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의원이 더민주당 당대표에 출마한다는 뉴스를 처음 들었을 때는 좀 착잡했다.

다른 출마자들 보다는 좀 낫다는 점이 오히려 “제 1야당에 참 인물도 없다”는 씁쓸한 느낌을 불렀던 거다.

그런 추미애 의원이 2004년 초 노무현 대통령 탄핵 정국 때의 입장과 처신에 대해 직접 해명에 나섰다.

어제 나온 팟케스트 ‘정봉주의 전국구’를 통해서다.

사실 추 의원은 ‘아주 단단한 럭비공’이란 불안정한 이미지도 있지만, 그가 탄핵 정국 때 노무현 공격의 선봉에 나서 보인 행동들이야말로 많은 야당 지지자들에게 용서할 수 없는 감정을 품게 만들었다.

내 경우 2004년 3월 17일 경향신문 논설위원으로 쓴 칼럼에 그 분노의 감정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 적어도 그날만은 국회를 장악한 그들에게 이성은 없었다. 오로지 증오와 보복의 번들거림만이 있었다. 부두(Voodoo)의 무리처럼 오직 힘에 대한 숭배만이 있었을 뿐이다. (...) 1년 내내 혼란을 부채질하고 보잘 것 없는 논리로 탄핵을 독려하던 그들이 이제는 언죽번죽 사회안정을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고, 조용히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기다려야 한다고 목청을 높인다. ‘국민들이 좀 더 냉정하게 각자 역할에 최선을 다 하는 것이 위기를 수습하는 최선책’이라고도 한다. 과연 ‘추다르크’라고 불릴 만한 여장부의 배짱에 기가 질리기는 하지만, 나는 그녀의 소원대로 새삼 내 역할에 최선을 다 하기로 했다. 그래서 나는 오늘 광장으로 간다.”

‘추다르크’는 추미애 의원의 별명이었다.

4월 14일에 쓴 칼럼에도 분노는 가시지 않는다.

“(...) 그럼에도 4.15 총선판은 쿠데타가 발생한 지 한 달도 되지 않아 또 다시 옛날처럼 온갖 속임수와 거짓말이 버젓이 횡행하고 있다. 컨테이너 당사가 그렇고, 백팔배와 삼보일배가 그렇고, 민생투어들이 다 그렇다. 변화와 진보를 택한 민주주의의 운명을 법관 몇 사람의 손에 내던져둔 채 만 번의 큰절을 하고 백 말의 눈물을 쏟은들 도대체 어떤 의미가 있을 수 있는가. (...)”

노무현의 가장 가까운 정치적 동지로 남을 수 있었던 추 의원이 왜 탄핵 진영의 선두에 서서 과도하게 노무현 공격에 나섰을까.

어떤 이는 DJ에 대한 의리 때문이라고도 했고, 어떤 이는 자기 말고 강금실을 법무장관 시킨 것에 대한 분노라고도 했다.

아무튼 무리한 탄핵 소추가 엄청난 역풍을 부르자 추 의원은 뒤늦게 삼보일배를 하고 눈물을 흘리며 반성하는 모습을 보였다.

당시에는 그 ‘백 말의 눈물’마저 가증스럽게만 여겼던 내가 어제 팟케스트에서 흘린 추 의원의 몇 방울 눈물로 마음이 녹았다.

그가 진실을 100% 다 꺼낸 것은 아닐지 몰라도 적어도 거짓말을 한 것 같지는 않다.

특히 탄핵 정국 당시 추호 김종인 선생의 맹활약을 폭로한 것에서 그런 느낌이 강하다.

추호 선생과 각을 세운다는 것만으로도 역시 그는 다른 후보(예정자)들 보다 낫다.

좀 나은 것이 아니라 많이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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