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리넷은 모차르트가 활약한 18세기 후반에 등장했으니 목관악기 중 가장 어린 악기군요. 모차르트는 1777년 만하임에서 이 악기를 처음 보았습니다. 달콤하고 부드러운 음색, 낮은 음역과 높은 음역의 화려한 대비…. 이 새로운 악기에 홀딱 반한 모차르트는 흥분된 어조로 아버지에게 씁니다. “교향곡에 클라리넷이 들어가면 얼마나 찬란한 효과가 나는지 아버지는 결코 모르실 거에요.”

‘사랑으로 모든 게 녹아내리는 느낌’을 표현하는 클라리넷은 이듬해 작곡한 〈파리〉 교향곡 K.297에서 처음 선보였고, 모차르트가 ‘따뜻한 감정’을 노래할 때마다 어김없이 등장하게 됩니다. 오페라 〈돈조반니〉에 나오는 돈 오타비오, 돈나 안나, 돈나 엘비라의 아름다운 아리아는 오케스트라의 클라리넷 없이는 상상할 수 없는 곡들이지요. 새로 개발된 클라리넷에 불멸의 음악혼을 불어넣은 사람은 모차르트입니다.

주옥같이 아름다운 클라리넷 오중주곡을 들을 때 우리는 당대 최고의 클라리넷 연주자 안톤 슈타틀러(1753~1812)를 기억해야 합니다. 슈타틀러는 모차르트가 자신의 결혼 축하연을 위해 작곡한 세레나데 〈그란 파르티타〉(1782)를 연주했고, 오페라 〈돈조반니〉(1787)와 〈황제 티토의 자비〉(1791) 초연 때는 모차르트와 함께 프라하에 가서 오케스트라에 참여했지요. 1791년 4월 빈에서 교향곡 40번 G단조가 살리에리 지휘로 연주될 때 모차르트는 그를 위해 오케스트라에 클라리넷을 추가했습니다.* 지극한 우정이지요. ‘백조의 노래’라 불리는 아름다운 클라리넷 협주곡 - 모차르트의 마지막 협주곡 - 도 역시 슈타틀러를 위해 썼습니다. 두 사람은 모차르트의 빈 시절 10년 내내 따뜻한 우정을 나눈 셈입니다.

클라리넷 오중주곡 A장조 K.581
▶https://youtu.be/_mKUYMQsFwM(링크를 클릭하거나 QR코드를 스캔하셔도 음악을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단 하나뿐인 이 클라리넷 오중주곡은 소중한 우정의 결실답게 천상의 아름다움으로 빛납니다. 균형 잡힌 선율, 기품 있는 형식, 우수에 찬 달콤한 울림…. 클라리넷의 부드러운 표현력이 모차르트의 천재성을 만나 탄생한 최고의 앙상블입니다. 1789년 12월 22일, 추운 동짓날, 빈의 부르크테아터에서 안톤 슈타틀러의 연주로 초연됐군요.

1악장 알레그로는 고음과 저음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클라리넷, 부드러운 목소리로 응답하는 현악기가 근사한 회화처럼 어우러집니다. 음악학자 아베르트는 1악장을 가리켜 ‘맑게 갠 봄날 아침’이라고 했군요. 2악장 라르게토는 클라리넷 협주곡의 아다지오와 비슷한 느낌의 고귀한 선율에 이어 제1바이올린과 클라리넷이 생각에 잠긴 듯 대화를 나눕니다. 생기발랄한 3악장 메뉴엣은 트리오(중간 부분)가 두 개 있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A단조의 트리오①은 어둡지만 무척 관능적이며, 바이올린과 비올라가 고통스레 주고받는 대화가 마음을 사로잡습니다. A장조의 트리오②는 즐겁고 유쾌한 3박자의 민속 춤곡입니다. 4악장은 알레그레토의 변주곡입니다. 6개의 변주마다 하나씩 새로운 선율이 등장하며, 뚜렷한 개성으로 통통 살아 춤춥니다. 특히, 빠른 템포의 제4변주는 클라리넷의 낮은 음역과 높은 음역의 대조적인 음색을 한껏 들려줍니다. 모차트트가 이 악기의 특성을 훤하게 파악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지요.

* 모차르트의 교향곡 40번 G단조의 1788년 원본에는 클라리넷이 없지만 1791년 수정본에는 두 대의 클라리넷이 추가돼 있다. 안톤 슈타틀러와 그의 동생 요한 슈타틀러(그 역시 뛰어난 클라리넷 연주자였다)를 위해 개작한 것이다.

관리자  freemediaf@gmail.com

<저작권자 © 자유언론실천재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