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만수위에 달한 것으로 알려진 황강댐을 방류하는 것이 ‘무단 방류’, ‘기습 방류’, ‘수공작전’ 가운데 어느 것인가? 언론은 지난달 하순부터 임진강 주변을 공포와 우려 속으로 몰아넣고 있는 황강담 방류 가능성에 대한 보도를 하면서 ‘무단’, ‘기습’과 같은 북한을 비난하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지난 2009년 9월 북한의 황강댐 기습 방류로 임진강에서 야영객 6명이 사망했고 그 후에도 북한은 수차례에 걸쳐 황강댐을 방류해 왔다. 지난 5월 16일과 17일에도 예고 없이 방류해 임진강 하류에서 어구 손실 등 우리 어민 피해가 발생했다. 이 같은 황강댐 방류에 대해 남측 언론은 ‘기습’, ‘무단‘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이는 북한을 비난하는 의미로 해석된다.

남북이 대화를 전혀 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실시되는 북측의 황강댐 방류는 남측이 볼 때는 ‘기습’이거나 ‘무단‘일 수 있다. 그러면 북한의 입장에서는 어떤가? 그들이 남측에 알려야 할 의무가 있는데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당연히 비난을 피할 수 없다. 그러나 통고할 의무가 없다고 할 경우 어떻게 할 것인가? 이 경우에도 북측이 남측에 먼저 연락을 하는 것이 옳은가, 아니면 어민이나 주민 피해를 피할 수 없는 남측이 북측에 어떤 조치를 사전에 요구 또는 요청하는 것이 당연한가?

북한이 황강댐 방류에 대해 남측에 사전에 통보하고 주의를 당부하도록 남북간에 합의가 되었거나 그것이 여전히 유효하다면 북이 비난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그렇지 않을 경우 언론이 관련보도에서 ‘기습’, ‘무단‘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이런 보도태도는 남북간 긴장을 불필요하게 고조시키면서 합리적인 해결 방안에 대한 공론을 어렵게 만든다.

남북이 정전상태이고 특히 최근 전쟁 직전의 위기 상황으로 치달았던 상황이라서 그런가. 황강댐 방류에 대한 남북 당국간 대화는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남과 북, 어느 쪽도 이에 대해 대화하자는 제의 등을 한 것으로 보도된 바는 없다.

남북의 이런 모습은 황강댐 방류로 인한 남측 임진강 주변에 막해나 피해가 우려된다는 점에서 대화를 하는 것이 정상일 터인데 전혀 그렇지 않다. 이는 남북간에 전화 한 통화면 ‘무단’, ‘기습‘과 같은 단어가 사용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 하다. 우리 속담에 목마른 사람이 우물 판다는 말이 있다. 박근혜 정권은 북한 핵문제 등을 이유로 대화 교류 등을 일체 증단하고 있다 해도 남측 주민의 안전과 피해 등에 직결되는 사안은 남북대화를 하는 것이 정부의 책무다.

남측 정부가 황강댐 방류에 대한 대책을 보면 북에 대해 직접 대화하자거나 하는 내용은 전혀 안 보인다. 통일부는 민간채널 등 남북협의 채널을 확보·점검하는 한편 남북협력기금을 확보해 대북지원에 대비하고 국방부는 최전방 소초(GP)와 일반전초(GOP)의 경계를 강화하고 있다<연합뉴스 7월 4일>. 통일부나 국방부가 대단히 제한적인 대책에만 매달리고 있다.

국방부 문상균 대변인은 지난달 27일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의 황강댐 무단방류 가능성에 대해 "우리 군은 관련 정보를 입수하고 있으며 유관기관과 정보를 공유하며 긴밀한 협조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수자원공사에서 경보 전파를 하고 해당 군청에서 주민 안전과 관련한 업무를 맡고 있다"면서 "임진강 상류 북한 지역에 지난해보다 비가 많이 와서 수위가 높아졌다. 최근에는 우리 측에 통보 없이 무단으로 방류한 사례는 있지만 이를 수공(水攻)으로 단정적으로 표현할 수는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남북한이 대화를 안 하는 것이 정상인지, 아닌지에 대해 박근혜 정권이 판단하고 집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박 정권은 북한 핵과 미사일을 두고는 대화할 수 없다는 강경입장이다. 당국간 은 물론 민간 접촉이나 대화를 일체 불하고 있다. 대화는 고사하고 북에 대한 인도적 지원조차 올 들어 한 푼도 내지 않고 있다.

올 초부터 국제사회의 대북 인도적 지원이 지난해 보다 증가했다는데 남측은 완전 차단이다.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에도 불구하고 올 상반기 국제사회 대북 인도주의 지원이 지난해보다 60% 증가하고 지원국 수도 증가한 가운데 남한의 대북 지원은 전무 했다<미국의소리방송 7월 3일>. 남북간 경제적 격차와 북한 식량난 등을 고려할 때 남측의 태도는 남북 관계가 금방 결판 날 것 같은 단편적 태도다. 유엔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정에도 당사자간 대화 협상을 통한 문제 해결을 강조했다.

남북 분단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고 박 정권의 임기도 얼만 남지 않았다. 박 정권은 남북 문제에 대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대처해야 한다. 대북 강경자세로만 일관하는 것이 현명한 것인지 여부는 머잖아 판명이 나겠지만 발등의 불은 끄는 자세를 지녀야 한다. 정권이 고집불통의 모습을 보이면서 납세자인 국민의 불안과 안전에 대해 지극히 소극적인 태도만을 취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7·4 남북공동성명 44주년을 맞은 한반도 정세를 살피면 이 성명의 3대 원칙인 자주·평화·민족대단결과 너무 거리가 멀다. 남북이 지금과 같은 대립으로는 평화와 안정을 되찾기 어렵다. 남북은 어떤 상황에서도 대화를 해야 한다. 박 정권은 황강댐 방류 문제는 물론 민족의 안위와 직결된 전쟁 방지 등에 대해 남북간 대화를 해야 한다.

모든 민간 교류와 접촉을 금하고 있는 것은 평화통일 노력을 정부만이 배타적으로 행사한다는 측면에서 심각하다. 이런 태도는 21세기 민주정부와는 거리가 너무 멀다. 평화통일은 대통령 독단이 아닌 민주주의 화대를 통해 가능하다. 정부의 결단도 중요하지만 임진강 주변 납세자들의 안전을 위해 즉각 남북 간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

관리자  〈고승우 80년해직언론인협의회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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