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23일 대선미디어감시연대 총괄평가토론회가 프레스센터에서 열렸다. ⓒ언론노조

대선미디어감시연대(상임위원장 김동훈 한국기자협회장, 김서중 민주언론시민연합 공동대표, 윤창현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가 23일 20대 대선 보도 총괄평가토론회를 열고 “후보자와 배우자 논란 관련 보도가 정책기사를 압도했으며, SNS가 보도에 가장 많이 인용된 매체로 꼽히며 정제되지 않은 의혹 제기와 막말이 뉴스판에 넘쳐났다”면서 “저널리즘이 대선을 비호감으로 재현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총평했다.

1992년 시작해 올해 30년을 맞이한 대선미디어감시연대는 변화된 미디어 환경을 반영해 포털과 유튜브 모니터를 추가했다. 1월24일부터 3월6일까지 42일간 네이버 뉴스 서비스 랭킹 뉴스에서 ‘언론사별 많이 본 기사’ 상위 5개 기사 중 대선 키워드가 포함된 기사 3071건을 추출해 모니터링한 결과 정책기사는 169건으로 5.5%에 그쳤으며 94.5%에 해당하는 2902건의 비정책 기사 가운데 후보 및 캠프 동향을 다룬 기사는 40.9%, 후보와 후보 관계자(배우자 등) 논란을 다룬 기사는 32.4%로 나타났다. 여론조사 관련 기사는 12.1%였다.

3071건 기사의 등장인물은 윤석열 후보(2248건), 이재명 후보(1923건), 안철수 후보(1146건), 심상정 후보(554건) 순으로 나타났으며, 뒤를 이어 윤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씨가 410건, 이 후보의 배우자 김혜경씨가 381건으로 나타났다. 이는 거대 양당 대표인 이준석(364건), 송영길(114건),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328건)보다 많았다.

대선미디어감시연대는 “한겨레의 ‘나의 선거 나의 공약’은 한국 사회 주요 의제 6가지를 골라 유권자 100여명을 심층 인터뷰한 좋은 기획이었지만 포털에서의 성적은 처참했다”고 전하며 “뉴스이용자들은 상대방 후보자와 배우자를 헐뜯는 기사를 클릭하고 공유하는 데 몰두했다. 포털은 이런 기사들이 더 읽히도록 배치하고 방관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저널리즘에게 기레기라고, 포털이 정치적으로 편향되었다고, 이용자들이 무지하다고 욕할 것이 아니라 구조적 문제를 제도로 보완할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며 언론사별 기사 송고 수 제한 등을 제안했다.

▲토론자로 나선 권태호 한겨레 저널리즘책무실장. ⓒ언론노조

이날 토론자로 나선 권태호 한겨레 저널리즘책무실장은 “모니터가 정책 보도는 좋고 후보 검증 보도는 좋지 않은 것이란 전제를 깔고 있는 것 같다. 대장동‧김건희 의혹에 대해 우리는 정확한 실체를 모르는 상황에서 투표했다”고 지적한 뒤 “이번 선거는 정권교체 여부에 관심이 높아 정책 이슈가 적었고 양쪽 후보 모두 정책 차이도 거의 없었다. 양쪽 후보 모두 흠결이 많았다”면서 후보와 후보 관계자 논란 기사 비중의 배경을 언급했다.

권태호 실장은 또 “SNS 인용 보도가 많았다고 하는데 기자는 정치인을 쉽게 만날 수 없고 정치인은 기자들이 너무 많아서 상대할 수 없는 상황에서 SNS가 (소통의) 중간지대다. 기사가 많아질 수밖에 없다”며 현실적 측면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기자들을 아무리 도덕적으로 비판해도 조회수에 의해 광고수익이 결정되는 구조에서 이 상황은 달라지지 않는다”고 전망한 뒤 언론감시단체들이 좋은 기사를 적극적으로 발굴해 칭찬하고 언론사 간에는 협업이 활성화되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결선 투표제가 도입돼야 단일화 보도가 줄어들고 정책 보도를 더 할 수 있을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올해 대선에서 정책검증 보도에 나섰던 박현 KBS 정치부 의정팀장도 토론자로 나서 “후보 공약이 너무 늦게 나온다는 점도 정책 보도를 어렵게 한다”고 지적했다. 박현 팀장은 “이번 대선에서도 후보 공약집이 가장 빨리 나온 쪽이 심상정 후보였는데 2월19일이었다. 유세 과정에서 선물 보따리처럼 나오는 공약들과 정리된 정책공약집에 나온 것들이 동일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며 현실적 어려움을 지적하기도 했다. 나아가 “지금 언론은 선거기간에 약속했던 당선인의 공약에 집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의 선거운동 당시 모습. ⓒ연합뉴스

“유튜브 지형 평가에선 보수진영 우세”

국민의힘 지지 성향 유튜브 채널 10개, 더불어민주당 지지 성향 유튜브 채널 10개를 분석한 결과에선 “대선 기간 유튜브 이용량과 콘텐츠 생산량은 대폭 증가했으며 양쪽 채널 모두 편향성과 진영논리를 강화해 정치적 양극화를 심화시켰다”는 게 대선미디어감시연대 결론이다.

구체적으로 열린공감TV 구독자수가 2021년 11월6일 기준 53만명에서 3월8일 기준 80만명, 서울의소리 구독자수가 같은 기간 56만명에서 74만명으로 증가한 게 눈에 띈다. 이 기간 서울의소리는 896개 영상을 올려 3.8억회(이하 3월8일 기준), 열린공감TV는 100개 미만 영상을 올려 1.4억회 조회수를 기록했는데, 이는 진성호방송(구독자 162만명)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진성호방송은 분석기간 중 563개 영상을 올려 조회수 24억회를 기록했다.

대선미디어감시연대는 모니터 결과 “유튜브 지형 평가에선 보수진영이 우세”라고 결론낸 뒤 “정치‧시사 채널에 한정해 유튜브 플랫폼의 제도적 장치나 가이드라인 강화 등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토론자로 나선 심영섭 경희사이버대 미디어영상광고학과 겸임교수는 “선거 기간 중 유튜브가 의혹을 쏘아 올리면 기성 언론이 인용하며 확대 재생산하는 경우가 있었다. 유튜브가 일정하게 미디어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면서 “선거기간 중에는 최소한의 사회적 책임 실천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이글은 2022년 03월 23일(수) 미디어오늘 정철운 기자의 기사 전문입니다. 기사원문 보기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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