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더 큰 방통위’ 무의미, 각 부처 관료 걸림돌 우려”

“‘사이버렉카’ 문제엔 언론중재위 역할 ‘온라인분쟁조정위’ 필요”

“언론자율규제 실효성 위한 방송심의 감경 등 ‘인센티브’ 필수적”

심영섭 경희사이버대 미디어영상홍보학과 겸임교수는 언론학계의 ‘전천후’로 통한다. 미디어 정책 과제 등 현안 세미나에 단골로 참여해왔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 포털 뉴스제휴평가위원회, 언론 통합자율규제기구 연구위원회, 언론인권센터 정책위원 등 다방면에서 활동을 해왔다.

특히 대선을 앞두고선 ‘미디어 정책’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19대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방송통신위원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뿐 아니라 문화체육관광부의 ‘신문’ 및 ‘광고’ 기능도 통합하는 통합 부처안을 제시해 주목 받은 바 있다. 20대 대선을 앞두고선 ‘미디어 정책 과제’ 홀대에 대한 쓴소리를 이어갔다. 지난 2월 대선을 앞둔 세미나에서 대선 후보들의 미디어 정책을 평가하며 “미디어에 대한 철학이, 빈곤이 아니라 부재하다”고 지적한 게 대표적이다.

▲지난 21일 심영섭 교수가 서울 당산동 미디어오늘 사무실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금준경 기자. 디자인=안혜나 기자.

지난 21일 심영섭 교수를 서울 당산동 미디어오늘 사무실에서 만났다. 심영섭 교수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 속 ‘공영방송 불공정 해소’ 과제에 관해 “법, 제도를 통해 해소하겠다는 건지, 인적 청산을 하겠다는 건지 불분명하다”고 했다. 미디어 부처 통합 과정에서 ‘신문’을 반드시 포함해, ‘조금 더 큰 방통위’를 만드는 데 그쳐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각 부처 존재의 당위성을 강조하는 관료들이 걸림돌이 될 수 있다”며 “인수위 차원의 방향성이 중요하다”고 했다.

현안으로 부상한 ‘사이버불링’ ‘사이버렉카’ 등 문제에는 ‘온라인 명예훼손 분쟁조정위원회’를 만들어 ‘조사권’과 ‘조정 권한’을 부여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언론 자율규제기구가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심의 감경 등 ‘인센티브 제도’를 분명히 둬야 한다고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윤석열 정부에서 우선 주목해야 할 미디어 정책은 무엇인가.

“우선 미디어 관련 법을 제정해야 한다. 미디어 시장 확대에 따라 어떠한 방식으로 사업자들이 공정경쟁을 하고 정부가 이를 뒷받침할 것인지 정해야 하는데, 가장 중요한 게 방송법을 대체할 미디어 법 제정이다. ‘공공성’과 ‘산업성’의 조화도 중요하다. 성동규 전 국민의힘 미디어정책특별위원회 위원장도 이 ‘조화’가 중요하다고 했다. ‘공공성과 산업성을 조화시켜 규범적 가치를 만들겠다’고 하는데, 여기서 중요한 건 공적 영역과 상업 영역이 겹치는 부분을 어떻게 하는지다. 상호보완적인 영역이 있을 건데, 분리만 하는 방식에는 고민이 필요하다. 미디어 통합부처를 만들고 공영방송은 별도의 위원회로 두겠다는 방안이 제시됐는데, 이는 공영방송을 게토화(ghetto, 고립)해서 묶어놓는다는 이야기밖에 안 된다.”

- 윤석열 당선인의 미디어 공약에 대해 총평을 한다면.

“윤석열 후보 당시 공약의 핵심은 ‘불공정 해소’다. 그런데 미디어 시장이 돌아가는 과정에서의 불공정을 해소하겠다는 건지, 인적청산을 통해 본인이 불공정하다고 보는 것에 개입한다는 것인지 명확하지 않다. 특히 공영방송 공약은 구체적이지 않다. 집권했을 때 공영방송을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게 하겠다고 한 게 없고, 책무를 강화하겠다는 이야기만 반복하고 있다. 성동규 전 위원장 말로는 윤석열 캠프에서 미디어정책특별위원회의가 낸 10대 과제 중 공약집에는 세가지만 들어갔다고 한다. 그런데 이 세가지도 완결된 공약이 아니다. ‘공영방송 공적책무 강화하겠다’ ‘공영방송에 대한 사후평가를 강화하겠다’는 것인데 공적 역할을 어떻게 강화할 것인지 방향성을 얘기하지 않았고, 독립성 보장을 위해 재원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 제작 자율성을 어떻게 보장할지도 얘기하지 않았다.”

