마침내 귀신들은 올로룬을 찾아 뵙고 용서를 구했어요.

“다시 세상이 움직이게 해주세요.”

“다시 땅에서 곡식이 나게 해주세요.”

“다시 나무에서 열매가 열리게 해주세요.”

“다시 밥좀 먹게 해주세요.”

이거, 애초부터 대통령 귀신의 시나리오였어요. 올로룬의 예상대로 된 거에요. 올로룬은 다시 세상과 세계를 움직이기 시작했어요. 일부 지식인 귀신들의 건의를 받아들여 한국의 유신독재도 배웠어요. 귀신들은 그 뒤로 어떻게 살았을까요? 올로룬의 노예가 되어 개귀신처럼 살았어요.

어떤 사람은 박근혜가 정말 하야하면 어떻게 할거냐고 걱정해요. 참나, 별걱정 다하시네에요. 그런 대통령 차라리 없는게 나요. 그러니 걱정 안하셔도 돼요. 국가 시스템이란게 그렇게 허술하지 않아요. 다 방법이 있고 장치가 있어요. 그래도 만약에 그 시스템이 허술한게 드러나면 이참에 뜯어고치면 돼요. 대한민국 국민은 어리석고, 겁많고, 나약한 한낱 귀신들이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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