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쏜 물대포를 맞고 숨진 백남기씨 사건을 둘러싼 사회적 논란은 우리 사회의 민낯을 드러내고 있다. 정부, 여당, 검찰, 경찰 등 권력집단의 폭력성과 민주주의를 과거로 되돌리는 후진성, 그리고 극우 이데올로기 혐오세력의 발호라는 일종의 ‘막장’드라마로 전개되고 있다.

이중에서도 특이하게 봐야 할 점은 서울대병원을 중심으로 한 의료계에까지 침투해 들어간 권력의 논리와 전문가주의를 내던져버린 그들의 처참한 모습이다. 뉴스를 접한 시민들이 특히나 경악하고 실망한 것은 권력과 가장 무관할 수밖에 없는 의료계가 그 신뢰를 잃어버리는 모습을 보여준 점일 것이다.

그런데 이 의료계의 민낯을 제대로 보여준 계기를 마련한 사망진단서를 최초로 세상에 알리고 문제를 제기한 취재기자가 바로 이 의료계 출신이었다. 가운을 벗고 펜을 잡은 SBS 조동찬 의료전문기자가 바로 그이다. 조 기자는 백씨의 사망진단서에서 외부 충격을 뜻하는 ''외상성''이라는 말이 빠져 있다는 점과 사망의 원인도 ''병사''로 분류해 사망진단서 작성의 원칙을 저버린 점을 지적했다. 의료전문기자만이 할 수 있는 발빠른 특종이었음에 틀림없다. 그는 이 과정에서 심적인 갈등도 있었다고 한다.

“신경외과 영역에서만 놓고 보면 제자가 감히 스승님(백선하 교수님)이 결정하신 거에 이의를 제기하는 일이긴 한데 그럼에도 제가 기자라는 업이 있고 제 개인적인 미천한 소견으로 따지는 것이 아니라 객관적인 근거를 가지고 이 분야의 전문가들과 함께 따지는 것이기 때문에 그래서 나온 결론이기 때문에 껄끄럽고 죄송하긴 합니다만 보도를 하지 않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결국 조 기자의 보도로 인해 백남기 사망사건을 둘러싼 진실게임은 새로운 공방으로 접어들었고, 특히 의료계의 자성과 신뢰회복을 촉구하는 계기가 됐다. 보도통제와 양심적 언론인들의 해직, 부당징계로 얼룩진 언론계에 간만에 비쳐진 햇살과 같은 보도로 기억될 것이다.

정부의 언론탄압이 극에 달한 지난 7,8년 동안 지상파 방송사 종사자들은 사실 ‘살아남은 자의 슬픔’이라는 정서가 팽배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우연히 앞장서 노조 간부를 했거나 협회의 간부를 했던 동료가 잘려나가고 징계를 당하는 부당함을 눈앞에 보면서 같이 억울해하고는 있지만 자신의 자리에서 어제와 같은 오늘을 보내야 하는 자신의 처량한 모습 때문이다.

조 기자의 보도는 이러한 상황의 언론인들에게 어떤 지침을 내려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결국 우리 언론인들은 사회의 여타 부문의 전문성과는 다른 고유의 언론적 가치를 추구하는 전문가들이다. 그리고 그 언론인 정신을 회복하고 복구하는 데는 세상이 좋아지면 실현할 수 있겠지가 아니라 ‘지금 바로 이 자리’의 정신이 중요하다는 점이다. 조동찬 기자는 진정한 기자이다.

관리자  freemediaf@gmail.com

<저작권자 © 자유언론실천재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