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전국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조선하청지회)의 파업과 농성이 50일을 맞았다. 조선하청지회는 어제(20일) 교섭 대상인 대우조선해양 사내협력회사협의회에게 ‘임금인상 요구 철회’라는 최후의 양보안을 제시했지만, 사측은 파업 참가 조합원에 대한 민형사상 책임을 끝까지 묻겠다는 엄포를 놓았다고 알려졌다.

다시 교섭이 진행되고 있는 오늘(21일)도 사측의 태도가 달라지지 않는다면 타결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조선하청지회의 요구는 분명해졌다. 임금인상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자신들을 생사고락을 같이 해 온 한국 조선업의 당당한 노동자로 인정하고 그에 맞는 대우를 해 달라는 것이다. 그러나 사측은 조선하청지회의 조선소 독(dock) 농성으로 수 천억 원의 손해가 발생했다며 파업과 농성의 책임을 하청노동자에게 전가하고 있다.

원청인 대우조선해양 대신 ‘협력회사협의회’가 교섭 대상인 것도 문제이나 이들의 이해할 수 없는 태도는 윤석열 정부, 국민의힘, 그리고 보수언론이라는 뒷배 덕분일 것이다.

원청과 대주주의 적극적인 교섭을 중재해야 할 고용노동부 장관은 하청노동자의 절박한 요구를 ‘불법 점거행위’로 규정하고 ‘비조합원들의 피해를 당연히 여기는 노동운동’이라며 노노갈등으로 사태를 몰고 갔다. 여기에 윤위근 경찰청장 후보는 ‘공권력 투입도 당연히 고려하고 있다’는 믿기 힘든 발언을 내뱉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아예 공권력 투입을 못 박았다. ‘국민이나 정부나 다 많이 기다릴 만큼 기다리지 않았나’라는 말 한 마디로 공권력 투입을 재가한 셈이다. 더욱 어처구니 없는 발언은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직무대행에게서 나왔다. 조선하청지회 농성을 두고 ‘법과 원칙에 따라 불법에 엄정 대응해야’한다는 말은 대통령실 행정요원의 사적 채용 논란을 일으킨 자신에게 해야 할 말이 아닌가.

보수언론은 이번 사태를 ‘노노갈등’으로 보도하며 정부와 원청에 면죄부를 주고 있다. 조선일보 <“민노총 막가파식 파업” 대우조선, 금속노조 탈퇴 찬반투표>(7월 20일자) 기사를 보자. 조선일보는 대우조선 생산직노조의 금속노조 탈퇴 투표 앞두고 ‘탈퇴할 가능성’을 언급하고 ‘경찰은 공권력 투입 준비를 사실상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며 노골적인 위협을 가했다. 같은 날 동아일보는 <금속노조 5000명 - 대우조선 4000명 대치…20m 거리 일촉즉발>이라는 선정적인 제목으로 금속노조의 분열을 부추겼다.

공권력 투입을 촉구하고 노조의 분열을 선동하는 이들에게 도대체 취재라는 행동이 있었는지 의문이다. 경향신문의 <등떠밀려 ‘맞불 집회’ 나온 대우조선 노동자 “부끄럽고 미안하다”>(7월 20일자) 기사를 보라. 밤 10시 원청 노동자들의 술자리에 남아 이들의 목소리를 전한 기자에게 부끄럽지도 않는가. 사태를 풀어야 할 당사자인 대우조선해양과 산업은행에게는 왜 아무런 질문도 던지지 못하는가.

전국언론노동조합(언론노조)은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 국민의힘에게 엄중히 경고한다. 우리는 무려 11년 전 충남 아산 유성기업 공장에 투입된 공권력의 만행을 기억한다. 언론노조 1만 5천 조합원은 노동정책의 퇴행이자 국가권력의 횡포에 온 몸으로 맞설 것이다. 문제 해결보다 폭력을 조장하고 노조를 분열시키는 보수언론에게 분명히 밝힌다. 정권이 바뀌었어도 노동자는 바뀌지 않았다. 언론개혁 투쟁의 최전선을 당신들에게 돌릴 것이다.

2022년 7월 21일

전국언론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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