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가나가와현 앞바다 사가미만에서 18일 열린 일본 해상자위대의 국제관함식에 우리 해군의 4천 500톤 급 구축함인 대조영함이 참가했다. 한국 해군이 일본의 관함식에 함선을 보낸 것은 2002년 이후 13년 만이며 대조영함은 관함식이 끝나면 곧바로 열리는 수색·구조훈련도 함께 진행할 예정인 것으로 국방부는 밝혔다.

관함식이란 국가의 원수 등이 자기 나라의 함대와 장병 등을 검열하는 의식으로 한일 두 나라는 지난 5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국방장관 회담에서 관함식 참석에 합의했다. 수색구조훈련은 인도주의적 협력 차원에서 99년부터 격년제로 실시하고 있는 정례적 훈련으로 올해가 9번째로 알려졌다.

대조영함이 이번 일본 해군 행사에 참가한 것은 일본이 최근 집단적 자위권 행사와 전 세계에서 자위대의 활동을 가능하게 만든 안보법안이 통과되고 그 후 자위대의 한반도 진출 가능성을 놓고 국회에서도 크게 논란이 된 상황 등에 비춰 주목된다.

한국 해군이 일본의 관함식에 참가한 지난 2002년의 경우 일본 자위대는 일본 방어만 전담하는 전수방위 개념이 적용되던 터여서 오늘날 군국주의 부활이라는 비판까지 제기되는 일본의 재무장화 상황과는 크게 차이가 있다. 일본은 전쟁 가능국가가 된 첫 해에 한국 해군함까지 불러 아베 신조 수상이 참가한 가운데 큰 해군 행사를 벌인 것이다.

국방부는 일본 안보법 통과에 대해 한국의 동의 없이, 설사 미군의 요청이 있더라도 일본 자위대가 한반도에 함부로 들어올 수 없다고 강조하지만 이 ''동의''에 대한 실효성을 놓고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일본은 안보법에서 자위권 행사의 조건을 ''자국의 존립이 위협받고 국민의 권리에 명백한 위험이 있는 경우''라고 규정해 ‘위협’과 ‘위험’이 자의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데다, 타국의 ''동의나 요청''도 명시하지 않아 자위대가 한반도에서 무력을 사용할 우려가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한국의 전시작전권은 미군사령관에게 있어 한반도 유사시에 미군이 한국 정부의 승인을 받는 절차를 거칠 것이냐에 대해서도 회의론이 제기된다. 전시의 급박한 상황에서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이다.

또한 북한은 헌법상 한국의 영토이지만, 유엔에 가입한 독립 국가라는 이유로 일본이 유사시 미군과 함께 군사작전을 펼칠 수도 있다는 견해도 제기된 바 있다.

일본은 20세기 초 한반도를 강탈하기 전 탈취한 독도의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어 언젠가 독도를 무단 침탈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대조영함이 일본 해상자위대의 국제관함식에 참가한 날 일본 정부는 ''독도는 일본 땅''이라는 주장을 담은 자료 보전에 적극적으로 나서기로 했다고 일본 산케이신문이 보도한 것이 우연일까.

이 신문은 독도와 센카쿠열도의 영유권을 주장하는 자료 가운데 만들어진 지 100년 이상 되거나 개인이 소장한 게 많아 손상되거나 분실하지 않도록 전문가들이 보존 방법을 재검토한다고 전했다. 이 같은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 태도는 미래의 한반도 침략 근거를 확보한 것이라는 주장의 설득력을 높이고 있다.

아베 신조 일본 수상은 이번 관함식에 참가한 미국 원자력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에 탑승해 미·일 군사력이 세계 어느 곳에서든 공동 작전을 펼 수 있게 된 두 나라 동맹 관계를 과시했다. 1945년 미군에게 항복했던 일본의 수상이 70년만에 미국 항모에 올라탔고 일본은 이제 미국의 확고한 군사동맹국이 된 것을 지구촌에 과시했다. 이런 변화된 일본의 국제적 위상을 한껏 뽐낸 관함식에 한국 해군과 미국, 인도, 호주, 프랑스 함선과 함께 자위대 함정 36척, 항공기 37대가 동원됐으며 대잠수함 폭탄 투하 등이 시연됐다.

