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지인 ‘황 회장’ 취재 기자 벌금형 “언론 재갈물리기”

윤석열 대통령의 40년 지기로 알려진 황하영 동부산업 대표를 취재하기 위해 사무실을 방문했다가 주거침입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기자들이 벌금형을 받았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2단독 윤찬영 판사는 지난 15일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공동주거침입) 혐의로 기소된 UPI뉴스 기자 A씨에게 벌금 300만원, 후배기자인 전직 UPI뉴스 기자 B씨에게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검찰은 두 기자가 지난 2021년 10월27일 대통령 후보였던 윤 대통령의 지인인 황 대표를 취재하려 강원도 동해에 있는 동부산업 사무실을 침입했다며 지난해 9월 불구속기소했다.

UPI뉴스는 지난해 1월 황 대표의 아들이 윤 대통령 수행비서로 활동하는 사실 등을 보도했는데 그가 이후 대통령실에도 근무하면서 ‘사적채용’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두 기자는 당시 사무실을 방문해 직원 C씨에게 몇가지 질문을 하고 사진촬영을 한 뒤 사무실에서 나왔고 10여분 뒤 사무실에 다시 들어갔는데 당시 C씨는 화장실에 간 상태였다.

기자들은 당시 사무실 문이 열려있었고 노크 뒤 입장했으며 C씨도 퇴장요구를 하지 않은 채 기자들 질문에 ‘모른다’는 답변만 했기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 법원은 윤석열 대통령의 40년 지기인 황하영 동부산업 대표 사무실을 방문한 기자 2명에 대해 벌금 300만 원과 200만 원을 각각 선고했다. ⓒ 연합뉴스

직원 C씨는 이들을 경찰에 고소했고 같은해 12월 검찰에 넘어갔다. 검찰은 C씨가 보지 못한 틈을 이용해 황 대표 사무실에 들어가 비치된 그림을 촬영했고, C씨가 자리를 비운 사이 몰래 사무실에 들어오는 등 두 차례 범행을 저질렀다고 공소장에 적었다. 검찰은 지난달 A씨에게 징역 6월, B씨에게 징역 4월을 각각 구형했다.

법원은 두 기자가 처음 사무실에 들어간 것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했고, 두 번째로 사무실에 들어갔을 때 황 대표 사무실에 들어간 것만 유죄로 판단했다. 두 번째 방문에 대해서도 사무실 자체를 방문한 것에 대해서는 건조물 침입이라고 볼 수 없지만 대표 사무실(방실)에 들어간 것은 유죄라고 판단했다.

A씨는 16일 미디어오늘에 “재판부가 ‘건조물(사무실 자체)’과 ‘방실(황 대표 개인사무실)’을 굳이 구분했는데 황 대표 사무실에 별도의 제약이 있어서 그걸 파손하고 들어간 것도 아니었고 C씨가 제지한 적도 없는데 두 번째 방문 때 황 대표 사무실에 들어간 것만 문제 삼았다”며 “후배기자 B씨가 수첩을 잃어버렸다고 해서 두 번째로 사무실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A씨는 “사적으로 방문한 게 아니라 실제 당시 방문한 내용으로 기사를 썼는데 그러면 취재목적인 게 분명한 것 아니냐”며 “취재 목적으로 갔고 수첩을 놓고 왔는지 확인하기 위해 대표 사무실에 들어갔는데 그 부분을 유죄로 본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대선 기간에 황 대표에 대해 국민적 관심사이지 않았나”라며 “재판부가 언론에 재갈물리기용 고소에 대해 유죄로 판단한 건 부당하다”고 했다. A씨는 항소하겠다는 입장이다.

▲ UPI뉴스 로고

앞서 지난해 9월 해당 기자들을 기소했을 때 검찰에 대해 한국기자협회가 성명을 내고 “정권 차원의 외압이 작용한 것이 아닌가 하는 게 우리의 판단”이라며 “이 사건의 중심에는 윤 대통령과 오랫동안 인연을 맺어온 지인과의 관계가 얽혀있다는 의혹이 있는데 윤 대통령과 특수관계가 정상적 언론 취재를 범죄로 몰아 재판에 넘기는 과정에 영향을 준 것이라면 이는 비판언론에 재갈을 물리는, 민주주의에 역행하는 언론탄압 행위”라고 비판했다.

검찰 기소 당시 한상희 건국대 로스쿨 교수는 미디어오늘에 “기자들은 직업적인 소명으로 어디든 방문하는 게 직업윤리이자 의무이기 때문에 (사무실 방문은) 정당한 행위로 해석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며 “특별히 혼란을 야기하거나 적대감을 주지 않았다면 정당한 행위”라고 말했다. 이어 헌법에서 말하는 언론의 자유, 취재의 자유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언론 탄압의 측면이 있다”며 “비판적인 언론에 대해 고소하고, 앞으로 손해배상 소송까지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이번 검찰 기소는 무리하게 법을 적용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한 바 있다.

* 이글은 2023년 02월 16일(목) 미디어오늘 장슬기 기자의 기사 전문입니다. 기사원문 보기 클릭

관리자 freemediaf@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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