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테러방지법안 국회 통과를 저지하려는 의원들의 필리버스터를 중단시킨 뒤 그 당의 비상대책위 위원장 김종인이 전격적으로 야권 통합을 제안했다. 많은 주권자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던 필리버스터를 포기한 것은 잘못된 결정이라는 사실은 이미 지적한 바 있다. 여기서는 ‘정치는 항상 움직이는 생물’이라는 해묵은 격언을 상기하면서, 야권이 총선에서 승리한 뒤 내년 대선에서 정권교체를 이룸으로써 박근혜 정권의 영구집권 기도를 저지하기 위한 최선의 방책은 여야 1 대 1 구도를 시급히 만드는 것임을 다시 강조하려고 한다.

지난 2일 김종인이 야권 통합을 제안한 뒤 국민의당 공동대표 안철수는 그를 향해 극언을 퍼부었다. 그는 3일 부산에서 열린 ‘부산을 바꿔!’ 콘서트에서 그 제안에 대해 “국민의당에 대한 정치적 공격이고 공작” “이런 것이 막말정치, 갑질정치”라고 비난했다. 안철수가 야권 통합이나 연대를 거부하는데도 국민의당 내부 움직임은 심상치 않다. 수도권에서 10%대 아래로 추락한 지지율로는 당선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진 의원들이 좌불안석으로 김종인의 통합 제안에 호응하려는 기미를 보이는가 하면 ‘김대중의 후계자’라고 자처하는 공동대표 천정배와 며칠 전 입당한 박지원, 그리고 상임선대위원장 김한길까지 안철수를 외톨이로 만들려는듯한 거동을 보이고 있다.

야권이 새누리당을 상대로 ‘1 대 1’ 구도를 만들어 총선에 나서면 과반수 의석까지 차지할 가능성이 있고, 적어도 개헌을 막을 수 있는 원내 교두보를 세울 수 있다는 사실은 보수언론조차 인정하고 있다. 그래서 새누리당은 이성을 잃은 듯이 야권 통합 시도에 대해 ‘저주’에 가까운 막말을 퍼붓고 있다. 원내대표 원유철은 4일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국민도 양심도, 정치철학도 없는 무염치의 극치인 행태로 야당이 국민의 민생 밥그릇은 내팽개치고 자신들의 총선 밥그릇 챙기는 데만 혈안이 돼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정책위 의장 김정훈은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당 붕괴작전을 즉각 중단하고 각자의 정치적 목표를 가지고 국민들에게 심판받기를 바란다”며, 안철수에게 절대로 야권 통합에 응하지 말라고 주문했다. 이 시점에서 안철수를 적극 옹호하고 지지하는 세력은 새누리당과 극우보수언론이라는 사실이 명백히 드러나고 있다.

전국적 시민단체인 민주주의국민행동 상임대표 함세웅(신부)은 지난 3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아래와 같이 야권에 촉구했다.

“우리 민주주의국민행동은 국민들과 함께 위헌적, 위법적 테러방지법이 원천무효임을 선언함과 동시에, 범야권 정당들에게도 정략적 이해를 버리고 이번 총선에서 개별적 유불리보다 국가의 운명과 민주주의 민생을 지키고자 하는 진정성으로 반드시 여당과의 1 대 1 구도를 실현하여 국민들의 지지를 통해 과반수 의석을 획득함으로써 테러방지법 등 제반 악법의 폐지에 나설 것을, 국민의 이름으로 강력히 촉구하고자 한다.”

안철수는 이런 권고를 어떤 명분으로 거부할 수 있을까? 4일 오후 8시 국민의당 의원총회가 열린다고 한다. 안철수가 자신을 추종하는 사람들과 함께 끝내 ‘제3당’을 고집함으로써 야권 분열이라는 외길로 갈 것인지, 통합 또는 연대의 방향으로 전환할 것인지 지켜보아야겠다.

[입법 정당성 없는 테러방지법은 원천 무효다]
- 위헌적 테러방지법 통과에 대한 우리의 입장-

민주주의를 지키려는 국민들의 염원과 필리버스터에 나선 야당 의원들의 간절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결국 희대의 악법인 테러방지법이 본회의에서 의결된 데 대해 우리 민주주의국민행동은 국민들과 함께 참담함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

익히 알려져 있다시피 이 소위 테러 방지를 빙자한 민주주의 파괴, 국민 감시 사찰법은 현실에 존재하지도 않는 가상의 시나리오에 근거한 국가비상사태를 이유로 여야 합의 없이 국회의장의 독단으로 본회의에 직권상정되었고, 결국 어젯밤 여당 단독으로 강행 통과되었다.

이 법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비록 대부분의 언론이 본분을 저버리고 그 문제점은 외면한 채 마치 운동경기 중계하듯 기록이 어떠니 하는 말초적 보도로 시종하여 국민의 눈과 귀를 가려오고 있지만, 이미 양식 있는 수많은 인사들이 되풀이하여 지적해온 바 있으므로 새삼스럽게 일일이 재론하진 않겠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국가 비상사태라는 희대의 사기극을 전제로 직권상정된 이 법안은 우선 전제부터가 잘못되었으므로 절차적으로도 원천무효라는 점이다.

국민들은 아무 징후도 느끼지 못하는 가운데 국회의장 단독으로 국정원의 보고에 근거하여 국가 비상사태라는 판단을 내렸다고 하니, 이 땅의 민주주의와 온 국민의 사생활의 자유가 오로지 국회의장 한 사람의 독단에 의해 유린되고 제약되는 작금의 사태는 그 어떤 합리적인 이해도 불가할 것이다.

한쪽에서는 정작 안보상의 문제를 이유로 중단되었던 휴전선 도라산 관광이 공교롭게도 국가비상사태를 이유로 테러방지법이 상정되는 같은 날 재개되고, 이 법의 강행 통과를 우겨오던 여당의 중진 의원이 국회 경내에서 캠핑 행사를 열고, 대통령조차도 한가롭게 학생들과 하트를 그리면서 사진이나 찍고 다니는 이 앞뒤 안 맞는 현실 앞에서 국민들은 말할 수 없는 혼란과 무력감에 고통 받고 있다.

이에 우리 민주주의국민행동은 국민들과 함께 위헌적 위법적 테러방지법이 원천무효임을 선언함과 동시에, 범야권 정당들에게도 정략적 이해를 버리고 이번 총선에서 개별적 유불리보다 국가의 운명과 민주주의 민생을 지키고자 하는 진정성으로 반드시 여당과의 1대1 구도를 실현하여 국민들의 지지를 통해 과반수 의석을 획득함으로써 테러방지법 등 제반 악법의 폐지에 나설 것을, 국민의 이름으로 강력히 촉구하고자 한다.

2016년 3월 3일
민주주의국민행동 상임대표 함세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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