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 고 김대중 전 대통령 3남 김홍걸 씨가 한겨레신문과 한 인터뷰 기사를 봤다.

인터뷰는 주로 어머니 이희호 여사와 안철수 의원 간 비밀 녹취 파문에 관한 이야기였다.

이 인터뷰 끝자락에 김홍걸 씨는 10여년 전 아버지 재임 말기에 자신이 ''최규선 게이트''에 연루된 데 대해 “세상 물정 모르고… 부모님께 누를 끼친 게 두고두고 죄송할 뿐"이라며 흐느꼈다는 대목에서는 나 역시 가슴이 뭉클했다.

홍걸 씨는 계속해서 이렇게 말한다.

“아버지가 살아 계실 때는 효도를 못했는데… 돌아가신 후에라도… 이번에는 한 번 하늘에서 내려다보실 때 자랑스런 아들이 한 번 돼보려고 이번에는 뭔가 옳은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에서 나서게 됐다.”

“살아 계실 때 효도를 못 했다”고 말할 때 그는 또 한 번 흐느끼느라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고 한다.

거인의 자식으로 사는 것이 이렇게 힘든 가 보다.

훌륭하지 못한 부모 밑에서 훌륭한 자식이 나오기는 어렵지만 훌륭한 부모 밑에서 꼭 훌륭한 자식이 나오란 법은 없는 듯하다.

그리고 못난 자식은 늘 부모님께 불효했다고 괴로워하지만 부모 마음은 또 그런 자식 때문에 괴로울 것이다.

한겨레신문에서 매주 연재하는 이희호 여사 평전 지난 주 분에는 80년 12월 전두환 일당에게 사형선고를 받고 목숨이 경각에 걸린 김대중 대통령이 막내아들 홍걸 씨에게 편지를 보낸 사실이 나온다.

이 편지에서 김 대통령은 “홍걸아! 아버지는 누구도 원망하지 않고 누구도 미워하지 않는다. (…) 우리는 죄인이기 때문에 원수조차 용서해야 한다. 용서는 하느님 앞에 가장 강한 사람만이 할 수 있으며, 용서는 평화와 화해의 길이기 때문에 기쁜 마음으로 해야 한다.”고 당부한다.

내가 별로 구닥다리 옛말 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이 대목에서 삼강오륜을 떠 올리지 않을 수 없다.

오륜의 첫째가 부모는 자녀에게 인자하고 자녀는 부모에게 존경과 섬김을 다하라는 부자유친(父子有親)이며, 둘째가 임금과 신하의 도리는 의리에 있다는 군신유의(君臣有義)”다.

내가 보기에 김대중 대통령과 김홍걸 씨 간 부자유친에 모자람이 없다.

그런데 김대중 대통령과 이른바 동교동계의 군신유의는 어디로 갔나.

오래 전에 박근혜 휘하로 간 한화갑이나 한광옥 씨 뿐이 아니다.

김홍걸 씨가 이번 비밀녹취 파문과 관련, “대부분 저희 아버님을 모셨던 사람들”이라고 지목한 사람들, MBN 인터뷰에 나와 “김홍걸 교수가 더민주에 입당해 심지어 목포 또는 비례로 국회의원 진출하려는 것은 ''(김대중) 대통령을 두 번 죽이는 꼴''이라고 이희호 여사가 말했다고 거짓말한 사람들 말이다.

이런 사람들이야말로 홍걸 씨가 “저 사람이 호남 출신이 아니었다면 지금의 여권 보수 세력에 가 있을 텐데”라고 한탄한 사람들 아니겠나.

* 이 글은 ''국민라디오 - 강기석의 생각 하나'' 코너를 통해 라디오 방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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