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인성‘갑질’ - 자유언론실천재단

설 연휴 기간 정의에 관해 생각해 볼 일이 하나 생겼다.

정치권에 몸 담고 있는 후배가 전한 이야기다.

‘삼인성호(三人成虎)’란 말이 있다.

세 사람이 입을 맞추면 없는 호랑이도 만들어 낸다는 이야기다.

보아하니 더민주당의 4선 중진 신기남 의원이 그 꼴을 당하고 있는 것 같다.

아들이 다니는 법학전문대학원에 갑질을 했다는 의혹으로 정치생명이 경각에 달한 그가 사실은 여러 층위의 갑질의 희생자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경희대 로스쿨에 재학 중인 신 의원의 아들은 지난해 11월 졸업시험에 탈락해 변호사시험 응시를 할 수 없게 됐다.

신 의원은 아들 지도교수의 권고대로 원장을 찾아 가 아들문제를 상담했는데 이것이 아들을 구제해달라며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다는 식으로 법률신문이 보도했다고 한다.

이 신문은 신 의원이 “아들을 졸업시험에 붙여 주면 법무부에 이야기해서 변호사시험 합격률을 80%로 올려주겠다”고까지 말한 것으로 보도했다.

기사만으로 보면 완전한 갑질이 분명하다.

여기까지가 내가 알고 있던 사실이었다.

그런데 아들의 지도교수가 기자회견을 자청해 사건의 내막을 낱낱이 밝히면서 신 의원은 오히려 갑질의 희생자임이 분명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신 의원은 세 단계의 갑질을 당했다.

첫째 경희대 로스쿨의 갑질.

이 학교는 변호사시험 합격률을 높이기 위해 일방적으로 졸업시험의 커트라인을 조절해 떨어진 학생이 변호사시험을 못 보게 했다는 것이다.

졸업을 못하게 된 학생의 부모로서는 당연히 사정을 알아보고 항의도 할 만한 거 아닌가.

둘째 언론의 갑질.

법률신문 기자는 신 의원에게 원장을 찾아간 사실만 확인하고는 실제 원장과의 대화 내용 등에 관해서는 제3자가 전한 이야기를 토대로 마치 신 의원이 갑질을 한 양 기사를 쓴 것이라고 한다.

이를 받아 쓴 다른 언론들도 신 의원의 해명은 형식적으로 갖다 붙이는 둥 마는 둥 신 의원의 갑질이라는 뉘앙스가 가득한 기사만 써 대고 있다.

보수 언론이 신기남 의원에게 우호적이지 않다는 것은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다.

셋째, 더민주당 윤리심판원의 갑질.

윤리심판원은 일반 재판소 같이 죄의 유무를 조사하고 경중을 따져 심판만 하면 될 일이다.

그런데 정치권 인사에 대한 선입견과 윤리적·도덕적으로 과도한 우월감으로 무장한 채 사실을 주관적으로 재단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더 깊이 들어가 보면 조중동과 종편의 융단폭격을 두려워하고, 그들이 만들어 내는 여론이 선거에 미칠 영향을 우려해서 지극히 정치적 판단을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당무감사원과 윤리심판원 조사 결과, 큰 잘못을 저지르지 않았다는 것이 밝혀졌는데도 당원 자격정지 3개월 징계를 받아 총선 출마가 어려운 지경이라는 것이다.

과도한 결벽증과 조중동 종편들이 만들어내는 여론에 대한 두려움, 이것이 매번 민주개혁세력이 알면서도 당하는 이유다.

신 의원의 재심이 15일 이루어질 예정이다.

신 의원의 거취는 세대교체니, 깨끗한 정치니 와는 전혀 차원이 다른, 정의에 관련된 문제다.

* 이 글은 ''국민라디오 - 강기석의 생각 하나'' 코너를 통해 라디오 방송됩니다.

관리자 freemediaf@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