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금지법제정연대 활동가들이 국회 앞에서 보름째 단식 농성을 이어가는 가운데, 언론·미디어단체들도 농성장을 찾아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했다. 이들은 차별을 확대·재생산하는 언론 보도를 비판하며 언론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 언론개혁시민연대, 언론인권센터 등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언론·미디어단체들은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권적 관점이 결여된 언론은 혐오와 차별의 확성기가 될 수 있다”며 “차별금지법 제정은 언론피해를 예방하고 사회적 책임을 강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류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와 이종걸 차별금지법제정연대 공동대표는 국회에서 계류 중인 차별금지법의 이달 내 제정을 촉구하며, 지난 11일부터 단식 농성을 벌이고 있다.

▲ 25일 기자회견 현장. 사진=윤유경 기자.

전규찬 언론개혁시민연대 공동대표는 “차별금지법을 제정해야한다는 많은 시민들이 모였지만, 현장에 가지 않고, 뉴스를 만들지 않은 우리의 행동이 잘못됐다. 부끄럽지만 지금부터라도 열심히 움직이면서 차별 보도를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전하겠다”며 “방송사에서도 노사가 부끄러운 차별과 혐오 보도를 하지 않기로 협의하고 규칙을 만들고 있다고 한다. 다음에, 나중이 아니라 지금 당장 차별금지법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제정을 촉구했다.

이윤소 한국여성민우회 성평등미디어팀 팀장은 “최근 장애인 이동권 관련 일부 언론 보도를 보면 정치인의 혐오 발언을 여과없이 전달하면서 장애인에 대한 차별과 혐오를 확산하고 있다”며 “정치가 차별과 혐오를 부추기더라도 언론은 이것을 비판적으로 바라보아야 할 책임이 있다. 차별과 혐오에 편승해서 이를 확대하고 재생산하는 언론은 분명히 이것에 책임져야 하고 변화를 만들어나갈 것을 약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차별금지법은 차별하지 않아야 한다는 당연한 사실을 실천하도록 만들 동력이 될 것이고, 이 동력은 언론인에게도 더욱 무거운 책무로 다가갈 것”이라며 “언론인이라면 누구나 지켜야할 원칙으로 여겨질 수 있도록 차별금지법 제정을 통한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차별금지법제정연대 단식 농성 천막. 사진=윤유경 기자.

조아라 언론인권센터 활동가는 “차별금지법이 미뤄지는 동안 우리는 수많은 혐오와 폭력을 목격했다. 수많은 언론들의 논란을 빙자한 혐오를 타고 소수자와 약자에 대한 폭력이 점점 확산되는 것도 봤다”며 “언론이 더 이상 혐오의 확산기가 되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차별과 혐오를 학습한 인공지능으로 인한 악순환을 막아내기 위해서도 차별금지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김민 진보네트워크 활동가는 “우리는 전형적인 젠더 고정관념이 반영된 인공지능 음성비서부터 시작해 혐오발언을 내뱉는 챗봇, 여성을 깎아내리는 채용과 신용 평가 등 다양한 인공지능의 부작용을 목격해왔다”며 “차별은 다시 데이터로 누적되고 재활용되어 끝없는 차별의 악순환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영민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센터장은 방송 노동 환경 개선을 위한 차별금지법 제정 필요성을 주장했다. 김영민 센터장은 “미디어 노동에서도 개인별 프리랜서 계약 등 수많은 형태의 계약이 특별한 이유 없이 혼재되어 있고 실업급여나 산재 보상과 같은 사회적 안전망에서도 대다수가 배제되고 있다”며 “최소한 차별 금지법 제정은 이렇듯 사회 전반에 만연한 차별에 강력한 신호를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 미류 활동가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윤유경 기자.

보름째 단식을 이어오고 있는 미류 활동가도 발언에 나서 언론의 책임있는 보도를 촉구했다. 미류 활동가는 “저희는 국회앞에서 차별금지법 있는 봄을 맞겠다고 단식을 하고 있다. 그런데 언론에서 정말 취재를 안온다. 보도가 너무 안돼서 단식 소식도 너무 안알려졌다”며 “아마 국회에서 (차별금지법 제정 관련) 특별히 새롭게 들리는 소식이 없어서, ‘뉴스’가 없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이 자리에 모이는 시민들에게서는 자신들의 삶에 대해, 자신의 삶을 어떻게 바꾸고 싶은지에 대해 매일같이 끊임없이 뉴스가 나온다. 시민과 같은 자리에 선 언론과 미디어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언론이 혐오발언을 인용하면서 그것이 왜 혐오고 어떤 문제가 있는지 충분히 짚어주지 못한 동안에, 그 혐오에 추적집단이 되어야했던 사람들은 이 사회에 자신의 얼굴과 이름을 드러내고 서기도 어려웠다”며 “언론은 사회를 위해 수많은 소수자들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법을 빌어서 이런게 차별이라고 주장하고, 국가가 인정하고, 어떻게 바꿀 수 있을지 함께 찾아가는 과정을 개인의 몫으로 떠넘기지 말고 사회가 함께 하자는 것이 차별금지법”이라고 강조했다.

* 이글은 2022년 04월 25일(월) 미디어오늘 윤유경 기자의 기사 전문입니다. 기사원문 보기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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