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남 검찰총장 후보자는 19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5·16 군사정변에 대해 "개인적인 견해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는 것이 오히려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5·16을 군사쿠데타로 보느냐 혁명으로 보느냐는 정의당 서기호 의원의 질문에 "제가 어떻다 이렇게 이야기하는 게 중립을 지켜야 할 검찰총장의 직무를 수행하는데 오히려 지장을 줄 수 있다"며 "제가 5·16에 대해 개인적인 견해를 밝히지 못하는 것이 대통령 눈치를 보기 때문에 그렇다는 취지로 말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5·16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인 교수와 역자학자들 사이에서도 여러 가지 견해와 논의, 주장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후보자의 이런 발언은, 김현웅 법무부 장관이 수 개 월전 국회 청문회에서 ''교과서에서 5.16을 정변이라고 기술했다''라고 명확히 밝혔다"고 했고 이기택 대법관도 청문회에서 ''쿠데타로 보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답변한 것과 너무 거리가 멀다.

5.16은 박정희가 앞장서서 국방 의무에 임해야 할 군대를 불법 동원해 제2공화국을 무너뜨리고 정권을 장악한 군사 정변이며, 5.16과 유사한 12.12 쿠데타 사건의 주범 전두환, 노태우 전직 대통령들에 대해 대법원이 반란죄, 내란죄, 수뢰죄를 확정했다는 점에 비춰 김 후보자의 발언은 대단히 부적절하다.

5·16에 대한 권위있는 영문 자료는 ‘5.16쿠데타’로 기록되어 있지만 우리 사회에서는 군사 정변, 쿠데타, 혁명 등으로 불린다. 하지만 5.16은 군이 박정희의 진두지휘에 따라 군법 등에 따른 모든 명령체계를 짓밟고 국방 의무를 뒤로 한 채 서울로 진군해 제2공화국 무너뜨리고 정권을 장악한 사건이다. 당시 박정희는 장면 내각의 무능력과 사회 혼란을 이유로 들었다.

하지만 이승만 독재 잔재가 청산되지 못한 시대적 상황이 민주적, 합법적 방식으로 정리되어가는 절차를 무력으로 중단시키고 2공화국 자체를 전복시키면서 군사독재의 첫걸음을 시작한 것이다. 박정희 쿠데타는 전두환, 노태우까지 이어지는 30여 년 동안의 기나긴 군인통치의 길을 열었다.

5.16은 군이 정치를 강탈하는데 성공하면 ‘혁명’으로 미화될 수 있다는 전례를 남겨 전두환 일당에 의한 12.12 쿠데타가 자행된 원인가운데 하나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박정희가 쿠데타에 이어 불법, 탈법과 같은 온갖 방법으로 18년간 독재를 자행한 폐해는 전두환 일당이 12.12 쿠데타에 이어 광주학살을 자행해 정권 강탈을 하는 참혹한 비극으로 이어졌다.

12.12 쿠데타 사건은 1979년 12월 12일 전두환, 노태우 등이 이끌던 군부 내 사조직인 ''하나회'' 중심의 신군부세력이 일으킨 군 반란사건이다. 당시 전두환 일당은 최규하 대통령의 승인 없이 계엄사령관인 정승화 육군 참모총장, 정병주 특전사령부 사령관 등을 체포하고, 군부 권력을 장악했다. 당시 보안사령관이던 전두환 소장은 1212 군사반란 등에 앞장선 뒤 80년 9월 대한민국 11대 대통령이 되었다.

박정희는 생전에 쿠데타 범죄 등에 대한 심판의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 하지만 전두환은 대법원 판결에서 12.12 쿠데타 사건 등으로 무기징역이 확정된 것에 비춰 5.16 쿠데타의 범죄적 성격에 대한 간접적인 사법 판단이 나왔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런데도 검찰 총수가 될 후보자가 사법적 전문성에 입각한 발언을 회피한 것은 매우 심각한 일이다.

돌이켜 보면 김영삼 정권 시절인 1995년 7월 검찰이 전두환의 내란 및 내란목적 살인 혐의에 대해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며 불기소 처분을 한 뒤 엄청난 저항이 뒤따랐고 헌법재판소는 5개월 만에 신속하게 성공한 쿠데타도 처벌되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김 후보자가 청문회에서 드러낸 5.16에 대한 태도는 검찰의 시계가 20년 전으로 되돌아가지 않나 하는 의구심을 자아내게 만든다. 검찰은 ‘검사동일체의 원칙’에 따라 검찰총장의 소신이나 태도가 전체 검찰 조직에 심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김 후보자의 5.16쿠데타에 대한 태도는 법치주의를 후퇴시킬 결정적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김 후보자가 그렇지 않아도 정치편향, 인권침해 사건과 관련되어 법집행의 당위성에 대한 논란이 자심하다는 점에서 향후 검찰이 더욱 걱정된다. 즉 김 후보자는 지난 수년 동안 ‘국정원 대선불법개입사건’,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유출’, ‘채동욱 검찰총장 사퇴’ 등을 지휘했던 것으로 알려져 박 대통령이 그를 지명한 속내가 무엇이냐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

특히 역사 교과서를 정부가 앞장서 만들겠다고 나선 판에 검찰총장 후보자가 정부측의 입맛에 맞는 말을 국회에서 했다는 점은 매우 실망스럽다. 그의 태도는 박 정권 들어 이른바 출세한 인사들이 한결같이 보여주고 있는, 대통령 앞에서 고개 숙인 고위 공직자의 그것과 너무 닮아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박근혜 대통령의 묻지마 또는 불통 인사문제가 끊임없이 이어지면서 상식과는 너무 거리가 먼 인사들이 고위직에 포진하는 것은 정상과는 너무 거리가 멀다. 비정상이 정상이 아닌가 착각이 들 정도다. 이는 동이 틀 새벽의 어둠이 최고조에 달한 것을 의미하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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