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고忍苦 - 자유언론실천재단

한명숙 전 총리 면회를 다녀왔다.

1주에 한 번 밖에 없는 귀중한 면회시간을 남편 박성준 교수, 외동아들과 함께 했다.

뜻밖에 윤기나는 환한 얼굴에 비교적 건강한 모습을 뵙고 적이 안심이 됐다.

“10년은 젊어 보이지 않느냐”는 말씀에 전적으로 동의는 못하지만 확실히 5년은 더 젊어 보였다.

짧은 단발머리를 하고 계셨다.

만면에 벙글벙글 미소가 떠나지 않는 모습은 예나 지금이나 한결같다.

수감된 후 한 동안 불안감과 폐쇄공포증에 시달렸는데 이젠 가볍고 편안한 마음으로 적응하고 계신단다.

억울하고 분하고 원망하는 마음은 이미 다 벗어 던졌다고 하신다.

자신이 그럴만한 위치에 있었으므로 시대의 아픔을 남들보다 조금 더 심하게 겪는 것일 뿐이라고 하신다.

하루에 40분 씩 조그만 운동장을 속보로 걷는 것, 1시간 요가, 108배로 건강을 유지하며 영하 20여도를 넘나드는 한겨울을 무사히 났는데, 환절기에 그만 가벼운 몸살 기운이 있다고 하신다.

눈에도 이상이 생긴 것 같다.

수감 1년 전에 백내장 수술을 받았는데, 수감된 후 책을 너무 많이 읽어서 후유증이 생긴 것 같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면회하는 자리에서 가족들에게 새 돋보기안경을 부탁하신다.

내가 펴낸 책 「무죄-만들어진 범인, 한명숙의 헝거게임, 그 현장의 기록」이 나왔다는 소식은 들었지만, 끔찍한 재판과정을 되돌아보는 것이 두려워 비서에게 책을 들여보내지 말라고 하셨다고 한다.

그것도 모르고 내가 책을 보냈는데, 그걸 단 한 번도 쉬지않고 끝까지 독파하셨다면서 극진한 고마움을 표시하신다.

한 총리는 의정부교도소에서도 최고의 요주의 인물이다.

일거수일투족이 다 상부에 보고되는 것으로 느끼고 있다고 한다.

말 그대로 ‘곱징역’을 사는 셈이다. 그럼에도 “좋은 말, 좋은 행동만 하며 살면 되는 것 아니냐”며 웃으신다.

아마 한 총리는 최고 요주의 인물이면서 최고의 모범수이기도 할 것 같다.

면회시간 20분이 끝났다.

면회소를 나와 운동장 가로질러 사무실 들어서기 직전 뒤돌아보니 그때까지 우리를 미소 띤 얼굴로 바라보며 손을 흔드신다.

갑자기 가슴이 아프다.

관리자 freemediaf@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