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민주노총 건설노조를 향한 공세를 가속화하는 가운데 건설노조가 28일 노조탄압을 규탄하며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건설노조는 집회 전날인 27일 상경 투쟁을 예고하며 “윤석열 정권을 향한 마지막 경고”라고 밝히는 한편, 취재진에게 “최소한의 팩트체크”를 거듭 당부했다.

건설노조는 이날 오전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지난 20일 발표한 건설현장 범정부 대책에 입장과 향후 계획을 밝혔다. 또 정부와 언론을 통해 유포된 건설노조 관련 주장에 사실관계를 밝혔다.

앞서 정부는 지난 20일 ‘건설현장 불법·부당행위 근절대책’을 발표했다. 정부는 △조합원 채용 교섭 △전임비 지급 △월례비 관행을 건설노조의 불법 행위로 규정하고 단속·처벌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21일 ‘건설현장 폭력’을 가리켜 ‘건폭’이라는 신조어를 쓰면서 “강력 단속”을 지시했다.

▲민주노총 건설산업연맹 전국건설노동조합은 27일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건폭 매도윤석열 정권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범정부 대책에 대한 노조 입장과 28일 상경투쟁 계획을 발표했다. 장옥기 건설노조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강한수 건설노조 수석부위원장은 정부와 다수 언론이 고용 관련 교섭을 ‘노조의 채용강요’라고 규정한 데에 “조합원임을 이유로 고용 차별을 하지 않도록 신의성실에 의한 노사 협약을 맺은 것인데 정부는 고용협약뿐 아니라 단협 자체도 협박 또는 강요라 말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송주현 건설노조 정책실장은 “현재 직업안정법상 노조는 인력 공급에 대한 권한을 갖는다. 채용 요구는 그 자체로도 불법이 아니다”라고 했다.

강 수석부위원장 설명에 따르면 건설노조는 2017년부터 전국 250여개 전문건설업체와 임금단체협약을 맺고 있다. 건설업 전반에 펴진 다단계 불법 하도급 구조 아래 건설노동자가 상시 고용불안에 시달려왔고, 노동조합이 교섭에서 노동자들의 고용 안정을 요구하고 불법 시정을 요구해왔다는 것이다.

▲민주노총 건설산업연맹 전국건설노동조합은 27일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건폭 매도윤석열 정권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범정부 대책에 대한 노조 입장과 28일 상경투쟁 계획을 발표했다. 사진=김예리 기자

강 부위원장은 정부와 언론이 전임자 임금 지급을 ‘부당한 금품 갈취’라고 규정한 데에도 “어떤 금품 갈취가 노사 간 합의로 이뤄지는가”라며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에 있는 유급 근로시간 면제제도를 노사 합의를 통해 운영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정부가 불법으로 규정한 타워크레인 업계의 ‘월례비’ 지급 관행에도 건설노조는 “법원이 인정한 근로 대가”라고 밝혔다. 국토교통부는 월례비를 요구하는 타워크레인 조종사를 형법상 공갈죄로 처벌할 수 있다고 밝혔지만, 광주고법은 지난 16일 월례비가 공사기간 단축을 위해 위험작업을 수행한 데 대한 사실상의 임금 성격이라고 판결했다. 강 위원장은 “(월례비 관행은) 타워크레인 조종사들은 타워크레인 임대사와 근로계약을 체결하지만 건설단종(전문업체)가 작업지시를 하는 기이한 고용형태에 따른 문제점”이라고 했다.

▲민주노총 건설산업연맹 전국건설노동조합이 타워크레인 월례비에 대한 협약 피켓을 들어보이고 있다. 건설노조는 27일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건폭 매도윤석열 정권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범정부 대책에 대한 노조 입장과 28일 상경투쟁 계획을 발표했다. 사진=김예리 기자

건설노조는 이날 취재진을 향해 “기자님들이 정부가 얘기하는 것의 최소한의 팩트체크는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수차례 호소했다. 언론이 정부 범정부 대책에 언론이 이를 단순 전달하는 보도를 쏟아낸 가운데, 그간 노사정이 합의한 수 차례의 개선책은 언급하지 않고 ‘노조 처벌’ 일변도의 대책을 내놓은 점을 확인해야 한다는 뜻으로 읽힌다.

