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대통령 직선제를 되찾은 90년대 이후에도 미국과 한국의 정권교체 사이클이 제대로 맞지 않았다.
보수-진보 집권이 계속 엇갈렸다.
두 나라에서 같은 시기 민주당 동시집권이 가장 좋았는데 그 시기가 길지 않았다.
93년 들어 선 클린턴 행정부는 김영삼 정권 때인 95년 북핵문제로 북한과 전쟁 일보 직전까지 갔지만 98년에 들어 선 김대중 정부 때는 찰떡 공조로 한국전쟁 이후 가장 평화로운 한반도를 만들 수 있었다.
그 흐름이 2002년 들어 선 노무현 정부 때도 지속됐지만, 만일 그 전 해 미국에 공화당 부시 정권이 들어서지 않고 민주당 정권이 계속됐다면 훨씬 더 깊은, 쉽게 되돌릴 수 없는 남북 관계를 굳힐 수 있지 않았겠나, 그런 생각이다.

미국 공화당-한국 한나라당 동시 집권은 최악이다.
이명박이 부시의 운전사 노릇을 자처하면서 굴욕적인 소고기협상 등으로 얼마나 나라를 들어 먹었는지는 두 말할 필요도 없겠다.
이번에는 미국에 오바마 민주당 정권이 들어서니까 하필이면 박근혜 정권이 들어선다.
이렇게 되다보니 남북문제에서 전혀 진전이 없다.
역대 남북미 관계를 보면 한국이 이니셔티브를 잡으면 미국은 어느 범위 내에서 따라 가 주는 모습을 보였는데 이 정권 들어서는 미국이 귀를 기울여줄 만한 이니셔티브 자체가 없는 듯 하다.

걱정은 내년의 미국 대통령선거로 이어진다.
이 선거에서 이긴 정당이 한국의 다음 번 대통령과 파트너가 될 것이다.
그런데 공화당 후보군에서도 가장 극우적인 부동산 부자 도널드 트럼프와,
막말만 안 할 뿐이지 그에 못지않게 극우적 시각을 갖고 있다는 테드 크루즈가 선풍을 일으키고 있다는 소식이 불안하기만 하다.
뉴욕타임스나 워싱턴포스트 같은 미국 언론들도,
트럼프를 무솔리니나 나치에 비유하면서 심지어 미국이 히틀러에 무너진 바이마르 공화국처럼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소리를 쏟아 내고 있을 정도다.(설마 그럴 리는 없겠지)

그런데 이들을 소개하는 국제뉴스를 보면서 한 가지 신통한 점이 있긴 하다.
이들은 적어도 정치적 발언을 하면서 자신의 신념과 정책을 속이는 것 같지는 않다.
오히려 성차별 인종차별 발언을 서슴없이 하면서 지지자들을 결집시키고 열광하게 만든다.
적어도 무상보육이니, 노인 기초연금이니, 4대 중증질환 국가 전액 책임이니, 쌀 한 가마 22만원이니,
경제민주화니, 국민 백퍼센트 행복이니, 속이 뻔히 들여다보이는 사기로 유권자를 현혹하지는 않는다는 얘기다.
남 걱정말고 우리부터 잘 해야 할 일이다.


* 2015년 11월 23일(월)부터 [국민라디오] 강기석의 생각 하나가 주중 매일 오전 9시 방송됩니다. 아래 플레이 버튼을 누르시면 방송 다시 듣기가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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