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의 대선 불법개입 사건으로 기소돼 대법원에서 파기환송 판결을 받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6일 보석으로 풀려나게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게 돼 주목된다.

원 전 원장은 민주주의의 기본인 선거에 국정원 조직을 동원해 불법적으로 개입, 국헌을 문란케 한 범죄 혐의를 받고 있는데도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게 돼 국민의 법 감정에 역행하는 것 아니냐 하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서울고등법원 형사7부(김시철 부장판사)는 두 번의 공판준비기일을 통해 피고인과 검찰 모두 주장을 정리하고 입증해야 할 사항이 많다고 판단돼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 차원에서 보석을 허가했다고 밝혔다.

원 전 원장은 국정원 사이버 심리전단 소속 직원 수십 명을 동원해 2012년 대선 과정에서 불법적으로 댓글을 올리는 식의 정치활동에 개입한 혐의로 2013년 6월 불구속 기소됐다.

원 전 원장은 1심에서 국정원법 위반만 유죄로, 대선 개입(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는 무죄로 판단해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으나, 지난 2월 2심은 원 전 원장에 대해 국정원법 위반은 물론 대선 개입 혐의까지 유죄로 보고 징역 3년을 선고하면서 법정구속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지난 7월, 핵심 증거인 국정원 직원의 이메일 첨부파일의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며 선거 개입 혐의를 인정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파기 환송하고 원 전 원장이 낸 보석신청은 기각했다. 대법원이 이메일파일의 증거능력을 인정치 않은 것에 대해 컴퓨터의 기본 상식조차 외면한 것으로 대법원이 청와대 눈치를 보면서 정치 판결을 내놓았다는 비판이 나왔었다.

원 전 원장 사건과 관련해 검찰 수사과정에서 검찰총장이 혼외자식 문제로 물러나고 수사관들이 교체 되는 등 정상적인 수사가 이뤄질 수 없는 상황이 지속돼 물의를 빚기도 했다. 원 전 원장 사건에 대한 수사 과정에서 검찰총장 경질에 결정적 역할을 했던 법무장관은 총리 직을 수행하고 있다.

원 전 원장이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임할 경우 재판과 관련한 증거와 증언 등이 백지화될 개연성과 함께 원 전 원장에 대한 파기 환송심이 장기화될 경우 국정원의 부정선거 의혹으로 가장 큰 혜택을 받은 것으로 보이는 박 대통령의 임기가 종료 시점에 가까워질 가능성도 있다.

보석은 법원이 피고인으로부터 도주하지 않고 정해진 기일에 출석하겠다는 약속으로 보증금이나 서약서를 받은 뒤 일시 석방해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인데 원 전 원장이 얼마의 보증금을 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한편 대선 등에 국정원과 비슷한 형태로 댓글 등을 통해 불법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는 군사이버사령부의 경우 당시 사령관 등이 형사처벌을 받는 과정에서 ''당시 국방부 장관은 모르는 일''이라고 주장해 군 조직의 명령체계상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라는 반론이 제기됐지만 국방장관 등에 대한 수사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군사이버사령부의 대선 개입은 당시 부대 최고 지휘관이 혼자 알아서 한 범죄로 규정돼 깃털만 처벌되느냐 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당시 국방부 장관은 청와대 안보실장을 맡아 대통령을 측근에서 보좌하고 있다.

2012년 대선에서 국정원과 군부대의 조직적인 불법개입 사건에 대한 수사가 누가 보아도 불충분하게 이뤄지고 대통령도 최고법원에서 결과가 나오면 보자는 식으로 정치적 책임은 고사하고 최소한도의 도의적 책임도 지지 않고 있다. 제1야당도 ''대선 불법 선거= 대통령 당선 무효''는 아니라는 식의 해괴한 논리로 침묵하고 있다.

민주주의의 첫걸음은 공정 선거이지만 2012년 대선이 미국 워터게이트 사건보다 더 심각한 불법 선거로 수사 과정 등에서 드러났지만 부정선거의 혜택을 받았을 것으로 추정되는 대통령은 모르쇠하는 최악의 정치적 행위를 하고 있다. 더욱이 야당이 부정선거 당선자의 적법성에 대해 문제 삼지 않으면서 향후 부정선거로 당선된다 해도 임기를 채우는 것이 허용된다는 매우 불행한 전례가 현재 진행형으로 굳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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