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조는 죽기 전에 딱 한 번 노래한다. ‘swan song''이다.
아름다운 백조가 평생 딱 한 번 부르는 노래이니, 그 노래 또한 얼마나 아름답겠나.
하지만 그 노래가 죽음을 뜻하는 것이기도 하니 처연한 측면도 있겠다.

더불어민주당 탈당 의원들의 탈당사가 백조의 노래를 방불케 한다.
탈당이 곧 정치인생의 마지막이 아니고 또 다른 살 길을 찾아 가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탈당사는 죽음을 앞둔 백조처럼 자못 비장하고 처연한 단어들로 가득 차 있다.
그중에서도 빼놓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영남패권주의의 핍박에 견디지 못해 눈물을 머금고 고향을 등진다는 하소연이다.

안철수는 탈당하면서 “(새정치민주연합 상층부가) 얼마 되지 않는 기득권 지키기에 빠져 있습니다”고 주장했고,
김한길은 “패권정치와 싸우고 참고 견디는 동안 저도 많이 불행했습니다”라고 눈물을 뿌릴 지경이었다.
오늘 내일 탈당한다는 주승용은 ‘호남 민심은 패권정치의 볼모가 되길 거부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고,
어제 탈당한 권노갑 어른은 ‘당 지도부의 폐쇄적인 당 운영과 배타성’을 고발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민주시민들은, 영남 패권주의가 박정희 이래 대구.경북, 즉 TK가 정치권력을 독차지하고 그에 따라 다른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헤게모니를 행사해 온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것에 함께 맞서 싸운 것이 YS의 부산.경남과 DJ의 호남이었는데, 90년 3당 합당으로 부산.경남이 대구.경북에 투항함으로써 영남 패권주의가 고착된 것이다.

그런 절망적인 호남 고립상황을 DJ가 충청과 연합해 한 번 뚫고, 호남이 스스로 노무현을 상징으로 한 부산.경남의 개혁세력을 택해 두 번째 뚫은 것 아닌가?
그것이 20년도 안 된 역사의 경험이라면 호남은 오히려 타 지역 민주개혁세력과의 연대를 적극 강화해 나가야지, 부산 개혁파나 대구.경북의 이명박 박근혜나 똑같은 영남 패권주의자라고 억지를 부리며 움츠러들 수 있는가.
그렇게 움츠려 들대로 움츠려든 호남을 이명박이나 박근혜 같은 진짜 영남 패권주의자들이 눈길이나 줄까.
지금 당장 이렇게 당하면서도 그걸 모르나.

그러므로 지금 더민주당 리더십을 친노세력이니 영남 패권주의니 하는 소리는,
혁신과 물갈이라는 시대적 요구 속에 불안감을 느끼는 당내 기득권 세력이
호남 민심을 교란시키기 위해 만들어 낸 어거지에 불과하다.
당장 그들과 결이 같은 이종걸 원내대표 마저도 “부산 개혁파가 여의도 바꿀 힘이 있냐”고 빈정대지 않았나.
부산 개혁파가 호남과 함께 하지 않으면 나라는커녕 여의도 바꿀 힘조차 없는데 어떻게 그리 무시무시한 영남 패권주의가 있을 턱이 있겠나.

* 2015년 11월 23일(월)부터 [국민라디오] 강기석의 생각 하나가 주중 매일 오전 9시 방송됩니다. 아래 플레이버튼을 누르시면 방송 다시 듣기가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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