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18일 임명된 박노황 신임 이사장은 TBS의 방송 편성과 제작 자율성을 무참히 유린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박노황 이사장 임명에 대해 언론계는 지속적으로 경고의 목소리를 높여 왔지만, 부당한 방송 개입 시도와 편성책임자들에 대한 해고통보가 이어지는 등 ‘TBS 망치기’는 예상보다 더욱 빠르고 전방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TBS 사측은 10월 9일 갑작스런 FM라디오 개편을 실시하여 서두원 전 SBS 본부장이 진행을 맡는 프로그램과 오전 7시 시정 프로그램을 신설했다. 서두원 전 SBS 본부장은 박노황 이사장이 직접 영입한 인물로, 사측은 두 차례 열린 편성위원회에서 제작PD들의 강력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진행자 선임을 강행했다. 이 두 프로그램 신설은 방송 자율성의 기본틀인 편성위원회를 요식행위로 만들어 이사장의 낙하산 진행자를 세우고 서울시정 홍보 방송을 편성한 노골적인 편성 개입이다.

더 큰 문제는 이 두 프로그램이 서울시가 지원하는 제작비로 만들어진다는 사실이다. 서울시의회가 제작비 0원이란 초유의 압력에 나서더니, 서울시장은 특정 프로그램 편성 대가로 제작비를 지원하는 ‘돈 줄 흔들기’에 나선 꼴이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공영방송 장악의 공통 수단인 재원 통제가 가져온 최악의 결과다.

박노황 이사장의 부당한 방송 개입이 일어나는 가운데, 사측은 전 전략기획실장과 라디오제작본부장에 대한 부당 해고까지 강행하고 있다. 더욱 어처구니 없는 일은 해고가 ‘심의 관리 부실’이라는 명분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명분일 뿐 실제 통보된 해고 사유가 정확히 무엇인지 TBS 노동자 누구도 알 수 없다.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조치였다면, 대상자를 비공개로 처리해서 해고 사유를 공개하는 것이 상식적이다. 어떤 방송사에서 사내 심의 관리 부실이 해고 사유가 될 수 있는가. 차라리 사측은 이미 폐지된 김어준의 <뉴스공장>과 신장식의 <신장개업> 제작에 대한 면죄부를 받기 위한 몸부림이라 인정하라.

박노황 이사장이 TBS를 망치는 동안 오세훈 서울시장도 거들고 있다. 서울시는 이른바 ‘김만배 녹취록 인용보도’를 근거로 TBS에 대한 집중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언론보도사항 관련 조사’라는 명목의 조사 계획은 어떤 공영방송도 받지 못한 조사다. 아무리 서울시의 출자출연기관이라도 보도 내용을 지방자치단체가 집중 조사 한다는 것은 명백한 언론 자유의 침해다.  그동안 오세훈 서울시장이 언론 인터뷰에서 밝힌 ‘독립되고 공정한 방송’이 결국 이런 것인가.

여기에 더해 서울시의회는 행정감사 자료제출 목록에 이례적으로 노동조합과 관련한 요청자료를 추가했다. 최근 3년 간 노동조합의 회의록 제출 요구 등 위헌적인 요소도 다분한 행정감사를 진행하려 하고 있다. 박노황 이사장과 오세훈 서울시장, 그리고 서울시의회 국민의힘 의원들까지 모두가 TBS를 자신들의 위세를 확인할 수단으로만 쓰고 있다.

박노항 이사장 임명, 일방적인 프로그램 편성, 부당 해고, 방송보도 검열 등 이 모든 사태의 책임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은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전국언론노동조합 TBS지부는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묻는다. 도대체 어디까지 TBS를 망가뜨릴 셈인가. 시민의 방송을 또 다시 시장의 방송으로 만들려는가.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금이라도 책임있게 TBS 정상화를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라.

2023년 10월 10일
전국언론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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