아베 정권이 과거 전쟁범죄를 부인하면서 미국과 함께 대중국 군사전략 수행 가능성을 현실화 하는 것을 미국은 직간접적으로 지원해 왔다. 미국은 이런 과정에서 한미일 군사공조를 강화해야 한다는 명분으로 한국 정부에 대해 한일 관계 정상화가 정답이라는 식의 압력을 행사해 왔다.

박근혜 대통령은 미국의 대북 정책에 찰떡 공조를 해온 한국 정부는 오는 11월 열리는 한중일 정상회담에서 한일 정상회담을 개최할 것이라는 입장을 엊그제 미국 방문 도중 밝혔다. 박 대통령은 한일 정상회담에 대해 위안부 문제 해결을 전제 조건으로 걸었지만 그것은 공수표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 일본의 전쟁 범죄 자체를 부인하는 뻔뻔스런 아베가 기회만 있으며 야릇한 미소를 입가에 흘리면서 외치면 요구했던 한일 정상회담이 서울에서 열리게 될 전망이다.

박 대통령은 중국을 방문해 극진한 대우를 받은데 이어 미국을 방문해 열린 한미 정상 회담에서 북한이 가장 민감해 하는 핵과 인권 문제를 포괄적으로 다룬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한미 정상은 평화통일도 강조했지만 어떤 방식으로 현재의 한반도 문제를 풀지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종래의 전략적 인내와 대북 압박, 공세를 계속한다는 방침을 확인했다.

한미정상회담의 대북 공동성명에 대해 북한은 반발하지 않고 있는데 이는 최근 중국이 북한에 대해 핵 문제보다 지역 안정을 우선하는 쪽으로 정책을 전환한 것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중국 환구시보는 얼마전 중국이 지난 수년간 지속했던 핵 문제 해결 우선 정책을 변경했으며 북중 우호관계의 복원이 시급하다는 쪽으로 정책을 변경한 것으로 보도했다.

한국 정부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샌드위치 신세가 되느냐의 여부는 한국 정부만의 독특한 카드를 활용할 수 있는 독자적 외교역량 확보에 좌우된다고 보인다. 한국이 미국과 중국이 요구하는 카드에 수동적으로 반응하는 자세를 지닐 경우 두 초강대국으로부터 독자적인 외교 변수로 인정받지 못하게 된다.

지금처럼 전시작전지휘권이 미군 손에 있는 것은 군사 외교적 차원에서 한국이 행사할 중요한 카드가 없는 것과 같다. 그것은 미국이 18조원에 달하는 한국형 전투기 사업권을 따면서도 핵심 기술 이전을 거부하면서 갑질을 하는 것과 같은 태도로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일본이 미래에 한반도를 재침할 근거를 확보하고, 과거범죄사에 대해 철저히 부인하는 철면피한 태도를 지속하는데도 한국이 미국의 압력에 의해 일본과의 관계 개선에 내몰리는 식의 굴욕을 예방할 방법은 없는가? 그것은 남북관계 개선과 경제공동체 추진 등을 통해 한반도 정세에 대한 강력한 카드를 확보하는 것이다. 주위를 아무리 살펴도 이 것 외에 한국이 취할 방도는 보이지 않는다.

남북이 전쟁을 벌이거나 북한이 붕괴할 경우 한반도를 주변 강대국들이 분할 점령할 것을 미국무부는 수년전에 이미 검토했다. 한반도 전쟁이 국제전으로 비화한다면 분단이전의 재통일은 어려워진다. 분단과 대립에서 승리하는 최상의 방법은 전쟁을 하지 않고 승리하는 것이다. 남북이 평화협정 등을 통해 상호 윈윈할 방법은 여전히 유효하다. ‘적이 도발하면 그 지휘원점까지 격파하겠다’고 외치는 군의 목소리에서 전면전 이후의 참상에 대한 책임감은 보이지 않는다. 한반도의 지정학적 특성상 전쟁은 안된다. 군비증강이 불가피하다 해도 평화적 해결을 위한 대화를 멈춰선 안된다.

청와대는 역사 교과서 국정화 같은 시대착오적 작업으로 국론을 양분시키는 식의 해괴한 일은 당장 때려치우고 6.15공동선언이나 8.25남북 합의를 실천하는 작업에 매진해야 할 것이다. 외세의 눈치만을 살피는 태도, 통일이라는 숙원 달성을 위한 한민족의 반쪽인 북한에 대한 미국 정책에만 협조하는 태도로는 대조영함이 아베 수상의 면전에서 겪는 것과 같은 낯 뜨거운 일을 피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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