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창당준비위원장 한상진 교수가 이승만 국부 발언 어쩌고 한 소리에 대한 비판의 소리가 높다.

그는 지난 14일 안철수 의원과 함께 4.19민주묘지를 찾은 자리에서 이승만 전 대통령에 대해 “어느 나라든 나라를 세운 분을 ‘국부’라고 평가한다. 우리도 그래야 한다” 고 주장했다.

4·19 민주묘지는 이승만 정권이 살해한 185명의 젊은 민주영령이 잠들어 있는 곳이다.

그런 장소에서 이승만을 찬양하고 ‘국부’로 평가해야 한다고 했으니 망발도 보통 망발이 아니다.

자신의 발언이 물의를 빚자 한 교수는 17일 당의 한 회의에서 419 유가족과 관계자들에게 폐를 끼쳤다고 사과하기는 했다.

그러나 이 자리에서도 초대 대통령의 공과 과를 균형있게 살펴 보야 한다느니, 대립을 극복하고 통합에 이르기 위해 이승만의 위상을 정립하는 문제를 열린 마음으로 토론해야 한다느니 중언부언한 걸 보면 그의 419 묘지에서의 발언은 단순한 말실수가 아닌 것이 분명해 보인다.

말실수가 아니라 정치적 계산 때문인 것 같다.

자기 입으로 말하길 “국민의당은 결코 어느 한 쪽에 치우쳐서는 안 된다. 그래야 국민 대중과 대화할 수 있는 정서적 공감대가 생기고 이념적 중심이 생긴다”는 것이다.

“나라를 세운 분을 어떻게든 긍정적으로 평가해서 그 화합의 힘으로 미래를 끌고가려고 하는 정치적 지혜”라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한 교수의 발언을 망발이라고 하는 견해에 동의하지 않는다.

망발이란 어떤 말이나 행동을 해서는 안 될 사람이 그런 말을 하거나 행동하는 경우를 가르킨다.

하지만 이승만 국부 발언은 한 교수가 할 수 있음직한 분명한 정치적 의사표시다.

새정치민주연합을 만들면서 4.19와 5.18을 당헌 당규에서 빼자는 안철수 의원과 같은 결로 이해하면 더욱 확실해 진다.

이건 단순히 정략적 이유로 없는 생각을 억지로 표현한 것이 아니라 안철수와 한상진, 그리고 국민의당의 역사 인식, 곧 당의 정체성을 커밍아웃한 것이다.

새누리당의 확장성을 반대한다면서도 줄기차게 호남만 찾아 다니며 오히려 야당의 확장성을 훼방놓던 국민의당이 이제 비로소 새누리당과 비슷한 색깔을 띄면서 자신의 약속을 지키려 하고 있는 것이다.

한상진 교수의 역사관과 정치적 셈법 자체는 천박하기 짝이 없지만, 그의 솔직함만은 교수로서 손색이 없다.

그 덕분에 이제 호남, 나아가서는 전체 민주진영의 표심이 더민주당과 국민의당 사이에서 헷갈릴 이유가 점점 없어진다.

* 이 글은 ''국민라디오 - 강기석의 생각 하나'' 코너를 통해 라디오 방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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