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자뷰 - 자유언론실천재단

어제 오후 잠깐 들른 조계사의 광경은 완전 데자뷰였다.

지금부터 20여년전인 95년 6월 6일 경찰이 명동성당에 난입해 들어 가 농성 중이던 한국통신 노조간부들을 끌어갔다.

그때까지 명동성당은 박정희 때도, 전두환 때도 공권력에 의해 한 번도 유린당한 적이 없는 성역이었다.

그런데 민주화운동의 투사였던 김영삼이 대통령으로 있던 시절, 더구나 김수환 추기경이 지키고 있는 명동성당을 경찰이 쳐들어 간 것이다.

김영삼 정권에서 그런 일만 벌어진 것이 아니다.

이듬해 그러니까 96년 12월 26일 새벽, 집권 신한국당은 국가보안법에 규정된 고무찬양제와 불고지죄에 대한 수사권을 다시 안기부에 부여하는 안기부법 개정안과

정리해고제, 변형근로제, 파업기간 중 무노동 무임금을 규정한 노동관계법 개정안을 ''날치기''로 통과시켰다.

이 역시 최초의 문민정부라던 김영삼 정권 때 일이다.

20년이 지난 지금 박근혜 정권에서, 긴급한 경영상의 이유없이도 회사 멋대로 노동자를 정리해고할 수 있는 노동법 개정안이 국회에 올라 있다.

국민을 테러범과 비교하는 대통령이, 왜 테러방지법을 빨리 통과시켜서 국정원, 예전의 안기부 권한을 대폭 강화하지 않느냐며 부르르 화를 내고 있다.

명동성당과 다를 바 없는 종교 성지 조계사에 쳐들어가, 그곳에 피신해 있는 노조지도자를 체포하기 위한, 경찰 투입을 카운트다운하고 있다.

최초의 문민정부 때 벌어진 일들이, 지금 똑같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종교 성역 침탈, 노동 개악, 비밀정보기관 권한 강화, 놀라울 정도로 똑같다.

지금은, 문민정부도 아닌, 박정희 유신정권을 방불케 하는 상황이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지금 박근혜 정권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노동법과 테러방지법을 통과시킨다해도 저는 놀라지 않을 것이다.

지금 당장 조계사를 유린한다고 해도 놀라지 않을 것이다.

다만 김영삼 정권이 이 세 가지 무리를 범하면서 급격히 몰락의 길을 갔다는 사실을 꼭 상기하고 싶다.

* 2015년 11월 23일(월)부터 [국민라디오] 강기석의 생각 하나가 주중 매일 오전 9시 방송됩니다.

관리자 freemediaf@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