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방송법 개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에 계류 중인 것에 대해 현업 언론인단체들이 2월 내로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것을 요구했다. 이들 단체는 해당 법안이 공영방송에 대한 정치적 후견주의를 배제하기 위한 내용인 만큼 여야가 정치적 이득을 따지지 말고 논의해야 한다고 했다. 특히 국민의힘에 대안 없는 반대를 멈출 것을 촉구했다.

현업 언론인단체들은 15일 오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영방송 정치독립을 위한 방송법 개정을 2월 안에 완결하라”고 주장했다. 방송기자연합회,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기자협회,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한국방송촬영인협회, 한국영상기자협회, 한국PD연합회가 참여했다.

▲ 15일 열린 '공영방송 정치독립 방송법 개정 2월 완결 촉구' 기자회견. 사진=윤유경 기자.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방송법 개정안은 현재 9~11명 규모인 KBS, MBC, EBS 이사회를 21명으로 늘리고 이사 추천권을 국회‧학계‧현업단체‧시청자위원회 등으로 분산하는 내용이다. 명확한 근거 규정 없이 관행적으로 추천권을 행사해온 국회 추천 몫을 명시해 정치권 추천 비율을 100%에서 23.8%로 줄여 공영방송 사장 임명에 작용하는 정치권의 입김을 최소화했다.

해당 법안은 지난해 12월2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를 통과해 법사위에 계류 중이다. 국민의힘 소속인 김도읍 법사위원장은 지난달 16일 법안심사 2소위로 이 법을 회부했고, 야당에서는 법 통과를 지연시키려는 목적이라고 반발했다. 국회법에 따르면 법사위가 ‘이유 없이 회부된 날부터 60일 이내 심사를 마치지 않았을 때’ 상임위원장(과방위원장)이 간사와 협의해 본회의 직회부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

▲ 지난해 12월2일 정청래 과방위원장이 방송법, 방송문화진흥회(MBC)법, 한국교육방송공사(EBS)법 개정안을 의결하는 가운데 국민의힘 의원들이 항의하는 모습. ⓒ미디어오늘

한편 대통령실이 국회에서 방송법 개정안을 통과할 경우 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밝히자 지난 8일 민주당 출신의 박완주 무소속 의원은 본회의 직회부를 앞두고 공영방송 이사 수를 민주당 개정안인 21명에서 13명으로 축소하는 안을 여야 과방위 의원들에게 제안했다. 과방위 여당 간사인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은 법사위에서 논의하자며 직회부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고, 정청래 과방위원장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와 관계없이 방송법 개정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했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은 다시 국회로 오게 되고, 200명 이상이 재가결하면 거부권의 실효를 상실한다.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이 여야 정쟁거리로 전락해”

15일 기자회견에서 윤창현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은 “국민의힘은 ‘언론노조 장악법’이니 ‘민주당의 장악법’이니하며 대안 없는 반대를 몇 개월째 반복해왔다”며 “앞으로는 방송법 개정에 용의가 있는 것처럼 방송을 장악하지 않을 것처럼 하고 뒤로는 결국 현행 방송법 체제를 끌고 가서 결국 여당이 공영방송을 지배하겠다는 속내를 내비치고 있다”고 말했다.

▲ 15일 '공영방송 정치독립 방송법 개정 2월 완결 촉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는 윤창현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가운데). 사진=윤유경 기자.

그러면서 “여야 합의를 통한 방송법 개정이 최선이라고 생각하지만, 대안 없는 반대를 특정 정치세력이 일삼는 조건에서 마지막까지 합의처리가 불가능하다고 판단된다면 2월 안에 국회의 책무를 반드시 완수해 줄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했다.

김동훈 한국기자협회 회장은 “민주당은 2017년 문재인 대통령 당선 이전까지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에 대해 끊임없이 개정하자고 요구했지만 문 대통령이 당선되고 나서는 전혀 없던 일이 됐다”며 “뒤늦게 다시 또 야당이 되니까 이제야 또 나서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젠) 국민의힘이 사사건건 발목을 잡고 있어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이 핑퐁 주고받듯이 여야의 정쟁거리로 전락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 15일 '공영방송 정치독립 방송법 개정 2월 완결 촉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는 김동훈 한국기자협회 회장(왼쪽에서 세번째). 사진=윤유경 기자.

양만희 방송기자연합회 회장은 “국민의힘은 아무런 대안을 제시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현재 명문의 규정도 없이 관행적으로 유지돼 온 여야 공영방송 이사회 분할 구도를 법문으로 만들자는 주장까지 하고 있다”며 “집권 여당으로서 책임 있는 행동을 보여달라”고 했다. 민주당에도 “국민의힘을 방송법 개정 심사 논의에 끌어들일 수 있도록 국회 제1당으로서 정치적 역량을 보여달라”고 했다.

▲ 15일 '공영방송 정치독립 방송법 개정 2월 완결 촉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는 양만희 방송기자연합회 회장. 사진=윤유경 기자.

강성원 언론노조 KBS본부장은 고대영 전 KBS 사장의 해임 무효 판결을 언급했다. 고 전 사장은 지난 2018년 KBS 신뢰도 하락, 파업사태 초래 등의 이유로 해임된 바 있다. 강 본부장은 “세월호의 진실을 수장시키려고 했던 세력들, 최순실 국정농단을 애써 외면하려 했던 세력들이 다시 KBS, MBC에 고개를 들고 있다. 그래서 권력의 전리품 마냥 여겨왔던 공영방송의 지배구조를 바꾸라는 것”이라며 “정치권도 정권도 그 권력을 내려놓고 방송 독립을 통해 이 땅의 자유를 바로 세워달라”고 했다.

▲ 15일 '공영방송 정치독립 방송법 개정 2월 완결 촉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는 강성원 언론노조 KBS본부장. 사진=윤유경 기자.

박유준 언론노조 EBS지부장은 기자회견문을 낭독하며 “‘공영방송 정치독립’ 대의와 방송 현업 종사자들의 의사를 반영할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만 충족한다면 얼마든지 (박완주 의원) 수정안에 대해 검토할 수 있다”고 했다.

아울러 여당과 대통령실을 두고 “‘문재인 정부 때 안 하고 뭐했냐’며 방송법 개정 약속 파기를 비난하더니 자신들이 여당이 되자 똑같이 방송법을 그대로 두자는 어처구니없는 행태를 드러내고 있다”며 “권력 교체기마다 반복된 공영방송 장악 논란은 고스란히 시청자 국민의 피해로 돌아갔다. 국민의힘은 정략적 반대 말고 지금이라도 수정안 논의에 동참하라”고 했다.

▲ 15일 '공영방송 정치독립 방송법 개정 2월 완결 촉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는 박유준 언론노조 EBS지부장. 사진=윤유경 기자.

윤 대통령에게도 “법안이 본회의에 상정되지도 않았는데 거부권 행사 이야기가 흘러나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방송법 개정안이 발의된 역사적 배경을 이해한다면 오히려 대통령이 앞장서 공영방송 독립에 대한 뜻과 의지를 천명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이 수정안을 포함한 모든 대안 논의를 거부하고 기득권을 고수하려 한다면 남은 선택지는 하나밖에 없다”며 “국회는 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방송법 개정안을 본회의에서 처리하도록 절차를 밟아 2월 안에 공영방송 정치독립 법률 개정안을 반드시 의결하라”고 했다.

* 이글은 2023년 02월 15일(수) 미디어오늘 윤유경 기자의 기사 전문입니다. 기사원문 보기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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