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외교가 아주 심각한 상황인 것 같다.

현실감각과 균형감각을 상실한 채 갈팡질팡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최근 한 달간 벌어진 예를 3가지만 들어 보자.

대 중국 떼쓰기 외교, 대 베트남 무례외교, 대 이란 늑장외교다.

우선 대 중국외교다.

북한의 4차 핵실험이 벌어지자마자 박근혜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에게 전화를 걸었다.

지난 13일 신년 대국민담화에서는 중국에 대해 “어렵고 힘들 때 손을 잡아 주는 것이 최상의 파트너”라고 구슬프게 말 했습니다.

최근에는 6자회담의 여섯 개 나라에서 북한을 뺀 나머지 다섯 개 나라가 만나 북핵문제 해결책을 강구해 보자고 5자회담을 제안하기도 했다.

어떤 언론은 이를 두고 박근혜 정권이 중국을 압박하고 있다고 하는데 소가 웃을 일이다.

무력으로 보나 경제력으로 보나 외교력으로 보나 한국이 무슨 수로 중국을 압박하나.

아니나 다를까, 압박을 받는다던 중국이 줄곧 침묵을 지키다가 5자회담 제의에 대해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라”는 식으로 정면으로 치고 나왔다.

사드 배치를 고려하겠다는 위협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처리하라”고 오히려 이쪽에 압박을 가해 왔다.

압박외교는커녕 주변국가들 간 기본적인 역학관계조차 모르는 떼쓰기 외교다.

윤병세 외교장관이 그 정도도 모르는 인물이 아니다.

아마 미국의 반대를 무릅쓰고 중국 전승절행사에 참석해서 북핵 관련, 시 주석의 몇 마디 의례적인 발언을 끌어 낸 것을 박 대통령이 너무 과대평가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자신이 나서면 두 나라 외교관계가 금방 몇 단계 격상된다는 과대망상증에서 비롯된 박근혜 대통령의 오버액션에 윤병세가 절절매고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듯싶다.

같은 날 담화에서 박 대통령은 “월남이 패망했다”는 치명적인 말실수를 저질렀다. ‘월남 패망’이란 발언은 현 월남정부에 대한 모독이다. 60년대 70년대 인식에 꽉 막혀 있는 대통령의 역사관과 현실에 대한 무지가 박근혜식 외교의 또 다른 축임을 보여주고 있다.

정부는 어제 올 상반기에 박 대통령이 이란을 방문한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왜 안 가겠는가. 당연히 가서 경제외교를 하고 국내에 돌아 와서 한바탕 자랑을 해야 하지요.

그런데 시진핑은 이란에 대한 국제 경제제재가 풀리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이란으로 날아가 화려한 중동외교를 펼친 판이다.

양국간 정상외교라는 것이 수 개월씩 걸리는 걸 감안하면 중국은 오래 전부터 이란에 대한 제재해제를 예상하고 준비해 왔음이 틀림없다.

경제외교 한다면서 중남미까지 날아가는 박 대통령이 정작 엄청난 경제잠재력이 있는 이란에 대해서는 왜 이렇게 뭉그적거릴까.

혹시 70년대 독재자 팔레비를 쫓아 낸 나쁜 나라라서 가기 싫었기 때문일까.

* 이 글은 ''국민라디오 - 강기석의 생각 하나'' 코너를 통해 라디오 방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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