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국회에서 야당에게 주어진 두 개의 숙제가 있다.

하나는 노동법, 다른 하나는 테러방지법이다.

노동법에 대해서는 노동계가 일치단결해 저항하고 있어 어느 정도 그 해악이 알려져 있지만 테러방지법에 대해서는 그다지 절박하지 않은 느낌이다.

약 20년 전인 96년 12월 17일에도 지금과 비슷한 상황이 있었다.

새정치민주연합의 전신이랄 수 있는 국민회의가 긴급 간부회의와 의원총회를 잇따라 열었다.

지금처럼 국회에 안기부법 개정안과 노동법 개정안이 상정된 긴박한 상황이었다.

안기부법 개정안은 이적단체 찬양고무죄와 불고지죄에 대한 수사권을 3년 만에 다시 안기부에 부여하는 내용이었다.

간부회의에서 김근태 부총재는 “유신 전야와 비슷한 상황”이라 했고

정책위 의장 이해찬은 “안기부 예산을 대선자금으로 유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대중 총재는 “고무찬양죄와 불고지죄에 대한 수사권을 안기부에 주려는 목적은 대선에서 이를 악용하겠다는 것”이라면서 “안기부법 개정을 저지하지 못하고 대선을 겪고 난 뒤 후회하면 늦으니 한 사람도 빠지지 말고, 뒤로 물러서지 말고 싸워 달라”며 ‘비상대기령’을 내렸다.

그러나 안기부법과 노동법 개정안은 12월 26일 새벽 신한국당 단독으로 날치기 통과됐다.

그리고 1년 후 대통령선거에서 안기부는 김대중 총재의 우려대로 오익제 북풍, 심지어는 북한군에게 판문점에서 총을 쏴달라고 부탁하는 이른바 총풍사건으로 부정선거에 깊숙이 개입했다.

지난 대선에서 국정원이 댓글부대를 운용하고 국가기밀문서를 유출하는 등 노골적으로 부정선거를 자행했다는 사실이 밝혀졌음에도, 이 엄청난 국기문란사태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국정원이 도청기구를 도입하는 등 국민을 감시하고 있다는 정황이 드러났는데도 이 역시 정확한 진상이 전혀 밝혀진 바 없다.

무소불위의 이 막강한 비밀정보기관에 대한 통제시스템이 전혀 작동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가 국정원 권력강화로 이어질 것이 분명한 테러방지법 제정에 협조할 수 있다는 뜻을 비쳤다고 한다.

지금은 국정원의 권력강화가 아니라 국정원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감시하고 통제할 방법을 강구해야 할 때이다.

인권 침해 우려 뿐 아니라 선거 때마다 무슨 장난을 칠지 모르기 때문이다.

선거개입은 중앙정보부 이래 안기부, 국정원으로 이름을 바꾸면서도 절대로 변하지 않은 이 기관의 DNA이다.

사나운 개를 키울려면 우선 단단한 목줄부터 준비해야 할 일이다.

솔직히 테러보다 더 무서운 게 국정원의 부정선거, 민주주의 파괴다.

* 2015년 11월 23일(월)부터 [국민라디오] 강기석의 생각 하나가 주중 매일 오전 9시 방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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