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경쟁을 숙명으로 여기고 산다.
그리고 경쟁 끝에 승리나 패배를 온통 자기 책임으로만 받아들인다.
내가 잘 나서, 내가 더 노력해서 이겼고, 내가 못 나서, 내가 노력을 하지 않아서 졌다고 자책한다.

혹시 경쟁이 처음부터 불공정하게 짜여진 건 아닌가,
처음부터 경쟁할 필요도 없는 분야에서 경쟁하고 있는 건 아닌가,
나도 이 사회에 존엄한 존재로 탄생했는데 경쟁에서 졌다고 다시 도전할 기회도 없이 삼포니 오포세대로 전락하는 건 문제가 있지 않나.
내가 분명 이 사회에 공헌한 것이 있는데, 지금 이렇게 노인빈곤에 시달리는 건 문제가 아닌가,
이런 생각을 엄두도 내지 못 한다.

최근 핀란드가 모든 국민에게 월 약 100만원을 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다.
핀란드에 태어난 국민이라는 단 하나의 이유로 모든 국민에게 그만큼의 돈을 준다는 것이다.
기본소득이다.
스위스에서도 재작년 10월 기본소득 보장을 헌법에 명시하자는 국민 제안을 의회에 제출했다고 한다.
조만간 실시될 국민투표에서 통과되면 성인에게는 약 300만원, 청소년과 노인에게는 1/4에 해당하는 금액이 기본소득으로 주어지게 된다는 것이다.
그밖의 유럽 나라에서도 기본소득운동이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우리 나라에서도 그런 시도가 일부 이루어지고 있다.
청년 3000명에게 월 평균 50만원을 최장 6개월간 지급할 계획인 서울시, 내년 1월 1일부터 24세 청년 1만1300명에게 1인당 한 해에 100만원씩 지급하기로 한 성남시도 규모는 크게 다르지만 근본개념은 기본소득과 같은 듯하다.

이에 대해 청년걱정은 혼자 다 하는 것처럼 하는 새누리당은 연일 ‘포퓰리즘’ ‘로또’ ‘아편’ ‘범죄’라는 원색적인 말로 청년수당 정책을 비난하고 있다.

우리나라에 그럴 돈이 어디 있나. 지레 위축되지 말아야 한다.
돈은 세금으로 거두면 된다.
어디서 세금을 걷나.
돈이 많은 사람들에게서 걷으면 된다.
불공정하게 짜여진, 처음부터 이길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경쟁에 목매지 말고,
한탄만 하지 말고,
이제 한번 담대하게 사회구조 변화를 꿈꿀 때도 된 것 아닌가.

* 2015년 11월 23일(월)부터 [국민라디오] 강기석의 생각 하나가 주중 매일 오전 9시 방송됩니다. 아래 플레이 버튼을 누르시면 방송 다시 듣기가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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