송주현 건설노조 정책실장은 “정부의 일반 대책 발표 수순을 보면 대책으로 처벌과 대안을 제시해야 하지만 정부가 20일 발표한 ‘건설현장 불법 부당행위 근절대책’엔 처벌만 있다”고 지적했다. “이미 불법으로 인력을 채용하는 불법 다단계업자를 현장에서 퇴출시키고, 이 업자를 써 인력 채용하는 건설업체도 처벌해달라는 노조 요구가 있었고 대책이 나온 바 있다”는 것이다.

건설노조 설명에 따르면 노사정은 2017년 ‘건설산업 일자리개선대책’, 2018년 일자리위원회의 ‘건설산업 혁신방안’, 2020년 ‘건설근로자 고용개선 기본계획’을 통해 불법 다단계 하도급 개선책을 발표한 바 있다. 2020년까지 관련 법을 개정해 직접시공 비율을 높이고 기능등급제, 적정임금제 등을 도입해 채용을 투명하게 관리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건설노조는 건설사들과 다단계하도급 유령회사를 퇴출하기 위해 실제 시공 참여 인력 고용을 입낙찰 시 반영하고 정규직 고용 비율을 늘리겠다는 협약을 맺었다.

▲민주노총 건설산업연맹 전국건설노동조합 간부들이 건설현장 고용구조 개선을 위한 과거 노사정 선언과 협약을 들어보이고 있다. 건설노조는 27일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건폭 매도윤석열 정권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범정부 대책에 대한 노조 입장과 28일 상경투쟁 계획을 발표했다. 사진=김예리 기자

송 실장은 이어 원희룡 국토부 장관과 정부가 ‘노동자 임금 상승이 분양가 상승 원인’이라고 주장하는 데에도 “공사비 원가는 (건설업체들이 공개하지 않아) 아무도 모른다”며 “노조는 2018년부터 실질적 공사비가 얼마인지 공개할 것을 요구해왔다. 그러면 적정한 공사기간과 공사비를 가지고 정부와 같이 얘기하겠다고 했지만 업계는 공개를 거부했다”고 했다.

건설노조는 “대책 없이 노조를 탄압한다고, 노조에만 불법 혐의를 씌운다고 건설산업이 투명하게 바뀌지 않는다. 다단계 하도급 구조를 바꾸지 않고 건설산업이 투명해질 리 없다”며 “다시 한번 지난 정부가 내놓은 대책 이행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장옥기 건설노조 위원장은 “건설노조는 건설현장의 부조리하고 불평등한 부분을 개선하기 위해 35년 넘도록 건설현장에서 노동조합 활동을 해오고 있다“며 “윤석열 대통령은 이러한 노조 활동을 불법행위라며 저희를 탄압하려 한다. 지난 국무회의에서는 건설노조를 조직폭력배 집단이라고 매도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장 위원장은 ”저희들은 단호히 투쟁으로 맞설 것“이라고 했다.

건설노조는 28일 정부의 노조탄압을 규탄하고 건설현장 불법 근본 개선을 요구하며 대규모 상경 집회를 열었다. 오후부터 경복궁역과 서대문역, 종각역 3곳에 모여 사전 결의대회를 진행했고, 3시부터 세종대로 숭례문 앞에서 본집회를 시작했다. 건설노조는 조합원 4만 명 정도가 집결할 것으로 추산했다.

* 이글은 2023년 02월 28일(화) 미디어오늘 김예리 기자의 기사 전문입니다. 기사원문 보기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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