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게이트’는 21세기 국제사회에서 기상천외한 후진 정치로 회자되고 있다. 세계 주요 언론들이 무당에게 놀아난 대통령이라는 식의 기사를 보도하면서 지구촌이 한국을 향해 손가락질하며 비아냥대고 있다.

참혹하게 국격을 망가뜨리고 있는 이번 사태에 대해 이 나라 언론도 당연히 책임 추궁에서 벗어날 수 없다. 돌이켜 보면 선거를 거친 대통령 위에 또 다른 대통령이 법과 행정 조직위에서 무당춤을 추는 일이 광범위하게 장기간 자행되었지만 대부분의 대중매체는 침묵했다. 언론이 눈을 부릅떠 정치와 자본 권력을 감시하고 비판하면서 대안을 제시하는 일을 열심히 했다면 이런 유의 게이트는 방지될 수 있었을지 모른다.

‘박근혜 게이트’가 터지게 된 결정적 계기를 마련한 것은 이명박 대통령 시절 언론 악법으로 등장한 종편의 하나인 jtbc였고 최순실과 문체부, 청와대 비서진 등을 둘러싼 엽기적인 혐의나 의혹을 폭로하고 있는 것도 언론이다. 검찰이 최순실 등에 대해 봐주기, 꼬리 자르기 수사를 노골적으로 자행하는 상황에서 언론이 탐사보도를 열심히 하면서 사회적 고발자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제도언론이 이명박근혜 정권이래 권언결탁 속에 저지른 과오가 탕감되고 면죄부를 손에 쥘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조중동과 일부 종편이 지난 수년 동안 정상적인 언론이기를 포기한 채 청와대와 집권층의 나팔수, 언론 흉기가 되어 독기와 악취를 쏟아낸 것에 대한 책임 추궁은 반드시 필요하다.

박 정권과 언론의 관계는 박근혜 게이트 사건이후 두 차례에 걸친 대국민 담화에서 청와대 기자단이 들러리를 선 것에서 상징적으로 드러난다. 대통령이 자기 하고 싶은 말만했을 뿐 기자 수십 명은 침묵하면서 받아쓰는 식물 기자 역할을 자임한 것이다. 대통령은 언론이 들러리를 서면서 깔아준 멍석위에서 거짓말을 하고 심지어 자신은 무관하다는 발뺌까지 하는 뻔뻔스러움을 보였다. 이는 기자단을 포함해 전체 언론이 박 정권의 추악한 범죄 행각과 무관치 않다는 비판을 자초하는 모습이다.

박 대통령이 불통의 정치, 3권 분립과 의회를 무시하는 청와대 독재를 자행하는 제왕적 대통령으로 군림하는데 충실한 홍보역할을 한 것은 언론이었다. 박 대통령은 집권 후 기자들로부터 사전에 질문지를 제출받지 않은 상태에서 일문일답식의 기자회견을 거의 외면했다. 청와대와 기자단이 미리 합의한 질문에 국한하는 식의 짜여진 각본에 따른 기자회견이었고 대부분은 질의응답 없이 대통령의 담화 발표만 있었다. 대통령이 하고 싶은 말만 하고 그것을 대부분의 제도언론은 충실히 보도했다. 언론은 박비어천가를 높이 외쳤을 뿐 비판의 날을 세우지 않았다.

박 정권은 큰 사건이 터지면 다른 사건으로 덮는 식의 공작 정치를 반복했는데 이런 후진적 정치가 가능했던 것도 언론이 국민의 알 권리를 무시한 채 권언유착의 틀에 갇힌 선정주의적 보도에 열중했기 때문이다. 언론은 정권이 터뜨리는 인화성이 높은 기사를 따라가기 바쁜 경마식 보도에 매달리면서 대중을 기만했다. 박 대통령이 집권 이래 불통과 공약 뒤집기, 말 바꾸기, 거짓말로 범벅이 된 정치를 하면서 큰 소리 치고 박 대통령의 아바타인 최순실이 국정을 문란케 하면서 활개를 친 것에 대해 언론은 전혀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최순실 사태로 폭로된 박근혜 게이트는 청와대 보좌진이었던 안종범, 정호성 등에 대한 수사과정에서 대통령의 범죄 혐의를 입증할 자료가 쏟아지고 있다. 대통령의 입지가 더욱 좁아지는 양상이다. 박근혜 게이트에 대한 책임 문제는 향후 분명히 밝혀지겠지만 지금까지 드러난 것만으로도 대통령이 몸통이고 청와대 비서실과 새누리당, 최순실 등이 조폭이나 유사 종교집단과 같은 결속력을 보이면서 동조한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언론이 정권에 놀아나거나 통제되면서 박근혜 게이트라는 악성 종양은 결국 악취를 풍기면서 피고름을 쏟아내고 있다.

국민으로부터 탄핵을 당한 대통령에 대해 거대 야당이 포함된 제도권 정치세력들이 당리당략적 대책을 앞세울 뿐 대통령 퇴진을 외치며 법치 회복을 희망하는 국민의 기대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정치머슴들이 그 주인을 배제하려는 것은 개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격이다.

박 대통령은 8일 “국회가 총리를 추천해 준다면 총리로 임명해서 내각을 통할하도록 하겠다. 경제가 대내외적으로 어렵다”면서 대통령 자리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였다. 박 대통령은 자신이 지명한 김병준 총리 내정자를 내치는 식의 발언을 했는데 이는 야당 압박과 명분 쌓기 용으로 김 내정자를 불쏘시개로 이용하려 했다는 비판을 자초한다.

박근혜 게이트에 대한 대처는 정치적 봉합이 아닌 법치의 확립이다. 대통령은 자신의 과오를 낱낱이 자백하고 법에 따라 자신을 정리해서, 국민이 국제사회에서 낯을 들 수 없게 만든 치욕을 연장시키려 해서는 안 된다. 국회는 대통령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유일한 장치인 탄핵소추를 발동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너무 실망스럽다. 거국내각, 책임총리제와 같은 정치적 해법에 여야가 매달리고 언론이 장단을 맞추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일부 언론은 자기들의 이익을 챙길 수 있는 정치구도를 만들기 위해 발 벗고 나선 모습이다. 수구언론이 더 이상 활용가치가 없는 박근혜 카드를 버리고 새판 짜기에 돌입한 것으로 언급된다. 언론이 정상화되고 정치가 정의와 진실을 실천하는 공론의 장이 되도록 시민사회가 한층 경각심을 높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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