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2일 오후 2시, 박 대통령 출국 하루 앞두고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계획을 발표, 여야 극한 대치 등이 우려된다. 야당과 시민사회단체 등의 격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속전속결로 밀어붙이는 양상이다. 당정 협의가 이뤄진 직후 정부가 국정화 계획을 서둘러 확정해 발표한 것은 예상외의 신속한 조치다.

정부가 국정화 계획 발표를 대통령 방미 하루 전에 하는 것은 상당히 계산된 결과로 추정된다.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계획이 발표된 다음날 박근혜 대통령은 미국 방문을 위해 출국하는 것은 언론 보도 등을 고려한 여론 조정이 아닌가 하는 의혹을 자초한다.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에 따른 국내 논란은 대통령 방미 소식에 가려지면서 언론 등을 통한 전달 강도가 약화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오는 13일부터 3박6일 일정으로 이뤄지는 박 대통령의 미국 방문에서 어떤 의제들이 논의될지 아직 확실치 않다. 하지만 북핵문제, 미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한국 배치문제나 최근 논란이 된 한국형 전투기(KF-X) 기술이전 등 휘발성이 강하고 민감한 현안들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이고 그런 만큼 대통령의 방미에 대한 언론 보도 등이 비중 있게 다뤄질 전망이다. 청와대 눈치를 보는 공중파나 종편은 물론 족벌신문들이 방미 소식으로 도배를 할 가능성이 크다.

박 대통령의 방미 소식이 국내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뤄질 경우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에 대한 반대 의견 등에 대한 뉴스는 뒤로 밀리게 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청와대는 현 정권 집권 이후 큰 사건을 다른 사건으로 덮는 식의 언론 플레이를 자주 해 온 것으로 지적받아 왔다.

정부의 국정화 강행은, 야당의 반대는 물론 전국적으로 각 시민·교육 단체의 찬반 집회가 향후 지속될 예정으로 심각한 국론 분열로 이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청와대가 경제난 등 많은 국가적 난제에도 불구하고 국정화를 강행하면서 철지난 이념 논쟁에 불을 붙이는 것은 내년 총선을 겨냥한 것이란 추정이 제기되는 이유다.

새누리당과 여권지지 단체들이 현행 한국사 교과서가 북한 추종 내용을 담고 있다는 논리를 집중적으로 내세우고 있는 것은 야권에 대한 종북공세 수법을 닮았다. 특히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국정화에 반대하는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 등을 공산주의자로 매도하는 것을 청와대가 방치하는 것을 우연으로 보기 어렵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

교육부가 최근 새누리당에 전달하고 야당의 전달 요구를 거부한,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필요성에 대한 ‘극우적 내용’의 자료는 고 이사장이 수장으로 있던 우익단체 국가정상화추진위원회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전해져 고 이사장이 국정화 추진 정치공작의 바람잡이 역할을 하고 있다는 의혹도 일고 있다.

청와대가 총선 6개월을 앞두고 국정화를 강행하는 것은 내년 총선도 야당을 종북몰이 희생양으로 삼아 치르겠다는 계산의 결과가 아닌가 하는 것이다. 현재 정부가 강행하는 국정화는 최종 결정까지 최소한 수 개월 이상이 걸리면서 찬반 논란이 종북 몰이식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크고 그렇게 될 경우 보수층의 결집 등으로 여권의 승리가 가능하다고 청와대가 계산했다면 이는 매우 심각한 망국적 정치행위다.

정치적 승리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특히 분단 상황을 악용하고 ‘빨갱이 사냥’ 게임을 벌이면서 국가보안법을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는 것은 독재정권에서 흔히 자행한 수법이다. 그러나 이명박 정권 이래 대소 선거에서 여권은 60-70년대식 독재 정권의 공작 선거를 변형시킨 방식으로 종북 카드를 반복적으로 악용하고 있다.

현재 새누리당과 청와대는 공천 문제로 내부 갈등이 심각하고 경제도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조건 속에서 치러지는 내년 총선에서 여권이 승리할 방안으로 청와대가 국정화를 강행하면서 고영주 이사장과 같은 공작정치 바람잡가 국회 국정감사장을 무대로 설치는 막가파식의 이념공세가 방치되고 있다. 청와대가 고 이사장에 대해 침묵하는 것은 과거 선거에서 흔히 그랬던 것처럼 야권에 대한 종북몰이 공세가 본격화될 예고편으로 풀이된다.

수구 세력의 분단 상황 악용과 민주주의 역행을 청산하기 위해서는 국보법 철폐와 같은 근본적 처방이 필요하지만 거대 야당은 이에 대해 침묵하고 있을 뿐이다. 현대판 매카시즘이 사라지지 않는 한 진정한 민주주의가 발전이 요원하다는 비관론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또 다시 국정화 강행 속의 종북몰이 공세가 작동되고 있다. 이 나라가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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