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년의 일이니 벌써 26년여가 흘렀다.
나는 당시 경향신문 초대 노조 부위원장이었다.
3월인가, 4월에 회사가 발칵 뒤집힐 만한 사건이 발생했다.
''전두환 대통령각하 장기 집권을 위한 계획서''가 회사에서 발견된 것이다.
노조가 조사한 결과, 86년 쯤 당시 정치부 선배급 기자 몇 사람이 회사 부설 정경연구소를 중심으로 전두환 장기집권 플랜을 짠 것이다.
물론 이런 계획이 경향신문에서만 이루어진 건 아니고 일해재단 등 여러 곳에서 진행됐던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명색이 언론사에서 이런 흉악한 음모에 가담했다는 사실에 우린 더 없이 부끄러웠고 분노했다.
우린 언론사 노조 차원이 아니라 분노한 시민시위대로써 정 아무개 전 사장 집으로 달려 가 그의 인형 화형식을 거행하는 등 거세게 항의했다.
전두환 밑에서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지낸 자들이 아무 부끄럼없이 당당하게 신문사 사장으로 낙하산타고 내려오던 시절의 이야기다.

권력은 항상 ''영구''를 꿈꾼다.
독재권력은 더욱 그러하다.
박근혜 권력이라고 그러지 않을 리 없다.
임기가 절반을 넘어 가니 구체적으로 나온다.
아니나 다를까, 80년 이래 자주 들어 왔던 이원집정부제다.
반기문을 대통령 앉히고 친박 총리를 세웠다가 적절한 때 박근혜가 다시 대통령으로 등장한다는 시나리오다.

내각제는 또 어떤가.
지금의 정치지형으로는 새누리가 소수정당이 될 우려가 전혀 없다.
많은 야당 의원들이 선호하고 있기도 하다.
이들 권력구조 개편을 위한 개헌을 이슈로 내년 총선을 치룬다는 계획도 이미 나와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민생 이슈도 덮고, 보수층도 결집하고 이렇게 좋을 수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
역대 모든 독재자는 영구집권을 꾀했으되 반드시 민중의 항쟁으로 무너지고 단죄당했다.
예외가 없었다.
이승만이 4.19로, 박정희가 부마항쟁으로, 전두환이 6월시민항쟁으로 무너졌다.
내일 ''10만 민중 총궐기''가 범상치 않게 다가오는 이유다.
역사의 가르침은 추상같다.

관리자  freemediaf@gmail.com

<저작권자 © 자유언론실천재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