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25일 ''대미외교''라는 명분으로 미국을 찾아간 새누리당 대표 김무성이 참으로 우스꽝스러운 ''굴욕외교''를 펼치고 있다. ''대선후보급 수행원단''을 거느리고 그가 날마다 미국에서 펼치는 ''미국 만세 쇼''는 정도를 벗어나 한국 최대의 수출국이자 미국과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을 극도로 자극했을 것이다.

그는 "역시 중국보다는 미국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가겠다"고 공언했다. 2013년 1월 대통령 당선자 박근혜의 특사 자격으로 중국에 가서 "한국으로서는 미국과 중국 중 어디가 더 중요하다는 말을 하기가 그렇다. 중국은 가장 가까이 있고 교류와 왕래가 잦은 곳이다"라고 한 말은 아예 잊었단 말인가?

김무성은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의 군사정권 시절 미국을 방문한 그 어느 집권당 대표도 하지 않은 ''큰절 외교''로 나라 안팎에서 크게 눈길을 끌었다. ''낙동강 전선을 지켜낸 장본인으로 대한민국 최고 영웅이자 은인''인 초대 미8군 사령관 워커의 묘 앞에서, 마치 봉건왕조 시대 신하가 임금의 묘소 앞에 꿇어 엎드려 절을 하듯이 많은 수행원들과 함께 지극정성으로 예를 갖추었다.

역사학자 전우용은 트위터에 "1883년 미국에서 큰절하는 민영익 일행과 그로부터 132년 뒤 미국에서 큰절하는 김무성"이라는 글과 함께 두 사진을 올렸다. 1883년 미국인들의 반응은 "별 희한한 것을 다 보겠네 정도였다"고 한다. 김무성은 수도 워싱턴의 한 호텔에서 열린 ''한국전 참전용사 만찬''에서도 큰절을 올렸다. 고마움을 표시하는 방법이 ''과공비례''의 극치에 이른 것이다,

마침 미국 대통령 오바마가 아프리카를 순방 중이어서 그렇지, 김무성이 백악관에 가서 그를 만나 큰절을 올렸다면 <기네스북>에 올랐을 것이다.

김무성은 엉뚱하게도 미국에서 "김구 선생을 존경하지만 이승만 건국 대통령이 맞다. 이승만을 우리의 국부로 봐야 한다"라는 말도 했다. 2017년 대선에 출마하기로 작심하고 보수세력에 던진 메시지임이 분명하다. 가뜩이나 그의 아버지가 ''친일 전력'' 시비에 휩싸여 있으니 이 판에 자신의 정체성을 더 명확히 하자는 뜻일까?

김무성이 합리적이고 전향적인 사고를 하는 정치지도자라면 미묘하게 변화하는 동북아시아의 세력 판도에서 미국과 중국을 상대로 균형외교를 펼쳐야 하는 한국의 입장을 이해해 달라고 말했어야 한다. 차마 "이른 시일 안에 전시작전권을 한국 정부에 돌려달라"고 말하지는 못하더라도.

벌써부터 2017년 대선이 걱정이다. 박근혜의 강압에 굴복해서 동반자이던 유승민을 ''배신''한 김무성 같은 인물들이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설 것이 뻔하니 말이다.

김무성이여, "이제 됐다. 그만하고 빨리 돌아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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