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는 “범 같은 사또에 개 같은 아전”이라는 말이 있었다.
사또 밑에서 온갖 탐학질을 일삼는 벼슬아치들이 통틀어 ‘사나운 개떼’로 비쳤던 거다.
오늘날에 와서 모든 공무원들을 다 개로 비유하기에는 아무래도 무리가 있고,
검찰이나 경찰 정도를 개로 비유할 수는 있을 것 같다.
검사들 자신이 “우리는 위에서 물라고 하면 문다”고 얘기하지 않는가.
그런 검찰이 사냥개라 한다면,
용산참사의 주역이며 백남기 농민에게 물대포를 쏘아 사경에 빠트리기도 한 경찰은 미친개라 할 수 있겠다.

공무원들 중에서 검찰과 경찰이 개의 습성을 지녔다면 사적 영역에서 개 같은 짓을 하는 것은 언론인, 즉 기자다.
기자를 너무 폄훼한다고 생각하는가.
유럽과 미국에서는 원래부터 기자들을 개라고 불렀다.(나 역시 개다)
‘워치독’, 즉 기자는 감시견이어야 한다는 말이다.
감시견은 우선 냄새를 잘 맡아야 하고, 잘 짖어야 하고, 짖어도 안 되면 물어뜯는 기개가 있어야 한다.
냄새도 못 맡고, 짖지도 못 하고, 물어뜯을 용기도 없다면 그 개는 애완견일 뿐이다.

어제 박근혜 대통령 특별 기자회견이 언제나처럼 잘 짜여진 각본에 따라 연출됐다는 비난의 소리가 높다.
경제위기 문제, 북한 핵실험 등 남북 문제, 위안부 졸속 합의 문제, 노동 문제 등 국내외 현안이 산적해 있는 상황이다.
기자들과 대통령의 거침없는 질문 답변을 통해 문제의 핵심이 무엇이고,
국정 최고 책임자 대통령의 진정한 의중이 무엇인가를 끄집어내는
기자회견의 본래 의미가 또 다시 무시됐다.

게다가 대통령이 “한꺼번에 여러 개의 질문을 받고도 내 머리가 좋아서 다 기억한다”는 등, 질문순서가 이미 정해져 있는데도 질문을 받을 때마다 기자들이 여럿 손을 들었다는 등,
얄팍한 사전 각본에 청와대 출입기자들이 조연으로 적극 가담한 정황도 엿보인다.

이런 현상은 이제 우리나라의 언론이 행정 입법 사법을 감시하는 제4부의 역할을 포기하고 정권의 선전기관으로 타락한데서 오는 자연스러운 결과다.
공산주의 국가에서처럼 기자, 언론사가 스스로 권력의 위계질서 속에 편입해 들어 간 것이다.
이것은 언론이란 개가 주인을 바꿨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언론이 더 이상 국민이라는 주인을 위해 권력을 감시하는 감시견이 아니라,
새 주인인 권력의 애완견이 되거나,
권력을 이끌어 가는 가이드견이 되거나,
심지어 국민을 물어뜯는 사냥개가 됐다는 얘기다.

* 2015년 11월 23일(월)부터 [국민라디오] 강기석의 생각 하나가 주중 매일 오전 9시 방송됩니다. 아래 플레이버튼을 누르시면 방송 다시 듣기가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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