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는 분열로 망하고 보수는 부패로 망한다는 말이 있다.
지금 야당 형편을 보아하니 진보가 분열로 망할 것 같기는 한데 보수가 부패로 망할 것 같지는 않다.
대신 보수의 부패가 나라를 망치는 것만은 틀림없다.
지금 우리가 분명히 목격하고 있는 실제상황이다.
OECD에 끼어 있기가 민망할 정도로 나라의 부패지수가 높다.

그러므로 박근혜가 “적폐나 부패나 이런 것을 척결해야 한다”는 말을 환영하지 않을 수 없다.
말씀 자체는 환영하는데 별로 믿겨지지는 않는다.
죄 지은 것이 없는데도 겁부터 난다.
박근혜는 지난해 벽두에도 부패 척결을 외친 바 있다.
‘부르르 박’이란 애칭답게 “이번에야말로 비리의 뿌리를 움켜쥐고 있는 비리 덩어리를 들어내야 한다”고 자못 독하게 결기를 보였다.
그 결기대로 부패가 척결됐다면 병신년에 구태여 또 한 번 부패척결을 부르짖을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지난 한 해 우리나라 권력층의 부패는 과연 얼마나 척결됐나?
딱 한 가지 예만 들자. 성완종 사건이다.
그제 검찰은 성완종 씨에게서 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 이완구 전 총리에게 징역 1년을 구형했다.
총리를 역임하고 현역 의원이기도 한 사람에게 추상같은 모습을 보였으니 대단한 부패척결의지로 여겨져야 마땅하다.
그런데 잠깐, 성완종 리스트에 올랐던 인물이 이완구 한 사람 뿐이던가.
이완구는 겨우 3천만 원을 받은 혐의인데, 2억이나 7억 씩 받은 다른 이들의 혐의에 대한 수사는 제대로 이루어졌던가?
김한길이나 이인제에 대해서는 소환도 안 하고 있다.

성 씨가 자살한 것은 사자방, 즉 사대강사업과 해외 자원개발, 방위산업 등에 얽힌 비리들에 대한 수사과정에서 불거져 나왔다.
검찰은 성 씨가 자살한 후 얼씨구나 수사를 덮거나 축소하지 않았던가.

말이 나온 김에 딱 한 가지 예만 더 들자.
박근혜가 부르르 떨며 “예방적으로 부패를 척결해야 한다”고 부르짖던 바로 그 순간, 검찰은 정권 실세 중 실세라는 최경환의 인사청탁 의혹을 무혐의로 덮었다.
수많은 젊은이들이 직장을 찾지 못해 ‘헬조선’을 저주하는 마당에 고위층의 인사청탁은 부패 근처에도 닿지 못한다는 것인가.

진박이나 친박이면 봐주고 비박이나 반박은 되는대로 손을 봐주겠다는 이런 메시지로는 절대로 신뢰를 얻을 수 없다.
사실은 비박이나 반박보다도 지은 죄 많은 야당 정치인들이 알아서 몸을 사릴 것이다.

이완구는 최후진술에서 “검찰이 전직 총리이며 현직 의원인 나에게 이럴 정도면 국민에게 어떻게 하겠나”라고 궁시렁거렸다고 한다.
뒤늦게 국민 걱정을 해 주는 것이 얄밉기는 하지만 역시 사람은 당해봐야 아는 것 같다.

* 2015년 11월 23일(월)부터 [국민라디오] 강기석의 생각 하나가 주중 매일 오전 9시 방송됩니다. 아래 플레이버튼을 클릭하시면 방송 다시 듣기가 가능합니다.

관리자  freemediaf@gmail.com

<저작권자 © 자유언론실천재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