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영 “이런 공영방송 없애야” 김장겸 “유튜브 하청받아 공영방송 틀어”

이명박 박근혜 때 공영방송 편향성은 인정하나? “그런 비판 충분히 있어”

방송법 상 이사 추천권 달라는 뜻? “아니다, 특권 부여가 문제라는 뜻”

기존의 언론계의 대안 역할을 하겠다며 기자와 PD, 경영, 기술, 프리랜서 등 현업 언론인들이 참여한 ‘대한민국언론인총연합회(총연합회‧준비위원장 김현우)’의 창립 준비위원회가 12일 발족식을 열었다.

이밖에도 고대영 전 KBS 사장, 김장겸 전 MBC 사장 등 이명박 박근혜 정부 당시 불공정 방송 파업을 낳은 대표적인 인물과 함께, 정치권에서는 국민의힘 지도부들만 줄줄이 참석해 축사해 친여적 정치성향을 띠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나온다. 이에 이들은 정파성을 띠지 않는다고 거듭 밝혔다.

이들은 창립을 위한 발기 취지문에서 “편파와 불공정의 늪을 떠나 진실을 추구하는 모든 언론 현업종사들의 뜻을 모은 조직을 만들겠다”며 “정파는 떠난 다양한 목소리를 담겠다. 굳이 정파를 묻는다면 그것은 ‘공정’과 ‘상식’ 뿐”이라고 밝혔다. 총연합회는 보도자료에서는 최근 몇 년 동안 주요 언론사의 인사 보복과 불공정 보도 등 언론환경을 거짓과 위선으로 뒤덮은 언론사 경영진에 맞서 피해 언론인 구제와 인권회복에 앞장 서겠다고도 했다.

이날 여의도 국회 앞 한 카페에서 열린 발족식에는  권성동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포함해 성일종 정책위의장, 박성중 과방위 간사, 김석기 사무총장, 윤두현 과방위원 등 국민의힘 지도부가 대거 참석했다. 이들은 이 단체에 힘을 보태겠다고 적극 독려했다.

▲ 고대영 전 KBS 사장이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 카페에서 열린 대한민국언론인총연합회 창립 준비위원회 발족식 축사에서 현 공영방송을 비판하고 있다. 사진=미디어오늘 영상 갈무리

언론계 출신 대표적 인사로 참가한 고대영 전 KBS 사장은 “객관성은 이성이 전제가 돼야 한다. 균형 있게 세상 일을 양면을 보고 전달하라는 심플한 것”이라며 “그런데 대한민국 언론은 그러한 기본 가치와 윤리가 실종됐다”고 말했다. 고 전 사장은 “앞으로 이런 일이 계속되면 과연 젊은 사람들이, 세대가 대한민국 언론을 언론으로 취급하겠느냐”며 “공공재인 언론이, 특히 공영방송이 객관성, 공영성이라는 것을 무시하고 자신들 주관적 생각 담고 방송한다면 그 방송을 없애야 한다”며 “흉기다. 왜 국민 낸 세금을 갖고 자기 하고 싶은 것 방송하느냐. 저는 이런 상황이 지속되는 것은 나라의 좋지 않은 현상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그러나 자신이 보도국장, 보도본부장, 사장으로 재임했던 시절 KBS에 극심한 불공정 방송을 했다는 비판을 받았고 오랜 기간 파업을 불러왔다는 사실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

김장겸 전 MBC 사장도 이날 참석해 “5년이 지났는데, 그때 ‘공정방송, 공정방송’ 노래를 불렀는데, 잘하고 있었느냐”며 “민주노총이나 민주당 방송이 공중파 방송 공정보도로 생각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시청률과 경영상황은 더 좋아졌느냐”고 반문했다. 김 전 사장은 “그런 걸 생각할 때 부끄럽지 않을까요라고 어느 사석에서 하니까 ‘안 부끄러워 할 것이다’라는 말로 되돌아왔다. 얼마나 문제가 많은 현실인지”라고 했다.

