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추천 위원 ‘명백한 의도 있는 왜곡 방송’

문 대통령 추천 위원 ‘정치 풍자 프로그램, 객관성 위반으로 제재할 수 없어’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윤석열 대통령이 참석한 국정과제 점검회의 사전 리허설 장면을 ‘돌발영상’으로 편집해 보도했다가 삭제한 YTN에 행정지도 ‘권고’를 의결했다. 문재인 대통령 추천 위원들은 정치 풍자 프로그램을 객관성 위반으로 제재할 수 없다고 주장한 반면 국민의힘 추천 위원들은 명백한 의도가 있는 왜곡방송이라고 비판했다.

YTN은 지난해 12월 15일 윤 대통령의 제1회 국정과제 점검회의의 사전 리허설 영상을 ‘돌발영상’으로 편집해 보도했다가, 사용 권한이 없던 영상임을 뒤늦게 인지한 뒤 30분여 후 삭제했다. 12월 16일 방송된 ‘돌발영상’ 코너는 사전 리허설과 생방송 장면을 교차편집했는데, 시민들과 대통령 대역이 리허설에서 주고 받는 답변이 실제 생방송에서 오간 내용과 일치한다는 내용과 ‘리허설 답안과 비슷 “공직 생활하며 전국 돌아다녀”’, ‘우연인지, 필연인지? 하필 이때 질문한 사람도…’등의 자막을 내보냈다. 화면 우측에는 자막으로 ‘화면제공 : KBS’라고 고지했다. 해당 방송은 행사가 사전 각본에 따른 것이 아니냐는 논란을 불렀다.

▲ YTN이 방송했다가 삭제한 돌발영상 일부 갈무리.

돌발영상 담당 부서인 보도제작국은 리허설 영상 사용이 풀단 합의를 거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당시 12개 방송사가 꾸린 풀단(언론사 간 취재물 공유 그룹)은 돌아가며 리허설을 포함한 현장 촬영을 해 각사에 송출했고 YTN 보도국 영상에디터가 이를 녹화했는데, 보도제작국에선 해당 녹화본으로 돌발영상을 제작해 게재해 문제가 됐다.

방통심의위에 민원을 제기한 민원인은 ‘국정과제 점검회의 사전 리허설 장면을 생방송 화면과 교차 편집하여 각본을 짠 것처럼 왜곡하고, KBS가 제공하지 않은 리허설 영상에 대해 ‘화면제공 : KBS’이라고 고지하는 등 허위자막을 방송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대통령실도 해당 방송에 대해 ‘허가되지 않은 사전 리허설 장면을 생방송 장면과 교차 편집해 마치 사전 각본에 따라 생방송이 진행된 것처럼 왜곡했다’며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국민의힘도 “실수가 아닌 윤석열 정부를 음해하기 위한 의도적 ‘기획조작’”이라며 우장균 YTN 사장의 사퇴까지 요구했다. YTN측은 12월 19일 시청자와 대통령실에 유감의 뜻을 표한 후 관여 직원들을 주의·경고 조치했으며, 28일 보도제작국장을 교체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15일 국민 100명과 만나 국정과제점검회의에 참석했다. 사진=대통령실

7일 방송심의소위원회에 참석한 심의위원들의 의견은 나뉘었다. 문재인 대통령 추천 위원들은 정치 풍자를 객관성 위반으로 제재할 수 없다고 주장한 반면, 국민의힘 추천 위원들과 이광복 소위원장은 ‘명백한 의도가 있는 왜곡 방송’이라고 비판했다.

김유진 위원(문재인 대통령 추천)은 “돌발영상은 정치권에 대한 풍자를 기본 콘셉트로 하는 프로그램”이라며 “국정과제 점검 회의 이전에 진행됐던 리허설 또는 기술 점검 과정 내용과 실제 생방송 내용이 상당 부분 일치한다는 점을 풍자적으로 다루고 있다. 그 자체만으로 사실과 다르다고 객관성 위반으로 적용할 수 없다”고 했다. 풀단 합의를 거치지 않은 영상을 쓴 것에 대해서는 “언론사들 사이의 룰 문제이지 심의기구가 심의할 안건이 아니다”라며 ‘각하’ 의견을 냈다.

옥시찬 위원(문재인 대통령 추천)도 “각본을 짠 것처럼 왜곡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화면 제공 : KBS’라는 자막이 실제와 다르다는 건 방송사 간의 문제이다. KBS측에서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 한 우리 위원회가 먼저 나서서 심의할 일은 아니다”라고 했다.

반면, 김우석 위원(국민의힘 추천)은 “풀을 깨고 이런 식으로 짜깁기했다는 건 명백한 의도가 있다. 공적 자금을 들여 제작하는 YTN이 이런식으로 (방송)해도 되는가”라며 “단순히 방송사들 간의 관계, 풀의 문제가 아니다. 방송 질서 자체를 교란시켰기 때문에 YTN이 스스로 사과했는데, 우리가 가볍게 생각할 수 없다”고 했다.

아울러 “대통령의 국민과의 대화를 이런 식으로 희화화하고 왜곡해도 되는지 심도있게 생각해봐야 한다”며 “재발방지 약속을 했는데 어떻게 지켜지고 있는지 종합적으로 물어보기 위해 의견진술을 들어봐야 한다”고 했다.

황성욱 위원(국민의힘 추천)도 “리허설 없는 생방송은 없다. 그걸 교차편집해서 마치 각본처럼 왜곡한 건 엄청난 일”이라며 “의견진술 견해를 갖고 왔는데, YTN이 사과했다는 점을 감안해서 합의를 위해 (제재 수위를) 권고로 낮출 생각은 있다”고 했다.

이광복 소위원장도 유사한 의견을 냈다. 이 소위원장은 “누가 봐도 의도를 의심할 수가 있는 편집이 아닌가 생각했다. 굳이 저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도 했다”며 “의견진술을 듣고 싶지만, 어떤 배경에서 그랬는지 몰라도 제작진 징계를 한 것 등을 감안해서 권고(의견을 낸다)”고 했다. 

이 안건은 심의위원 5인 중 3인이 행정지도 ‘권고’, 김우석 위원이 ‘의견진술’, 김유진 위원이 ‘각하’ 의견을 내 ‘권고’로 의결됐다. 한편, 방통심의위 소위 위원 구성은 합의의 다양성을 위해 1월 30일자로 일부 변경됐다. 기존 방송소위 심의위원이었던 윤성옥·정민영 위원은 통신심의 소위원회에 참석한다.

* 이글은 2023년 02월 07일(화) 미디어오늘 윤유경 기자의 기사 전문입니다. 기사원문 보기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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