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게이트의 종착점은 어디인가? 국내외의 경악과 분노 절망감을 유발한 무당정치의 정체가 속속 드러나지만 사태의 중심인물인 대통령은 변화된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여야가 분노한 불통 개각에 이어 청와대 보좌진 인사를 지속하는 등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는 쪽의 행태를 보이고 있을 뿐이다. 박 대통령을 지휘하는 듯한 유령과 같은 정치 배후세력의 정치 공작 움직임도 노골화되고 있다.

박 대통령은 개각 등에서 공조직을 외면한 채 사태 수습을 총지휘하는 보이지 않는 손에 의존하는 것으로 비춰지는데 이 또한 최순실이 국정을 농단하는 것을 빼닮았다. 구제 불능의 대통령임을 스스로 화인시키고 있다. 청와대의 하수인 격인 검찰은 박근혜 게이트의 의미를 축소하고 박 대통령을 수사 선상에서 제외하는 식의 정치 수사를 하는 모습이다.

박 대통령은 청와대에 숨어 침묵하면서 불통, 오기 인사를 발표한 뒤 외교와 국방만을 책임지는 2선 후퇴 방침을 언론에 흘리고 있다. 실정법에 근거가 모호한 책임 총리제를 앞세우는 것은 시간 벌기라는 꼼수에 불과하다. 특히 남북문제가 심각하고 고고도미사일방어체제, 사드와 한일간 군사정보 공유와 같은 국가안위와 직결된 사안을 최순실 아바타와 같은 대통령이 전담한다는 것은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정상화가 시급한 상황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지금 대통령이 해야 할 일은 국민 앞에 나서서 진실을 자백하고 용서를 빌면서 사태를 신속히 수습할 방안을 밝혀 사회적 공론에 부치는 것이다. 이것이 유일한 방법이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최순실 실체를 인정하면서도 거짓말을 늘어놓은 2분도 안 되는 사과 담화를 발표한 뒤에도 영혼이 없는 듯한 정치를 고집하고 있다. 상황이 얼마나 심각하고 위중한지를 모르는 듯한 태도다.

박근혜 대통령이 2일 김병준 국민대 교수를 국무총리로, 임종룡 금융위원장을 경제부총리로 지명하는 등 개각을 발표한 것은 국민을 능멸한 것을 넘어 백주 테러 행위와 유사하다. 무당정치로 헌법을 유린하고 민주주의를 짓밟은 증거들이 속속 드러나는데도 진상에 대한 추가 자백, 국민에 대한 사과 그리고 그에 해당한 법적, 정치적 책임 감수 등은 외면하고 또다시 지난 수년간 반복해 온 불통과 오기의 정치를 되풀이 한 것이다.

박 대통령이 개각 발표을 발표한 날은 최순실 구속영장 청구와 안종범 전 수석 검찰 소환일과 겹친다. 이는 최순실이 극비 귀국한 날 청와대 비서진 일괄 사표를 지시한 것과 유사하다. 큰 사건을 다른 사건으로 덮어버리는 식의 공작 정치를 지속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해양경찰이 지난 1일 한국 해역에서 불법조업을 하던 중국어선 2척을 나포해 압송하던 중 주변에 있던 중국어선 30여척이 집단으로 저항하자 M60 기관총 600∼700발을 발사한 사건이다. 중국 정부가 한국 해경이 중국어선 선체를 향해 발포를 한 것에 항의한 것처럼 인명 피해 발생 위험 등에 대한 대처방안이 무엇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당시 M60 기관총 600∼700발 발사가 적절했는지 여부는 분명치 않지만 현 정부가 내년 초 남북 충돌을 기획하고 있다는 카더라가 연상되는 충격적인 대목이다.

박 대통령이 최순실에게 실정법과 정부기구 위에서 무당춤을 추도록 만들어 놓은 것에 대한 검찰 수사도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로 치닫고 있다. 최순실과 안종범에 대한 검찰 수사는 대통령에 대한 수사 여지를 없애는 식의 범죄 혐의만으로 좁혀지는 형국이다. 최순실이 극비 귀국할 때 검찰이 공항에서 대기했고 검찰 출두를 최순실이 택일토록 한 것처럼 박근혜 게이트에 대한 증거 인멸과 사건 축소 공작이 착착 진행되는 것으로 비춰진다.

박 대통령은 지금까지 드러난 국기 문란 행위와 거짓말만으로도 대통령 직을 수행할 수 없는 처지다. 그런데 여야 협의 등을 일체 생략한 불통과 오기 인사를 덜컥 발표해 국민과 정치권을 더욱 분노케 만들었다. 이런 판에 3일 청와대 후속 인사를 또 발표했다. 자신에 대한 하야와 탄핵 요구에 부채질을 하고 있는 형국이다.

박 대통령이 청와대 조직이나 여당은 물론 야당 등과 불통하는 상황에서 전개되는 음습한 정치공작 행태는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뿐이다. 야권 대선 예비주자들이 공개적으로 대통령 하야를 주장하고 야 3당이 인사청문회 전면 거부에 합의했으며 여당 일각에서도 대통령의 불통 개각에 대해 비판하고 나선 것이 그 증거다.

정치는 정의와 진실을 추구하는 것이 기본이다. 박 대통령, 정치권은 정치의 기본에 충실 하는 자세를 지녀야지 정략적 유, 불리를 계산하는 식의 야바위 정치는 안 된다. 역사의 시계는 이 나라의 야만적이고 후진적인 정치 청산의 그 날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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