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의 ‘버니 샌더스’ 조크

막 시작된 미 대선 경선에서 민주당 후보 버니 샌더스의 초반 돌풍이 눈부시다.

버니 샌더스는 스스로 ‘민주적 사회주의자’를 자임한다.

20세기 이래 공화당보다 더 오른쪽에 있는 후보들이나 소비자운동 등 특수한 후보들이 가끔 나오긴 했어도 정통 민주당보다 본격적으로 왼쪽에 선 후보는 샌더스가 처음 아닌가 싶다.

그는 어떻게 보더라도 사회주의자가 맞는 것 같다.

2005년 민주당에 입당하기 전에는 무소속으로 버몬트주에서만 시장, 하원의원, 상원의원을 지낸 샌더스는 일관되게 평등과 공공선을 지향해 왔다.

대통령 경선에 나서면서도 “최근 30년간 늘어난 부 가운데 절반 이상이 1% 부호들에게 집중됐다”면서 ‘전쟁 대신 인프라’, ‘월가와 대결’ 등의 구호를 내걸고 있다.

그가 복지를 위해 부자증세를 감행하리라는 것은 분명하다.

그는 미국 사회 최대 이슈인 불평등 문제를 정면으로 맞서고 있는 것이다.

이런 그에게 보수 언론의 비판이 쏟아지는 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지만 같은 리버럴 진영 내에서도 우려의 소리가 나오고 있다.

“샌더스의 급진적 이미지로 과연 본선에서 이길 수 있을까?”

보수의 결집력에 지레 겁먹는 이런 소리들, 우리에게도 익숙하다.

8년 전 버락 오바마가 두각을 나타냈을 때도 비슷한 우려가 있었다.

심지어 암살에 대한 걱정도 있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그 보다 중요한 건, 오바마가 끝내 당선됐지만 아무리 개혁적인 그가 8년을 대통령으로 있었어도 한반도 문제는 예나 지금이나 거의 진전된 것이 없다는 사실이다.

그렇게 된 큰 이유 중 하나가 한국의 수구정권이다.

샌더스에 자극받은 힐러리도 좀 더 개혁적인 쪽으로 선거운동 방향을 바꾸었다고 한다.

누가 되든 다시 한 번 민주당 후보가 미국 대통령이 되면 좋겠다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동시에 우리나라에서도 좀 더 확고한 진보개혁적 신념을 가진 정치세력이 정권을 잡아야 한다.

그래서 한미 양국 정상이 자기들 나라의 불평등문제는 물론 한미관계와 남북문제에 대해 짝짜꿍으로 획기적 전기를 이루면 좋겠다.

그런데 더민주당보다도 오른쪽에 있겠다고 공언하는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자신이 버니 샌더스와 닮았다고 했다니 농담이라도 좀 심한 농담이다.

* 이 글은 ''국민라디오 - 강기석의 생각 하나'' 코너를 통해 라디오 방송됩니다.

관리자 freemediaf@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