김 전 사장은 “우리 나라가 가짜뉴스의 진원지가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영방송 공영언론이라는 점에서 통탄스럽다”며 “개소리가 들려도 ‘딱 보니 개 아니고 사람이다’라고 얘기를 한다”고 현 MBC 사장을 빗대어 비하하는 표현을 썼다. 김 전 사장은 “언론인 훈련을 전혀 받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냄새가 난다’고 하면 공영언론 기자들이 킁킁 거리면서 냄새를 맡는다”며 “유튜브를 하청 받아 공영방송에 틀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사실상 언론노조가 장악한 공영언론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 김장겸 전 MBC 사장이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 카페에서 열린 대한민국언론인총연합회 창립 준비위원회 발족식 축사에서 현 공영방송을 비판하고 있다. 사진=미디어오늘 영상 갈무리

현업 기자이기도 한 허성권 KBS 노조위원장은 민주당의 방송법 개정안 내용 가운데, 현업인 단체들이 공영방송 이사 추천권을 얻게 한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허 위원장은 “(이사 추천할 수 있는 단체에) 현업단체가 끼어 있다. 기자협회 PD연합회 기술인연합회”라며 “특정 협회가 끼어 있는 것도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허 위원장은 “KBS의 경우 아나운서 경영협회도 있는데, 다 빠져있다”며 “과연 이게 언론인과, 전문성을 대표할 협회”이냐고 했다. 허 위원장은 “이 협회가 KBS 사장과 공영방송의 지배구조에 대한 영향을 끼치는 부분에 대해 저는 굉장히 의문이 생긴다”며 “누가 이 법을 만들었을까”라고도 했다.

KBS PD 출신의 최철호 공정언론국민연대(공언련) 위원장은 “민주당이 집권하니 (주진우 김어준 등이) 주요 방송사 진행자를, KBS MBC 사장 사퇴하라고 했던 관계자들이 사장을 하고 있다”며 “그런 식의 행태가 이익공동체가 되다보니 이런 상황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기본적인 공정성을 부수고, 상당히 많은 부분이 붕괴됐다”며 “이런 행태들이 우리 사회 가져야 할 상식을 부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현우 총연합회 준비위원장(YTN 방송노조위원장-현직 기자)은 단체 발족 이유에 “비뚫어지고 날조된 언론환경을 바로잡고, 언론인들을 보호해야겠다는 생각”이라며 “지금도 약이 없으면 생활하지 못하는 언론인들이 있다. 밤에 잠을 못 자고, 극단적 선택까지 간 분들도 있는데, 힘을 모으기로 했다”고 밝혔다.

정파성에 대한 의심과 관련해 김 위원장은 “우리가 정파성을 띠고 색깔을 띠었다면 정치권에 기웃거렸을 것”이라며 “저희는 올바른 바른 소리를 국민여러분께 전해드리려고 모임을 갖게 됐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공영방송 구성원들이 왜 편파방송을 하느냐면) 사내권력을 쥐어보면 달콤해서 끝까지 쥐고 가겠다는 것”이라며 “자기들을 잘 봐주는 특정 정치세력과 함께”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려면 말 안듣는 사람 쫓아내야 하고, 지난 5년 동안 KBS MBC YTN의 경우 이상한 불법적인 냄새나는 기구를 만들어 언론인을 숙청하기 시작했다”며 “우리 편의 아주 잘못한 것들은 그냥 깃털처럼 여기고, 우리 편이 아닌 것은 엄청난 문제”인 것처럼 만드는 방식이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 단체를 만들려는 이유를 두고 “기자의 펜이, 피디의 프로그램이 피묻은 망나니의 칼이 되는 걸 더 이상 지켜볼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문재인 정부 불공정 방송? 이명박 박근혜 때 정권편향방송은 인정하나? “그런 비판 충분히”

한편, 이들은 주로 문재인 정부 때 KBS MBC YTN TBS의 편향방송을 비판하는데에만 목소리를 높였으나 정작 고대영 김장겸 등 축사 했던 전직 KBS MBC 사장 시절 불공정 방송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 문제를 두고 위원장 등 지도부와 일부 취재진과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

▲ 김현우 YTN 방송노조위원장이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 카페에서 열린 대한민국언론인총연합회 창립 준비위원회 발족식 인사말에서 현 공영방송을 비판하고 있다. 사진=미디어오늘 영상 갈무리