▲ 심영섭 경희사이버대 겸임교수. 사진=금준경 기자

- 미디어 조직구조 개편에 대한 논의가 조만간 이뤄질 전망이다. 윤석열 당선인의 공약을 보면 방통위와 과기정통부 등 미디어 부문을 통합해 독임제 부처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통합 부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분산돼 있으니 진흥도 안되고 규제도 안 된다. 가장 큰 문제는 관료들이 자기 영역을 굳건히 지키고, 공동으로 규제하거나 협력하는 대응이 나올 수 없는 구조가 됐다는 점이다. 공동으로 정책을 내놔도 각자의 부처의 업무를 나열하는 수준이었다. 자기 부처가 갖고 있는 걸 놓아주지 않는다. 진흥 업무의 경우 현재는 예산이 한정돼 있어서 누구에게도 큰 도움이 안 되는 문제도 있다. 방통위가 예산 규모가 작다. 과기정통부, 방통위, 문체부 속 콘텐츠 진흥 영역을 합쳐 어느 정도 예산을 확보하는지가 관건이다. 2조 원 가량의 예산을 가져간다면 윤석열 당선인이 말하는 시장친화적이고 혁신 가능한 부처로 기능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방통위에 과기정통부의 일부 예산만 더한다면 한계가 있다. 제 기능을 할 수 있는 부처를 만들 수 있도록 인수위가 고민해야 한다.”

- 19대 대선 때부터 미디어 통합부처론을 주장해왔는데, ‘신문’을 포함한 미디어 부처통합을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문체부 쪽에선 달가워하지 않는다.

“신문사업자는 더 이상 종이신문 사업자가 아니다. 온라인 뉴스사업자이고 온라인 방송 사업자다. 모바일을 통한, 동영상을 통한 뉴스 소비는 점점 확산되고 있다. 그렇다면 이 영역을 통합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부처가 마련돼야 한다. 미디어부처를 만든다고 하면서 문화체육관광부의 기능을 포함하지 못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 지금보다 조금 더 큰 방통위를 만드는 건 바람직한 시나리오가 아니다. 과거 방송위원회(방송통신위원회의 전신)가 문화부 산하기구로 시작했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이와 함께 현재의 신문 진흥 정책도 점검할 필요가 있다. 실제 진흥의 결과물로 혜택을 받는 매체는 상위 10%가 채 안 될 거다. 이런 정책을 계속 가져가야 하는가.”

- 미디어 조직개편 논의 과정에서 우려되는 면이 있나.

“관료가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방통위, 정통부, 문체부 등 각 부처에서 인수위에 계속 부처의 존재 당위성을 강조할 것이다. 이들 부처의 요구를 모두 수용하면? 그저 그런 조직 개편으로 끝나게 된다. 더구나 규모가 큰 부처인 문체부 관료들과 규모가 작은 방통위 관료들이 경합을 해야 하는 구조다. 그렇기에 의견을 듣는 데 그치지 않고, 정부에서 생각하는 원칙과 방향성이 중요하다. 단순히 인적청산을 위한 조직구조 개편에 그칠 것인지, 아니면 산업 구조를 선순환시킬 수 있는 구조 개편을 할 것인지 선택해야 할 시점이다.”

▲ 심영섭 경희사이버대 겸임교수. 사진=금준경 기자

- 방통심의위원을 지내기도 했다. 방통심의위의 업무에 대한 평가와 개선 방안도 궁금하다.

“심의영역은 방송보다 통신을 더 키워야 한다. 현재 디지털성범죄에 한해서만 신속심의를 하고 있다. 디지털성범죄 뿐만 아니라 디지털범죄 자체에 대해서 모두 신속심의가 필요하다. 이른바 ‘사이버렉카’ 등 문제도 신속하게 처리할 필요가 있는데, 신속 심의 대상이 아니다. 그러는 사이 피해자가 목숨을 끊는 일도 발생한다. 온라인 공간에서는 속도가 중요하기에, 최소한 24시간 안에 조치가 취해질 필요가 있다. 이를 달성한 사업자에는 ‘인센티브’를 연동하는 방식도 필요하다.”

- 법적 규제보다는 자율규제가 중요하다는 생각인가.

“디지털 세계는 너무 빨리 변화한다. 그래서 규제를 마련하면 늦는다. 결국 자율규제를 할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해야 하는데, 여기서 중요한 건 ‘인센티브’다. 방송사의 시청자위원회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이유는 실질적인 인센티브가 미미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실천을 잘해도 패널티를 주는지 여부로만 운영하면 제대로 작동하기 힘들다. 인센티브가 함께 가야 한다.”

