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MB 청와대 홍보수석실이 방송장악의 실질적인 설계자라고 판단”

“윤 지검장, 이동관 구체적 혐의 확인하고도 왜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나”

▲2018년 3월 서울 강남구 논현동 이명박 전 대통령의 자택에서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가운데 앞), 김효재 전 대통령실 정무수석(왼쪽) 등이 차에 탄 채 나오고 있는 모습. 이동관 전 수석은 현재 방통위원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으며, 김효재 전 수석은 현재 방통위원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다. ⓒ연합뉴스

▲6일자 경향신문 1면.

방송통신위원장 유력 후보인 이동관 대통령실 대외협력특보가 과거 이명박 정부 홍보수석 시절 국가정보원과 공모해 MBC 방송장악을 기획했다는 검찰의 수사보고서가 언론을 통해 알려지며 비판 여론이 더 거세졌다. 수사보고서 작성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이었던 윤석열 검사를 향한 책임론까지 불거지는 국면이다.

경향신문이 5일 확보한 2017~2018년 국정원 불법사찰 관련 검찰 수사기록·증거기록·진술조서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은 2017년 11월5일 ‘MBC 방송장악 관련 청와대 홍보수석실 관련성 검토’라는 제목의 수사보고서를 작성했다. 검찰은 과거 2010년 3월2일 국정원이 작성한 ‘MBC 정상화 전략 및 추진방안’ 문건에 대해 “청와대 홍보수석실이 실질적인 문건 작성 지시자로 추정된다”며 “홍보수석실에서 국정원을 통해 MBC에 대해 청와대의 지시를 잘 따르는 경영진을 구축하고 정부 비판 방송을 제작하는 기자·PD·간부진을 모두 퇴출시키는 등 방송사 장악 계획을 세운 것으로 판단된다”고 썼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MBC 담당 국정원 정보수집관은 “이 문건은 원래 청와대 홍보수석실에 보고하기 위해 만든 것”이라며 “홍보수석 이동관은 이 문건을 한 번 보고 버리려고 만든 것이 아니라 MBC에 전달하여 정권의 구미에 맞는 프로그램을 방영하고 친정부적인 사람을 출연시키려고 한 것이다. 이동관과 김재철이 엄청 친한 사이”라고 진술했다.

검찰은 홍보수석실이 국정원에 요청한 ‘일부 연예인의 수면마취제 중독설 점검’ ‘라디오 시사프로 편파방송 실태 및 고려사항’ ‘KBS 조직개편 이후 인적쇄신 추진방안’ 등 다른 문건들에 대해서도 “홍보수석실이 신설된 2009년 8월31일 이후 홍보수석비서관 이동관일 때 (문건이) 집중돼 있으며, 문건의 내용을 볼 때 방송사에 대한 직·간접적인 영향력 행사를 목적으로 작성되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썼다. 하지만 관련 검찰 수사는 언론비서관실 행정관 참고인 조사 선에서 끝났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는 6일 성명을 내고 “앞서 큰 논란이 됐던 ‘MBC 정상화 전략 및 추진방안’ 문건에는 MBC 간부진을 비롯한 시사고발 프로그램의 제작진 교체, 노동조합 무력화 및 조직 개편, 소유구조 개편 논의 등 정권의 MBC 장악 시나리오가 자세히 담겨 있다”고 설명한 뒤 “여기에는 손석희, 김미화 씨 등 일부 프로그램 진행자들을 ‘문제 진행자’로 규정하고, ‘반드시 교체한다’는 내용까지 기재돼 있다. 문건에 담긴 내용은 김재철 사장 체제에서 그대로 시행됐다”며 사태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번 수사보고서를 가리켜 “검찰조차도 이동관 당시 홍보수석이 방송장악 문건의 배후임을 명확히 한 것”이라며 “이런 데도 이동관 내정자는 자신의 ‘방송장악’ 과거에 대해 여전히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 정도 진실이 드러났다면, 스스로 나서 과거를 고백하고 물러나는 것이 공직자로서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고 주장했다. 또 “2017년 11월 해당 수사보고서가 서울중앙지검에서 작성될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이 윤석열 대통령”이라며 “당시 이동관 홍보수석의 구체적 혐의를 확인하고도 왜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는지, 이 같은 방송장악 과거를 분명히 알고도 왜 방통위원장 임명을 고집하는지 직접 답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윤석열 대통령. ⓒ연합뉴스

한민수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6일 “검찰은 MB 청와대 홍보수석실이 방송장악의 실질적인 설계자라고 판단했다. 참고인 진술들이 모두 홍보수석으로 향했음에도 검찰 수사는 행정관을 참고인 조사하는 것으로 끝났다”며 “그 홍보수석이 지금 이동관 특보이고 검찰 수사를 지휘했던 장본인이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이라고 강조했다. 한 대변인은 이어 “이동관 수석에 대한 수사를 덮어줬던 윤석열 지검장이 이제 대통령이 돼 이동관 특보를 방송장악의 첨병으로 삼으려 한다는 의심을 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윤석열정권 언론장악저지 야4당 공동대책위원회도 5일 입장을 내고 “당시 수사보고서에는 이동관 홍보수석실과 국정원의 밀착 관계, 방송장악을 위한 홍보수석실의 지시사항 및 이행실태가 구체적으로 담겨있다. 국정원 직원 등의 진술, 이를 뒷받침하는 구체적 정황과 자료 등이 확보됐는데도 당시 서울중앙지검은 꼬리 자르기 수사를 했다”며 “구체적 진술과 정황에도 왜 수사를 행정관 선에서 덮었는지 당시 수사 지휘 검사장이었던 윤 대통령이 직접 해명하라”고 요구했다. 나아가 “이동관씨를 특보에서도 당장 경질하라”고 요구했다. 대통령실의 ‘이동관 지명’ 움직임이 이제는 독이 되어 ‘윤석열 검사’까지 겨누고 있다.

* 이글은 2023년 07월 06일(목) 미디어오늘 정철운 기자의 기사 전문입니다. 기사원문 보기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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