이에 ‘KBS MBC 등 공영방송이 이명박 박근혜 정부 때도 친여 방송, 나팔수 방송했다는 비판이 많아 파업이 계속됐는데, 그 당시의 불공정 방송을 했다는 것은 인정 하느냐’는 미디어오늘 기자 질의가 나오자 김현우 준비위원장은 “제가 인정할 것은 아닌 것 같다”면서 “목적은 피디와 기자 기술인들, 많은 현업인들을 제대로 대변하지 못하고 있는 피디연합회 기자연합회 기술인연합회의 대안으로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라고 답했다. ‘(이 단체에서) 그런 비판을 취지의 반대 측면에서도 동일하게 잣대가 적용해야 되는 것 아니냐’, ‘그런 점을 인정해야 논의가 공정하게 이뤄지지 않겠느냐’는 반문에 김 위원장은 “과거나 그 훨씬 과거에도 그런 부분에 대한 판단은 개인(마다) 생각은 다를 수 있다 … 모든 걸 다 포함한다고 보면 되겠다”며 “다만 과거에도 일정부분 그런 비판이 많았다”고 답했다.

‘문재인 정부 때 문제가 있는 사례를 들었지만, 마찬가지로 이명박 박근혜 정부 때 공영방송 KBS MBC YTN의 사례는 (오히려) 이것보다 더 많았을 수도 있다’고 하자 김현우 위원장은 “물론 당시에도 상대적으로 봤을 때 일정부분 그런 비판들이 충분히 있었다”면서 “그런 부분 외면하면서 과거엔 완전무결하다고 말씀드리는 것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그럼 공영방송의 독립성 확보를 위해 현재 의결절차 중인 방송법 개정안 논의에 대한 의견을 묻자 김현우 위원장은 “21명이 대표성을 띤다고 인정하지 않는다. (여러 문제점을) 클리어할 수 있는 조건이 된다고 생각지 않는다”고 밝혔다.

‘정권이 입맛에 맞는 사람을 사장으로 앉힐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는 데엔 동의하느냐’는 질의에 김 위원장은 “그렇다”고 밝혔다.

이번 방송법 개정안 가운데 언론현업인들에 추천권을 부여하는 것과 관련해 법안에 거론된 단체 외에 ‘대한민국언론인총연합회’도 추천권을 얻어야 한다고 보느냐는 질의에 일부 집행위원들이 “악의적인 질문”이라며 발끈하기도 했다.

▲김현우 YTN 방송노조위원장이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 카페에서 열린 대한민국언론인총연합회 창립 준비위원회 발족식 축사에서 미디어오늘 기자의 이명박 박근혜 정부 당시 공영방송의 정권 편향성에 대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미디어오늘 영상 갈무리

김 위원장은 “저희가 그런 얘기는 아니다”며 “지금 NHK는 7명에서 11명의 사외이사가 있고, BBC는 14명인가 되는데, 한국의 공영방송의 이사를 21명으로 늘려야 한다는 데 동의하지 않는다”라고 답했다. 그런데 정철웅 집행위원(KBS 기자)은 “그건 악의적인 질문”이라며 “그런 특권을 받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고 얘기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 위원은 “방송법을 바꾸는 노력은 해야 하지만 지금 법안은 아니다”라며 “방송사 이익집단에 특권을 부여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했다.

김원 KBS PD는 돌연 미디어오늘을 두고 “질문 자체가 편파적”, “미디어오늘은 언론노조 기관지 역할을 하는데 충분히 하라”고 했고, 정철웅 위원은 “미디어오늘이 주주가 민노총이니까”라고 질문하는 매체 자체를 문제삼았다. 이에 ‘언론노조 기관지라는 표현에 동의할 수 없다’, ‘그렇다고 이 질문 자체를 거기에 연계시키는 것이 부당하고, 부당한 질문이고, 반론이다. 왜 공정하지 않게 얘기하느냐’고 따지자 김원 PD는 “정파성이 없다고 얘기를 했지 않느냐”고 했다. 이에 ‘정파성이 있는지 의심이 되니까 그에 대해 답을 하라고 요구하는 게 뭐가 잘못이냐, 답을 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질의하자 김원 PD는 “정파성이 없다고 말하는데, 왜 정파성이 없냐고 말하는 것은 그렇잖느냐”고 했다.

정철웅 위원은 “방송사 이권단체에 특권을 부여하는 행위는 대단히 잘못됐고, 이걸 절대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 여야가 균형있는 방식으로 하는 것 동의하느냐’는 질의에 정 위원은 “앞으로 그런 부분 논의할 수 있다”며 “과거 박홍근 안도 있었고, 고려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이글은 2022년 12월 12일(월) 미디어오늘 조현호 기자의 기사 전문입니다. 기사원문 보기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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