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사당.

대기업의 지상파방송 지분을 10% 이하로 규제하고 있는 방송법 8조 개정안이 지난달 30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정보통신방송법률심사소위에 상정된 가운데 전국언론노동조합이 국회를 향해 “지상파 방송 재벌 헌납 시도를 중단하라”며 법안 폐기를 요구하고 나섰다.

앞서 양정숙 무소속 의원은 지난해 12월20일 더불어민주당 의원 9명이 공동발의자로 참여한 방송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방송사업자의 주식 또는 지분의 소유 제한 기준이 되는 기업의 자산총액을 현행 10조 원에서 국내 총생산액의 0.5% 이상 1.5% 이하 범위에서 대통령령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바꿨다. 2020년 국내 총생산액이 약 1933조였던 점에 비춰보면 자산총액 약 29조 이하 기업은 방송사 주식을 10% 초과해 보유할 수 있고, 최대 40%까지 가질 수 있게 된다.

언론노조는 1일 성명에서 해당 개정안을 가리켜 “지상파 방송 소유제한 기준을 10조에서 무려 30조로 완화해 태영건설 자본 등 기존 방송 지배 재벌의 기득권을 지켜주고 다른 대기업 집단에도 모든 미디어 부문의 진입을 허용하겠다는 재벌 헌납 선언”이라고 비판했다.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당장 올해 10조 원 규제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은 SBS 대주주 TY홀딩스(태영건설)가 이익을 얻게 될 것이란 전망이다. 광주방송 지분 39.59%를 보유했던 호반건설은 지난해 자산총액 10조를 넘어서며 지분을 매각했는데, 개정안이 통과되면 다시 지분을 매입하거나 다른 방송사를 살 수 있다.

언론노조는 방통위를 향해 “태영을 비롯해 규제 완화를 목마르게 요구한 사업자 청원 창구를 국회로 돌린 것은 아닌가”라며 이번 개정안이 “방통위 청부 입법”이라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명박 정권 이후 진행된 방송 공공성 파괴와 소수 재벌에 의한 시장 독과점을 바로 잡는 혁신을 하지는 못할망정 기득권 보호와 재벌 독과점 강화를 추진하는 게 당신들의 존재 이유인가”라고 비판했다.

방통위는 지난해 “10조가 과연 적절한 대기업 기준인지 의문이 있다. 이렇게 진입장벽을 만들어놓으면 자본 있는 사업자가 들어올 수 있나”(김효재 상임위원), “대기업 기준이 방송 시장을 확대하는 데 도움이 안 되는 것으로 보인다”(김창룡 상임위원), “몸은 커졌는데 옷은 그대로인 상황”(안형환 상임위원)이라며 법 개정의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언론노조는 국회를 향해 “최근 전 광주방송 사주이자 현 서울신문과 전자신문 사주인 호반 김상열 회장이 경영권 세습을 위한 2세 일감 몰아주기와 고의적인 계열사 누락으로 자산규모를 속이려다 공정위 제재와 검찰 수사를 앞두고 있다”고 전한 뒤 “양정숙 법안이 통과되면 김 회장은 언제라도 다시 민방을 소유할 수 있다. 자사에 불리한 서울신문 기사를 모조리 삭제한 사주에게 ‘성장한 국가 경제 규모에 걸맞은 대기업’이라는 자격으로 방송사를 내줄 셈인가”라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이명박 정권 출범 직후인 2008년 방통위가 대기업 기준을 3조 원에서 10조 원으로 상향 조정한 전후, 통신 3사의 IPTV 출범, 조중동의 방송 겸영(종편) 허용, 민방 사업자 최대주주 지분 제한 완화가 전방위적으로 이뤄졌다”며 현 상황이 14년 전을 떠올리게 한다고 우려했다.

언론노조는 국회 과방위 의원들을 향해 “소위에 상정한 양정숙 법안은 일고의 가치도 없는 지상파 방송 재벌 헌납법”이라면서 “공공재인 방송을 시민의 눈과 귀가 아닌 한 줌 재벌의 탐욕스러운 혀로 만들 법률 개정으로 이명박 정권부터 이어진 공공성 파괴 흐름에 동참한다면 언론노동자들의 준엄한 심판에 직면할 것”이라며 법안 폐기를 요구했다.

언론노조는 지난해 말 ‘20대 대선 6대 정책과제’로 ‘미산분리’를 요구한 바 있다. 현재 방송법에 의하면 자산 총액 10조 이상 대기업은 지상파방송사 지분을 10% 이상 초과 소유할 수 없는데, 이 규제를 없애고 대신 기업의 성격을 ‘미디어자본’과 ‘산업자본’으로 나눠 미디어자본은 총액과 상관없이 지상파 등 미디어기업을 소유할 수 있도록 하는 안이다. 언론노조는 미디어 사업의 자본 규제는 자산 총액이 아니라 자본의 성격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며 건설, 금융, 제조업 등을 주력으로 하는 자본에 미디어 산업을 맡겨선 안 된다는 입장이다.

* 이글은 2022년 04월 01일(금) 미디어오늘 정철운 기자의 기사 전문입니다. 기사원문 보기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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