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가 어제 국민의당에 입당했다.

그는 입당 기자회견에서 “한국 역대정부가 다 북핵과 미사일 문제에서 실패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햇볕정책도 핵개발을 막지 못한 그 부분이 실패했다”고 말했다.

그리고는 “‘안보는 보수, 경제는 진보’, 이런 지향점에서 볼 때 현재 논의되고 있는 북한문제에 대해선 우리 당이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국민의당은 그동안 개성공단 폐쇄 등 북핵문제로 인한 한반도 위기상황에서 더불어민주당보다 더 선명한 목소리로 정부 조처를 강력히 비판해 왔다.

이상돈 교수는 국민의당이 자신을 영입하는 과정에서 “몇 가지 우려가 있었는데 해소됐”기 때문에 입당한 것이라고 말했다.

안보문제에 대한 당과 자신 간 괴리도 해소됐다는 뉘앙스다.

안철수 대표가 같은 자리에서 이 교수의 ‘과거 정부 실패 발언’을 옹호하며 개성공단 폐쇄 등의 대북문제에 대해서 중립적 태도로 바뀐 듯한 모습을 보인 것도 그 징표다.

아무리 신생 정당이라지만 단 한 사람 영입하며 그동안 당 전체가 보여왔던 대북 인식을 싹 바꾸는 듯한 모습이 우수꽝스럽기 짝이 없다.

국민의당은 시작 때부터 뭐가 됐든 새누리당과 더민주당 사이에 있겠다고 한데다, 다른 사안에서도 자주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때문에 이제 대북 문제에서도 그동안의 오버질을 멈추고 제 자리 찾아가는 것이려니 넘어갈 수도 있다.

정작 심각한 문제는 더민주당이다.

대북 포용정책, 즉 햇볕정책은 더민주당의 정체성과 같다.

그런데 정식 절차를 통해 뽑은 것도 아니고 단지 영입해 왔을 뿐인 김종인 비대위 대표가 ‘북한 와해론’이며 ‘북한 궤멸론’을 서슴지 않고 말하고 있다.

이 발언이 햇볕정책과 양립할 수는 없는 것으로 여겨진다.

그런데도 김 대표는 변명이나 해명은커녕 “이 발언을 취소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며 대못질까지 했다.

그는 북한이 쏘아 올린 게 미사일이 아니라 위성이라고 한 진성준 의원에게 당론에 어긋나는 발언은 하지 말라고 질책까지 했다고 한다.

야권 지지자들은 더민주당이 김종인 박사를 영입한 것은 경제민주화의 아이콘처럼 돼 버린 그의 이미지를 빌어 더민주당의 경제민주화 의지를 강화하기 위해서라고 이해하고 있다.

그런데 김 박사 한 사람으로 인해 풍전등화 같았던 민주당이 그럭저럭 수습되는 것을 보며 민주당의 뿌리가 참 허약했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그의 탁월한 리더십에 경탄하기도 했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그가 경제민주화가 아닌 대북문제, 안보문제에서까지 당의 역사와 정체성을 무시하는 발언을 할 권능까지 가졌다고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어찌보면 통일문제나 안보문제가 경제문제보다 더 사활적인 문제라고 할 수 있기에 더욱 그렇다.

누군가 더민주당의 김 박사 영입은 극약처방과 같다고 한 해석이 자꾸 떠오르는 요즘이다.

극약이란 회생불가능한 환자를 살리기도 하지만 자칫 잘못 쓰면 더 빨리 죽이기도 한다.

* 이 글은 ''국민라디오 - 강기석의 생각 하나'' 코너를 통해 라디오 방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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