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8일 일본 방송업계를 관장하는 각료가 의회에서 “정치적으로 공평하지 못한 방송을 반복하는 방송국에 대해서 전파를 사용하지 못하게 할 수 있다”는 식으로 말해 파문을 일으켰다.

아베까지 감싸고 든 이 발언은 아마도 안보법을 ‘전쟁법’이라 부르면서 이 법 때문에 징병제가 실시될 것이라는 보도들에 대한 아베 정권의 불만에서 비롯된 것으로 여겨진다.

이 발언이 있은 지 근 20일이나 지난 그저께 주요 민영방송에서 간판 캐스터 등으로 활약 중인 언론인들이 기자회견을 열어 다카이치 총무상의 발언은 “표현의 자유를 보장한 헌법 및 방송법의 정신에 위배된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원래 방송국의 전파는 국민의 것으로서 소관 관청의 것이 아니다”라고 일갈하면서 “다카이치 발언의 배후에는 미디어에 대한 아베 정권의 거만한 자세가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이날 회견에서는 “(최근) 정권 비판으로 여겨지는 보도를 자숙하는 움직임이 강해지고 있다”는 도쿄 주재 방송국 관계자의 목소리가 익명으로 소개됐다고 한다.

일본 언론인들을 응원해야겠다.

이번엔 한국의 경우다.

그저께 나온 총선보도감시연대의 주간 브리핑은 KBS를 비롯한 3개 공중파 방송과 종편 등 모두 8개 방송의 저녁종합뉴스를 분석한 결과를 내놓았다.

보고서의 내용을 들여다볼 필요도 없이 제목만 얼핏 훑어봐도 한국의 방송들이 어떤지를 알 수가 있다.

우선 큰 제목이 다.

그 밑 작은 제목들이 <김대중?노무현이 테러방지법 원조? 보고싶은 것만 보는 KBS와 TV조선>, 또 하나는 <‘테러방지법 노무현도 강추’라는 새누리당 억지… 맥락 자르고 그대로 전한 KBS> 다.

KBS는 노무현 대통령이 2006년 8월 17일 국정원 방문 당시 대테러업무에 대해 “지장 없도록 일단 뒷받침을 하겠습니다”라고 말한 부분만 보도했다.

“전체적으로 대응은 국무총리 주관으로 해 나가게 되어 있지만 실무적으로 사전에 예방 정보를 확보하고 조치를 하는 것은 역시 강력한 정보기관이 수행해야 하는 것”이라면서도 “국정원이 원죄가 있어서 아직 그 부분은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지 못했다” 등의 발언은 뚝 잘랐다는 것이다.

보고서의 또 다른 제목들도 <김대중 대통령까지 끌어들인 TV조선의 ‘아전인수’>, , <“친노"에다 "부관참시”…더민주 공천을 난장판으로 만든 채널A>등이었다.

한국의 방송들이 하나같이 이러하니 “정치적으로 공평하지 않은 방송사에 대해 전파정지 명령을 내릴 수 있다”는 다카이치 총무상의 발언이 내 귀에는 솔깃하게 들리는 것이다.

물론 정권이 할 일도 아니고 하지도 않을 것이고 해서도 안 된다.

그저께 기자회견을 한 일본 언론계 원로 중 한 사람이 “정치적 공평·공정을 판단하는 것은 국민과 언론”이라고 했다고 한다.

한국의 경우 여기에서 언론도 빼고 오로지 국민이 평가한 후 국민의 이름으로 전파를 중지시켜야 한다.

일본 언론인들에게 부끄럽다.

* 이 글은 ''국민라디오 - 강기석의 생각 하나'' 코너를 통해 라디오 방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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