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가 5·18민주화운동 당시 광주로 가 참상을 카메라에 담은 기자들에게 감사패와 상금을 전달했다.

지난 2020년 한국일보는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5·18 현장 사진 1868장을 5·18 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에 제공했다. 진상조사위는 한국일보가 제공한 사진을 바탕으로 행방불명자 신원을 확인했다. 한국일보 사진에 시신 일련번호 등이 있었기 때문이다. 또 한국일보의 사진은 1980년 5월21일 계엄군이 전남도청 앞에서 집단 발포한 상황을 재구성하는 것에도 도움을 줬다.

▲3월1일자 한국일보 19면 기사.

진상조사위는 지난해 12월 미공개 사진을 제공해 진상규명에 도움을 줬다며 한국일보에 감사패와 보상금을 지급했다. 이 사진은 한국일보가 자료실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인턴 직원이 우연히 발견한 것으로, 고 김해운·한융·박태홍·김용일 전 기자가 광주로 가 촬영한 것이었다.

한국일보는 감사패와 상금을 기자들에게 줘야 한다고 판단해 지난달 28일 프레스센터에서 감사패 전달식을 개최했다. 한국일보가 기자들에게 전달한 감사패에는 “선배님이 기록했던 1980년 광주, 그 비극의 장면들이 이제야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한 컷 한 컷 다 소중한 역사이고 진실입니다. 언론이 해야 할 일, 기자가 해야 할 일을 다시 한번 되새기게 됩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고 김해운 전 기자의 감사패·상금은 손자인 김수현 씨가 받았다.

박태홍 전 기자는 1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중앙 언론에서 그러한 일(5·18)을 했다고 상을 주는 것은 처음이다. 상을 받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고, 운이 좋았던 것”이라고 했다. 박 전 기자는 당시 중앙 언론뿐 아니라 광주 지역 언론이 고생이 컸다고 공을 돌렸다. 박 전 기자는 “광주의 사진기자들이 고생이 많았다. 광주일보, 전남일보, 전남매일 등 광주 시내에서 취재하는 기자들이 고생했다”고 말했다.

박 전 기자는 “한국일보 기자들이 찍은 사진이 도움이 됐다고 하지만, 당시엔 너무 움츠러들어 기록해야 할 사명을 다하지 못했다는 생각에 부끄럽다”며 “계엄령하에서 신문이 나갔기 때문에 사진이 지면에 실리지도 못했다”고 밝혔다.

박 전 기자는 28일 전달식에서 “광주에 들어갔는데 사태가 그렇게 번질 줄 몰랐다”며 “광주에 들어가면서 시민군들에게 붙잡혀 카메라 가방을 빼앗겼다. 시민군들은 기자들이 보도하지 않으니 반감이 컸다”고 당시 상황을 술회했다. 또 박 기자는 “이후 시민군들은 카메라 가방을 그대로 돌려줬다”며 “카메라를 숨기고 다니며 몰래몰래 사진을 찍었다. 필름을 서울로 보내기 위해 장성까지 시민인 양 자전거를 타고 나가서 필름을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김수현 씨는 “이런 기회로 할아버지에 대해 항상 알고 싶었는데 깊게 알 수 있게 돼서 정말 좋았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자료실에서 사진을 발견한 인턴 직원에게도 상을 줬다고 밝혔다.

* 이글은 2023년 03월 01일(수) 미디어오늘 윤수현 기자의 기사 전문입니다. 기사원문 보기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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