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보좌관으로 일하는 한 후배에게서 연락이 왔다.
이 후배가 분노의 목소리로 전한, 그제 열린 의원 총회에서의 의원 발언 내용들이다.

강기정 의원.
“문재인 대표에게 시간을 줘야한다. 당원이 당대표 고발하고, 의원들 당무거부하고, 이게 당인가. 문 대표 지난 번에 당대표로 인정하기로 한 거 아닌가.”

양승조 의원.
“당무거부하고 있는 이종걸 주승용 유감이다. 아주 창피하다.”
양 의원이 열변을 토했고 이 대목에서 박수와 옳소! 잘 한다! 소리가 나왔다.

유기홍 의원도 “원내대표 당무거부 이해할 수 없다”고 발언했고
원혜영 의원은 “새누리당 박근혜 대통령과 싸우는데 매진하자”고 했다.

설훈 의원은 “지금은 아무리 좋은 제안이라도 분열 가져오는 거면 하지말자. 지금은 단합이 제일이다. 시간이 없다”고 했고,
전순옥 의원은 호남 기득권 의원들을 겨냥해서, 당 살리는 진짜 엄마, 당 분열시키는 가짜엄마라는 솔로몬의 지혜를 인용하며 당 분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당 분란의 주역들인 이른바 비주류측 의원들의 발언은 전혀 없었고,
이종걸 원내대표만이 “당무거부한 것 아니다”라고 하니깐 여기저기서 “무슨 궤변이냐, 내일부터 바로 최고위 참석하라”는 질책이 쏟아졌다고 한다.

후배가 분노한 것은 이런 소리들이 언론에 전혀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의원들의 의견이 제한없이 쏟아져 나오는 공식적인 자리에서 이 정도의 발언들이 대세를 이루었다면 새정치민주연합 내 현 상황이 어떤가가 명백한데도,
신문과 방송에는 탈당이며 신당이며 분당이며 비대위며 당 대표 사퇴가 어떠니, 당의 위기를 부추기는 기사들만 그득하다.

조중동 종편들이야 원래 그렇다치고 더 큰 문제는 한겨레신문 같은 진보 언론이다.
혁신을 하지 않으면 당이 궤멸한다면서 제일 먼저 ‘혁신’을 꺼낸 한겨레에서 지금은 혁신이 완전히 사라졌다.
그러다 보니 당 분열이 왜 시작됐는지 그 원인을 잊어 버리고,
현상으로 드러난 분열에 대한 더 책임만을 묻고 있다.
더군다나 혁신을 추진하는 문재인이 책임을 더 많이 져야 한다는 논조다.

어제 한겨레신문 1면 하단에 난 기사 제목이 「새정치 수도권 의원들 “분당되면 공멸”」이다. 의원 총회는 취재하지 않고, 이 기사의 표현대로 ‘조촐하게 모인’ 10여명의 의원들만 취재해서, 그들의 입을 빌어 “젊고 개혁적인 유권자들마저 문 대표, 안철수 의원 모두를 원망하며 속속 마음을 접고 있다”는 양비론을 전한다.
한겨레가 호남 기득권 신문은 아니지 않은가.


* 2015년 11월 23일(월)부터 [국민라디오] 강기석의 생각 하나가 주중 매일 오전 9시 방송됩니다. 아래 플레이 버튼을 누르시면 방송 다시 듣기가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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