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 야당 - 자유언론실천재단

야당 지지자들이 요즘 마음을 좀 놓는 분위기다.

김종인 박사 영입 이래 더민주당이 현저히 우클릭하는 듯한 느낌을 가지면서 조마조마하게 마음 조리던 사람들이다.

필리버스터 덕분이다.

여러 가지 일들이 얽히고 설켜 필리버스터만으로 테러방지법을 끝까지 저지하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필리버스터 정국을 통해 더민주당의 야성이 되살아나는 느낌을 갖는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야당 지지자들은 안철수 의원과 호남 의원들이 친노패권주의를 부르짖으며 잇따라 탈당하는 와중에도 끄덕하지 않았다.

문재인 전 대표가 당명까지 더민주당으로 바꾸고 참신한 인물들을 대거 영입하면서 당 분위기를 일신하자 환호하기까지 했다.

그러다가 갑자기 문 대표가 물러서고 김종인 박사 체제가 들어서면서 불안감이 들기 시작했다.

김 박사의 성향도 의심쩍지만 무엇보다 영입 절차 자체에 문제가 많다고 생각했다.

국회의원 백 명이 훨씬 넘는 제1야당의 지도체제가 당원은커녕 소속 국회의원들의 총의를 묻는 절차 하나 없이 바뀔 수 있느냐는 것이다.

정동영 전 의원이 “이 정권 저 정권 왔다 갔다 하는 철새 대표는 안된다며 식물 대표로 만들어놨을 것”이라고 더민주당 초재선 의원들을 비판할 정도였다.

그가 비록 심심해서 썼다고는 하지만, 영 억지 비판은 아닌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런데 필리버스터 정국을 통해 더민주당이 김종인과 몇몇 인물들의 우려스러운 언행에 휘둘릴만큼 뿌리가 약한 정당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다.

정동영 전 의원이 “더민주당 초재선 의원들이 총선 공천권을 쥔 고양이 앞에 납작 엎드려 일제히 입을 닫아버렸다”고 원색적으로 비난한 것이 아직은 시기상조였음이 드러났다.

정치인들이 말로 먹고 사는 사람들이라고는 하지만 적으면 서너 시간, 많게는 열 시간씩 토론을 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말 깨나 해 본 사람들은 안다.

저렇게 토론을 할려면 지식이 풍부해야 할 뿐 아니라 논리가 확실해야 하고 설득하는 기술이 있어야 하고 무엇보다 확고한 신념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런 인물들이 더민주당에 수두룩한 것이다.

이 지점에서 더민주당은 새누리당과 다르고 국민의당과도 다른 것이고, 전통적 야당 지지자들에게 다시 한 번 희망을 주고 있는 것이다.

90년대 학번이며 지금은 평범한 자영업자인 새까만 대학 후배 하나가 최근 자신의 페북에 올린 글이 그런 기꺼운 심정들을 대변하는 듯하다.

20여년 전,

학생회실 반, 강의실 반을 전전하며,

간신히 졸업한 무늬만 학생같았던 내 기억 속에 살아남았던 말 하나가

요즘 갑자기 튀어나와

희망없던 하루하루에 작은 파문을 던져주고 있다.

필리버스터!

잊고 살다 생각났네. 나 민주시민 맞구나.

* 이 글은 ''국민라디오 - 강기석의 생각 하나'' 코너를 통해 라디오 방송됩니다.

관리자 freemediaf@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