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출입기자들 사이 ‘우리 출입기자 맞냐’ 얘기 나와”

취재 제한 반복 속 “우리가 대통령실 출입 기자 맞냐는 자조적 말들 나와”

언론자유 위축 ‘무관심’엔 “언론사 특권의 위축으로 해석되는 건 아닐까”

▲11일 ‘윤석열 정권 1년, 추락하는 언론자유’를 주제로 열린 현업언론단체 긴급토론회. ⓒ전국언론노동조합

11일 ‘윤석열 정권 1년, 추락하는 언론자유’를 주제로 열린 현업언론단체 긴급토론회 참가자들은 지난 1년의 사건들이 가리키는 ‘퇴행’에 주목하며 남은 尹 정부 임기 4년을 우려했다. 김동훈 한국기자협회장은 “올해 세계언론자유지수가 47위였다. 생각보다 많이 안 떨어졌는데 공교롭게도 MB정부 첫해가 47위였다. 이듬해엔 69위까지 곤두박질쳤다”며 “지금 윤석열정부 행태로 봐서는 MB정부 때 기시감이 든다”고 했다. (▶ 5월 11일 현업언론단체 긴급토론회 [윤석열 정부 1년, 추락하는 언론자유] 유튜브 생중계 보러 가기 클릭)

2020년 KBS 보도국장을 역임한 엄경철 공영미디어연구소장은 “2008년 정연주 KBS 사장 해임 당시 (MB정부가) 감사원·검찰을 동원해 6개월 만에 공영방송 사장이 해임됐다. 지금은 취임 1년이 됐지만 같은 방식의 장악이나 시도는 먹히지 않고 있다”며 이 같은 ‘진전’이 “정 사장이 무죄판결을 받으며 이 사례가 학습됐고, 종사자들이 싸웠던 기록의 힘이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래서 나온 ‘신개념’ 공영방송 장악 방식이 ‘수신료 분리징수 압박’이라는 지적이다. 엄경철 소장은 “지금껏 어느 정부도 분리 징수를 하자고 직접 나서지 않았다”고 강조한 뒤 대통령실의 국민제안을 두고 “현 정부 미디어정책에서 논의된 바 없다가 갑자기 대통령실이 이 문제를 들고 나온 것은 정순신 비판 보도 아니면 설명이 안 된다“고 했다. 앞서 KBS는 2월24일 정순신 국가수사본부장 아들의 학교폭력 문제를 단독 보도했고, 정순신 본부장은 다음날 사퇴했다. 그리고 보름 뒤 분리 징수 국민제안이 등장했다. 엄 소장은 “효능감 차원에서 ‘내가 KBS를 안 보는데 왜 내‘, 이런 시민들 입장을 이해하지만 그럼에도 수신료는 공영방송의 언론자유와 맞닿아 있다”며 그 필요성을 강조했다.

엄경철 소장은 ”여당의 라디오 출연진 성향 분석도 큰 문제“라며 ”방송법 위반이자 편성권 침해“라고 했다. 엄 소장은 ”비정치인의 이력을 갖고 성향을 분류하는 방식은 대단히 위험한 사상검증이며 블랙리스트“라 우려하며 ”공정성을 측정하려면 발언의 논조, 갈등 프레임 분석 등이 필요한데 낙인찍듯이 비정치인을 정치인화하는 방식은 부적절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보수정권에서 언론자유 추락을 반복적으로 보고 있다“며 ”이제 시작에 불과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래픽=안혜나 기자.

나준영 한국영상기자협회장은 “지난해 9월 대통령 비속어 발언 보도 이후 대통령실 출입기자들이 현장에서 느꼈던 좌절감, 취재위축은 여러분이 다 아실 것”이라며 “현재 (대통령실이) 취재 자체를 제한하는 방식으로 가고 있다. 정상회담이라든지 주요 회의에 있어서는 대통령실 기자단 취재가 제한되고, 녹취도 할 수 없게 하는 조치가 있어서 현장에서 항의하는 일도 수시로 발생하고 있다”고 했다. 나준영 회장은 “보안 등을 이유로 내세우지만 대통령실 전속영상팀이 촬영·편집한 영상을 출입기자단에 제공하는 경우가 너무 많아지다 보니 대통령실 출입기자들 사이에선 ‘우리가 출입기자가 맞냐’는 자조적인 말들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나준영 회장은 “MBC 기자 전용기 탑승 불허 논란 당시 출입기자단에서는 MBC가 취재 현장에 합류할 때까지 모든 취재를 하지 않기로 합의가 되었지만, 각사 논의를 거치는 과정에서 합의가 깨진 것으로 알고 있다”며 동료 언론인들을 향해 “언론의 위기는 회피한다고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싸워서 언론자유를 쟁취했던 역사를 자각하는 우리 스스로의 노력도 필요하다”고 했다.

엄경철 소장도 “언론자유는 주어지는 게 아니고 쟁취하는 과정에 존재하는 것”이라고 강조하며 “언론자유 위협의 사례들이 쌓이고 있는데 체감적으로 느끼기에 시민들은 큰 관심이 없다. 위협으로 느끼지 않고 있다. 혹시 우리가 말하는 언론자유 위축이 언론사 특권의 위축으로 해석되고 있는 건 아닐까”라고 반문했다. 엄 소장은 언론자유 위협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높이기 위해 “제도권 언론사들이 시민 개인의 표현의 자유를 제대로 대변하고 강도 높게 대리해주고 있는 것인가에 대한 반성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심석태 세명대 저널리즘대학원 교수는 ”특정 권력만이 아니라 그 권력의 지지자들까지 비판적인 언론을 통째로 비판적 정치세력과 한 편이라고 인식하는 문제를 극복하지 않는다면 반복되고 있는 권력의 언론 통제, 순치 시도를 극복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심 교수는 ”어떤 정권의 언론 통제는 좋은 것이고 어떤 정권의 언론 통제는 나쁜 것일 수 없다. 그래서 원칙이 중요하다“며 ”언론 단체들의 권력 비판이 그 자체로 정치 행위로 읽히게 해서는 확장성 없이 진영 논리에 갇히고 말 것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심석태 교수는 또한 ”여당만 감시하는 언론, 야당만 감시하는 언론은 모두 정파적 언론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며 ”언론이 정치권력의 통제 시도는 물론 언론의 공적 가치와 독립성에 대한 소비자들의 폄하로부터 스스로를 지켜내기 위해서는 저널리즘 원칙에 입각한 높은 품질의 보도를 하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 이글은 2023년 05월 12일(금) 미디어오늘 정철운 기자의 기사 전문입니다. 기사원문 보기 클릭

관리자 freemediaf@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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