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재난 이후 반복되는 허위정보 싸움, NYT “검색으로 기사 먼저 찾아야”

트위터 접속 제한한 튀르키예 정부에 정부비판 차단 의혹

튀르키예 지진 이후 사람들의 불안을 자극하는 허위정보가 현지에서 속출하고 있다. 현지 언론과 기자들이 대대적으로 팩트체크에 나섰지만 아직 역부족이다. 튀르키예 정부는 지진 직후 트위터 접속을 차단하며 허위정보 단속에 나섰지만 정부 비판 게시물을 막기 위한 의도라는 비판도 나왔다.

허위정보의 양상은 대개 불안한 상황 아래 사람들의 ‘감정’을 자극하는 방식이다. 추가 지진·쓰나미 발생영상, 특정 인종의 상점가 약탈 영상 등 출처를 알 수 없는 게시물들이 조회수를 통한 ‘돈벌이’에 사용되고 있었다. 미국 미디어연구 교육기관 ‘포인터(Poynter)’는 튀르키예의 쏟아지는 소셜미디어(SNS) 허위정보를 놓고 “사람들의 감정을 돈벌이에 이용하는 게시물들은 늘 큰 재난 뒤에 따라온다. 분열, 양극화, 차별의 메시지를 퍼뜨리면서”라고 했다.

▲ ‘도룰루크 파예(Doğruluk Pay)’ 팩트체크 사이트 갈무리. 구글 페이지 번역 상태.

‘진실의 조각’이란 뜻을 가진 IFCN(국제팩트체킹네트워크) 서명 단체 ‘도룰루크 파예(Doğruluk Pay)’는 자체 사이트를 만들어 직접 팩트체크에 나서고 있다. 건물이 무너졌다고 소문이 도는 곳을 확인하거나, 건물이 처참하게 무너진 사진에 대해 튀르키예가 아닌 2021년 ‘마이애미’라고 정정하는 식이다. 시리아인이 폭동을 벌이며 상점가를 약탈했다는 허위사실에 대해선 “지진 이전 교도소에서 촬영된 것으로 시리아인이라는 증거가 없다. 법무부가 확인했다”고 했다.

‘도룰루크 파예’ 소속 에디터 심게 아크카시(Simge Akkaş)는 지난 10일 ‘포인터’에서 “지진의 정치적 해석에 대한 여러 오정보(misinformation)가 있었지만 구조 과정과 안전에 대한 주장들에 우선순위를 뒀다”며 “처음 이틀은 우리 공동체를 위한 안전 정보를 공유하는 데에 힘을 썼고, 지금은 지진 발생 첫날에 대한 (SNS의) 2차 주장을 검증·반박하고 있다”고 했다.

전쟁, 지진 등 전국적인 재난 이후 SNS를 통해 허위정보가 확산하는 일은 이전부터 반복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당시에도 병원 폭파, 민간인 살해 등 검증되지 않은 피해 사실이 사람들 불안을 증폭시켰다. 실체 없는 ‘키이우의 유령’ 역시 SNS를 통해 퍼졌고,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는 나치즘’라는 흑색선전을 여러 허위조작정보를 토대로 만들었다.

▲ 시리아의 팩트체크 기관(Verify-Sy) 홈페이지.

시리아의 팩트체크 기관(Verify-Sy) 설립자 아흐마드 프리모(Ahmad Primo) 기자는 트위터 등의 SNS 회사가 코로나 허위정보 관련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던 것처럼 자연재해 등 대형재난에서도 허위정보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프리모 기자는 “재난 상황에서 사람들의 공포를 자극하는 허위정보는 특별히 위험하다”고 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해 3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확산되는 허위정보를 막기 위해 몇 가지 기준(red flags)을 제시하기도 했다. NYT는 △ 신뢰도 없는 출처 △ 과도한 해시태그 등을 조심해야 하며 △ 습관적 구글 검색 △ CNN 등 공신력 있는 팩트체커 구하기 △ 상대방의 상업적 의도 생각하기 등을 개인이 할 수 있는 대책으로 꼽았다. NYT는 “TwitterBot120362824 등 길게 나열된 이름을 조심해야 한다”며 “만약 빠른 구글 검색을 하고도 해당 게시물에 대한 어떤 기사도 찾을 수 없다면 당신은 이전 전쟁의 잘못된 캡처 이미지를 보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튀르키예 정부는 지진 다음날 트위터에 대한 접근을 일시 차단했다. 튀르키예 매체 테이트(Teyit) 소속 칸 세메르시오글루 기자는 “허위정보를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보이지만 검증된 정보에 접근하는 것도 막을 우려가 있다”며 “하지만 (튀르키예에선) 이러한 예방(preventive) 조치에 익숙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VPN(Virtual Private Network)을 설정하고 트위터를 계속 사용한다”고 했다.

트위터 차단을 놓고 정부 비판을 막기 위한 속셈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기도 한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지진 초기 야당 소속 지자체에는 전화도 하지 않는 등 소홀했다는 지적을 받았고, 일부 지역은 구조대가 반나절 이상 지난 후에야 도착했다는 증언으로 지진 직후 큰 대중 반발을 겪었다. 특히, 내진 설계가 되지 않은 건물들이 피해를 키웠다는 분석이 이어지면서 1999년 도입한 지진세(Special communication tax) 유용 의혹도 나오고 있다. AFP는 튀르키예가 그간 지진세로만 총 880억리라(약 5조9천억 원)를 걷은 것으로 추정했지만 튀르키예 당국은 지금까지 걷은 세금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쓰였는지 공개하지 않고 있다.

▲ CNN 8일 기사. 튀르키예 경찰이 SNS에 자극적인 게시물(provocative posts)을 올린 18명을 구금, 5명을 체포했다고 보도했다.

CNN은 지난 8일 튀르키예 경찰이 SNS에 자극적인 게시물(provocative posts)을 올린 18명을 구금, 5명을 체포했다고 보도했다. 튀르키예 경찰은 “SNS 플랫폼에서 지진에 대한 자극적 게시물을 올린 계정 202개를 확인했다”고 했고, 에르도안 대통령은 “언론에서 온 친구들(기자들)이 이러한 도발을 하는 사람들에게 기회를 주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튀르키예는 상대적으로 언론의 자유가 낮은 곳이다. 2022년 기준 국경없는기자회의 세계언론 자유지수에서 180개국 중 149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10월에는 언론인을 최대 3년 징역형에 처할 수 있게 하는 ‘허위정보법’(disinformation law)까지 비준한 바 있다. 해당 법에 따르면, 대중 공포를 자극하고, 치안과 공동체 건강을 해치는 허위정보와 가짜뉴스(fake news) 등이 의도적으로 유포될 때, 3년 이하의 징역이 처해진다. 세계 각국의 언론인들과 언론단체, 유렵평의회(Council of Europe) 등이 강하게 비난하며 법안 철회를 촉구했지만 결국 지난해 통과됐다.

* 이글은 2023년 02월 15일(수) 미디어오늘 박재령 기자의 기사 전문입니다. 기사원문 보기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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