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적 리더십’이란 숙제 - 자유언론실천재단

어제 더민주당 문재인 의원이 대표직을 사퇴했다.

그의 퇴임사는 분당 일보 직전의 상황에서도 꿋꿋이 지켰던 대표 자리를 이제 미련없이 내놓는 과정에서 그간 겪었던 고뇌와 자부심과 아쉬움같은 것들을 숨김없이 전하고 있다.

호남 유권자들에게 실망과 좌절을 준 것은 다 자신의 책임이고 자신이 부족해 그렇게 된 것이니, 자신의 사퇴를 계기로 노여움을 풀어달라는 대목은 참으로 절절했다.

며느리가 미우면 발뒤꿈치가 계란처럼 매끈한 것도 밉다는 속담이 있다.

무슨 말을 해도 그렇게 문재인이 의심스럽고 밉다는 이들도 있겠지만 최소한 백의종군이란 말값을 쳐서라도 한 번쯤은 그의 진정성을 믿어줘도 되지 않을까 싶다.

그는 특별히 김종인 위원장 중심의 비대위와 선대위에 대한 국민들과 당원들의 성원을 당부하면서 당의 질서와 기강, 민주적 리더십의 확립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대목에서 여전히 가슴이 답답해 옴을 느꼈다.

민주적 리더십이란 민주적 팔라워십이 맞장구를 쳐주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다.

과연 더민주당에서 그런 팔라워십이 생성될 수 있겠는가.

민주적 리더십의 다른 쪽에는 권위적 리더십이 있다.

이 대목에서 벤처신화를 일군 ''웹젠'' 김병관 의장이 더민주당에 입당하면서 한 말이 의미심장하다.

그는 안철수 의원에 대해 “청년문제나 공정경제 등의 정치적 메시지에서 솔직히 공감대가 많았다”면서도 “다만 의사결정 방식 등은 저랑 잘 안 맞는 듯하다. 직장인으로서 안 의원이 사장님인 회사는 가고 싶지 않다”고 했다.

당연하다. 안철수 리더십은 여러 전문가들이 메시야 리더십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김 의장처럼 한 분야의 전문가로서 자부심이 충만하고 동기부여가 확실히 돼 있는 이들에게는 메시야 리더십같은 권위적 리더십이 맞지 않는다.

민주적 리더십, 심지어는 자유방임적 리더십이 제격이다.

그래서 표창원 김병관 양향자 등은 문재인의 더민주당을 택한 것이다.

새누리당에서 박근혜 리더십이 강력하게 작동하는 것도 그의 권위적 리더십과 안면몰수 이익추구형 새누리당 조직문화의 궁합이 딱 맞아 떨어지기 때문이다.

‘비박’은 확실히 내치고 ‘진박’은 화끈하게 밀어주니 모두가 ‘진박’의 위치를 획득하기 위해 맹렬히 돌진하고 있지 않는가.

더민주당의 리더십이 어떤 리더십이어야 하느냐는 질문에 대한 해답은 이미 나와 있다.

민주적 리더십이 좋아서가 아니라 민주적 리더십이 아니면 당을 제대로 끌어갈 수 없기 때문이다.

관건은 민주적 리더십을 키우고 지켜 줄 팔라워십이 만들어질 수 있느냐다.

문재인 의원이 대표직을 사퇴했다지만 그걸로 더민주당의 리더십 문제가 저절로 해결된 것이 아니다.

* 이 글은 ''국민라디오 - 강기석의 생각 하나'' 코너를 통해 라디오 방송됩니다.

관리자 freemediaf@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