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보고 싶었던 두 편의 영화 중 ''소수의견''을 먼저 봤다. 변호인 못지않게 잘 만든 법정영화다. 실화를 바탕으로 하지 않았다는 전제를 깔았지만, 우리가 언젠가 어디선가 한 번씩은 듣거나 겪었음직한 에피소드들이 가득했다. 이것들이 얽히고 설키면서 국가권력의 폭력성과 이를 은폐하기 위한 조작을 고발하고 있다. 한 마디로 우리가 쉽게 잊고 지내는 진실과 정의에 대한 묵직한 질문을 던지는 영화다.

배우들은 오버하지 않으면서도 훌륭한 감성 연기를 보였다. 이경영은 억울한 철거민, 유해진은 선한 변호사, 김옥빈은 씩씩한 여기자, 권해효는 까칠한 판사 역을 너무도 잘 소화했다. 주임검사역을 맡은 이름을 잘 모르는 배우도 때려 주고 싶을 만큼 악질 검사로 손색이 없었다. 영화는 이들의 연기와 함께 적절한 긴장감, 갈등, 반전 등 법정영화의 모든 요소를 잘 갖추었다.

그런데 이 잘 만든 영화의 누적 관객수가 40만명에도 못 미친다고 한다. 왜 아니랴. 나부터가 영화 보기가 무척 힘들었다. 처음부터 이 영화를 보리라고 작심했는데도 그랬다. 상영하는 극장 수도 적었을 뿐 아니라 설사 상영을 하더라도 대부분 하루 두 번이 고작이었다. 직장인이라면 오후에 땡땡이를 치던가 심야영화를 봐야 할 지경이다.

나는 내게 비교적 접근성이 좋은 종로 서울극장에서 봤지만, 평소 내가 주로 영화를 관람하는 CGV 서울 영화관 중에서 이 영화를 상영하는 곳이 단 4곳(‘연평해전’ 27곳). 더구나 상영 회수는 상영관마다 ‘연평해전’이 시간대 별로 10여차례 이상씩 촘촘히 짜여 있는 반면 ‘소수의견’은 딱 2차례인 것이다. 상영회수로 따진다면 270-8인 것이다.

이것이 혹시 지상파TV 4-0, 종편 4-0, 뉴스 전문채널 2-0, 중앙일간지 발행부수(조중동-경향.한겨레) 250-40이라는, 언론의 ‘기울어진 운동장’ 현상과 관련이 있는 것 아닌가.

나는 조만간 ‘연평해전’도 관람할 것이다. 이 영화 보는 것이 관람이 아니라 ''참전''하는 것이라며 설레발치는 신문이 있어 밥맛 떨어지기는 하지만, 어쨋든 5백만명 넘는 국민들이 보면서 애국심을 고취했다 하니 한 번 봐두기는 해야 할 것같다. 하지만 바라건데 애국만 아니라 정의도 생각하는 나라가 됐으면 좋겠다. 정의가 살아 있는 나라가 사랑도 받을 자격이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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