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케쿠비는 일본의 두부이탈 여귀에요. 먹는 두부하고는 전혀 상관 없어요. 머리통 그러니까 두부(頭部)가 몸통에서 붙었다 떨어졌다 해요. 착탈식이죠. 낮에는 머리통이 몸통에 잘 붙어있어요. 그러다 잠자리에 들면 머리통이 몸에서 제멋대로 떨어져 나가요. 몸에서 이탈한 머리통은 밤새 여기저기 우주를 싸돌아 다니죠. 근데 딱한 것이 애들이 그러고싶어 그러는게 아니에요. 제 의지나 뜻과는 상관없이 저절로, 자동으로 이탈되는 거에요. 그래서 어떤 정신과 의사는 “누케쿠비는 몽유병 환자들과 비슷한 면이 있다”는 말을 해요.

몸통에서 떨어져나온 머리통은 온갖 괴상한 짓을 다 해요. 예를 들면 사람 사는 집을 찾아가 문을 박박 긁거나 콱콱 물어뜯어요. 사람들은 당연 스트레스를 받죠. 하지만 애들이 왜 그런 짓을 하는지 사람들은 이해못해요. 하기사 애들도 제가 왜그러는지 몰라요. 하여간 온갖 괴상한 짓을 다하다 출출해지면 자는 사람들 찾아가 피를 빨아먹어요. 먹을만한 사람이 없으면 동물피를 빨아먹기도 해요. 식습관 관점에서 보면 애들도 흡혈귀로 분류해야겠군요.

누케쿠비는 사실 내용적으로는 유체이탈 귀신들이에요. 혼의 조종과 지시를 받아 머리통이 몸에서 떨어지는 거거든요. 어떻게 혼 없는 머리통이 저혼자 홀로날기를 하겠어요. 혼이 빠져나갈 때 저 혼자 심심하니까 머리통을 데리고 나간다는 얘기죠. 그러니까 온갖 괴상한 짓 하는 것도, 사람 피 빨아 먹는 것도 결국은 혼이 시켜 하는 짓이죠. 일본사람들은 누케쿠비들의 머리통 떨어져나가는 현상만 보고 두부이탈 귀신이라고 하는데 오해에요. 누케쿠비의 본질은 유체이탈이에요.

사람으로 돌아온 누케쿠비는 제가 밤새 무슨짓을 했는지 기억 못해요. 기억나면 제 정신으로 살 수 있겠어요. 몽유병 환자도 아침에 일어나면 제가 간밤에 어딜 싸돌아다니며 무슨 짓을 했는지 기억 못한다잖아요. 일본사람들도 뭔가 이상해서 애들한테 가끔 물어본대요. 근데 대답을 뭐라 하기는 하는데 무슨말인지 도통 알 수가 없대요.

사람 : 오하이오 고자이마스! 입에 뭐가 그렇게 뻘겋게 묻었스므니까? 뭐 잡아 잡쉈스므니까?

누케쿠비 : 그 뻘겋다는게 이런 여러 가지는 그런 진상규명이 확실하게 되고, 그것에 대해서 책임이 소재가 이렇게 돼서 그것이 하나하나 밝혀지면서 투명하게 처리가 될거에요.*

이런 식의 화법을 구사하니 일본사람들은 자신의 이해력 부족을 한탄하며 머리통을 때려요. 일본말젤잘알아듣는일본사람들모임 대표도 자신의 머리통을 벽에 박아요. 그래도 어떻게든 이해해보려고, 소통해보려고 속상하지만 계속 대화를 시도해요.

대표 : 스미마생입니다만, 좀전 그말이 도대체 무슨 뜻이므니까?

누케쿠비 : (당황한 표정) 아몰랑!

대표 : 거듭 스미마생입니다만.... 근데 왜 말씀하시는데 ''그런'' ''이런'' ''또'' ''그래서'' ''그렇게''같은 말은 많이 쓰시는데 주어나 명사는 없스므니까? *

누케쿠비 : (더욱 당황한 표정) 아몰랑! *

어떤 누케쿠비는 이렇게 일본최고의 유체이탈 화법의 권위자가 됐어요. 사람들이 자신의 괴상한 짓에 대해 뭐라고 하면 가끔 TV에 나와 담화도 해요. 지난 4일에도 후지TV에 나와 무슨 담화를 하더군요. 이런 내용이었어요.

“존경하는 일본국민 여러분. 먼저 이번 흡혈 등 괴상한 짓 관련 사건으로 이루 말할 수 없는 큰 실망과 염려를 끼쳐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선의로 삥뜯긴 기업인 여러분께도 큰 실망을 드려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일본국민의 삶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바람에서 추진된 괴상한 짓이었는데 그 과정에서 특정 누케쿠비가 이권을 챙기고 여러 흡혈행위까지 저질렀다고 하니 너무나 안타깝고 참담한 심정입니다. 무엇으로도 일본국민들의 마음을 달래드리기 어렵다는 생각을 하면 내가 이러려고 누케쿠비를 했나 하는 자괴감이 들 정도로 괴롭기만 합니다. 근데 또 그래서 결론삼아 이런 말씀드리면 그런 나도 피해자에요.”

* “그 트라우마나 이런 여러가지는 그런 진상규명이 확실하게 되고, 그것에 대해서 책임이 소재가 이렇게 되서 그것이 하나하나 밝혀지면서 투명하게 처리가 된다. 그런데서부터 여러분들이 조금이라도 뭔가 상처를 그렇게 위로 받을 수 있다. 그것은 제가 분명히 알겠다.” (박근혜 대통령, 2014년 5월16일 세월호 유가족과 면담자리에서)

*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4월27일 청와대에서 언론사 편집·보도국장들과 오찬을 가졌는데, 비공개 질의·응답을 기준 ''그런''은 모두 117번, ''이런'' 94번, ''또'' 84번, ''그래서'' 70번, ''그렇게'' 66번을 사용.

* ‘아몰랑’은 ‘아, 모르겠다, 못알아듣겠다’라는 뜻의 인터넷 유행어. 한 여성커뮤니티에서 상대와 말싸움하다 불리해지면 귀찮다는 듯이 사용하기 시작했는데 이걸 박 대통령이 크게 유행시킴. “바쁜 벌꿀은 슬퍼할 시간도 없다” “전화위기” “위장전업” “산소가스”같은 박 대통령의 신조어를 접한 네티즌들은 ‘아몰랑’ 반응을 보이기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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