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제일 슬픈 건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는 일입니다. 죽음은 사랑하는 사람과 나를 갑자기 갈라놓습니다. 나와 함께 숨 쉬었고 내 존재의 일부였던 그 사람이 이 세상에 없다니, 그런데도 세상이 돌아가고 있다니…. 믿을 수 없지만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현실입니다. 극한의 어둠 속, 모든 언어가 멈췄을 때 음악 한 줄기가 남아 있습니다.

모차르트의 프리메이슨 장례음악 C단조입니다. 1785년 11월, 프리메이슨 동료 프란츠 에스터하치 백작과 게오르그 아우구스트 공작이 잇따라 세상을 떠납니다. 존경하는 두 친구를 보내는 장례식에서 모차르트는 이 작품을 지휘합니다. 사랑하는 이를 보내는 쓰라린 순간이 눈앞에 펼쳐지는 것 같습니다. 오보에, 호른, 콘트라파곳이 슬픔에 찬 화음을 연주할 때 고개를 숙입니다. 덧없이 쏟아지는 눈물을 어쩔 수 없습니다. 고귀했던 벗의 추억이 주마등처럼 스쳐갑니다(1:55). 꽃상여가 움직이기 시작합니다(2:35). 하늘은 왜 이리 푸른지요? 젊은 벗의 죽음에 어쩔 수 없이 통곡합니다(3:28).

프리메이슨 장례음악 C단조 K.477
(이스트반 케르테츠 지휘 런던 심포니, https://youtu.be/--sDBQuz6DY)




모차르트는 1784년 12월 자유, 평등, 우애를 모토로 한 프리메이슨에 가입합니다. 아버지 레오폴트를 위시하여 요젭 하이든, 로렌초 다폰테, 엠마누엘 시카네더 등 수많은 음악 동료들도 함께 했지요. 모차르트는 프리메이슨 의례를 위한 칸타타를 여러 곡 썼고, 프랑스 혁명으로 모임이 불법화된 뒤에도 활동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순수하고 우직했던 것이지요. 영리한 사람들이 몸조심을 하던 1791년, 모차르트는 프리메이슨의 상징으로 가득한 오페라 〈마술피리〉를 발표하고(9월 30일) 칸타타 〈우리의 기쁨을 널리 알리세〉를 연주한 뒤(11월 18일) 병석에 쓰러져서 두 주일 만에 세상을 떠납니다(12월 5일). 프리메이슨 활동으로 인한 타살이라는 의혹이 아직도 남아 있지요.

슬픔이 슬픔을 위로합니다. 죽음은 영원한 이별이지만, “우리 삶의 마지막 목적지이자 가장 참된 벗”(모차르트가 아버지에게, 1787년 4월 4일)이기도 합니다. 먼저 떠난 이는 추억 속에 살아 있고, 때로 ‘천개의 바람’이 되어 찾아오기도 합니다. 살아 있는 사람들은 계속 살아가야지요. 그레고리안 성가풍의 마지막 대목은 이제 눈물을 거두라고 말해 주는 것 같습니다. 제 친구가 먼저 세상을 떠나면 이 곡을 들으며 그를 추억하고 싶습니다. 내가 먼저 죽으면, 친구들이 이 곡을 들으며 눈물 한 방울의 위안을 찾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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