- 유튜버를 중심으로 ‘사이버불링’ ‘사이버렉카’ 등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이 문제를 제도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온라인 명예훼손 분쟁조정위원회’가 필요하다. 언론중재위원회와 같은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 현재 방통심의위 안에 명예훼손 분쟁조정부가 존재하는데, 언론중재위와 달리 직권 조정 권한이 없다. 그렇기에 양측을 설득할 수밖에 없어 실효성을 갖기 힘들다. 직권조정 뿐 아니라 조사 기능도 필요하다. 법률적 지식을 가진 조사관들로 사안에 대한 조사가 우선될 필요도 있다. 현재 분쟁조정부 위원은 법률가들로 구성하는데, 이 구성은 다양하게 바꿀 필요가 있다.”

▲ ABC협회.

- ABC 협회의 유가부수 부풀리기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 뒤 대체지표 논의가 있었다. 문재인 정부가 내놓은 대안을 어떻게 생각하나.

“시장지표는 사업자들의 자율적 실천을 통해 만들어 낼 수밖에 없는데, 이 신뢰가 사라져 문제가 된 상황이다. (대안으로 제시한) 열독률 조사는 필요하다. 하지만 결국 매체 영향력에 따라 과대표집이 될 수 있고, 과소표집이 될 수도 있다. 마이너한 매체의 경우 유효표본 안에 못 들어 가고, 큰 매체에 유리한 결과가 나온다. 신문을 찍는 만큼 열독률이 나올 수밖에 없다. 슈퍼마켓에 많이 깔린 물건을 더 잘 인지하는 것과 같다.”

- 그간 문재인 정부의 지역 언론 정책은 어떻게 평가하나. 앞으로 어떤 식의 정책이 필요할까.

“지역언론 진흥을 위한 노력이 있긴 한다. ‘지역신문발전지원특별법’을 상시법으로 전환한 점은 의미가 있다. 하지만 지역 미디어 시장을 어떻게 개편할 것인지는 고민하지 못한 것 같다. 지역 미디어에 지원금을 주는 것만이 아니라 자생력을 어떻게 확보할 수 있을지 제도적 장치에 대한 고민이 더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규제를 간소화하고 통합규제를 할 필요가 있다. 지역신문이 지역 라디오도 하고 인터넷 방송도 하고 커머스도 할 수 있도록 경쟁력 있는 지역 미디어의 탄생을 도와야 한다. 그래야 자생력이 생길 수 있다.”

- 국회에선 포털 뉴스 유통과 알고리즘 전반에 대한 개선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포털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야 한다고 보나.

“포털은 시장에서 자생적으로 만들어진 서비스다. 정부가 포털을 신문이나 방송처럼 규제하기는 힘들다. 다만 뉴스 배열 등 알고리즘이 어느 정도로 공정하게 작동하도록 하는가에 대한 기술 검증은 필요하다. 구글 같은 경우 실제로는 알고리즘에 수 많은 변수를 집어 넣어 공정성을 판단하기 어렵다. 네이버, 카카오도 마찬가지일 거다. 전문가의 검증이 필요한 이유다. 이 과정에서 원칙을 공개할 수는 있지만 변수 모두를 공개할 수 없다는 점, 그리고 구글 등 글로벌 사업자에도 적용 가능한지를 살펴야 한다. 규제 수준을 낮추는 한이 있더라도 해외 사업자가 함께 적용받는 규제를 만들어야 한다.”

▲ 디자인=이우림 기자

- 지난해 언론 자율규제기구인 ‘통합형 자율규제기구’ 연구위원회에 참여했다. 언론의 ‘통합자율규제’는 어떻게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을까.

“핵심은 두 가지다. 첫째, 참여하는 이해관계자들이 서로 합의할 수 있어야 한다. 제재 수준에 대한 합의, 그리고 이를 이행하겠다는 약속이 이뤄져 실천돼야 한다. 둘째, 행정규제가 그만큼 줄어야 한다. 참여 언론사들이 자율적으로 실천했을 때 인센티브가 명확해야 한다. 자율규제 참여의 대가로 별도의 행정규제를 최소화시켜주는 방식의 인센티브가 없으면 참여할 이유가 없다. ‘자율규제 해도,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두들겨 맞을 텐데 우리가 바보짓을 왜 하냐’는 생각이 들게 해선 안 된다. 이를 위해선 행정규제 기관이 자율규제 기관에 권한을 넘길 수 있어야 하고, 자율규제를 실천했을 때 어떤 혜택을 줄 것인지 명확한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 예컨대 통합자율규제기구에서 조치를 받았다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선 경미한 제재를 받는 식이다. 이게 보장이 안 된다면 제가 사업자라도 참여하지 않을 거다.”

- 현재와 같은 방송사 재허가, 재승인 시스템은 어떻게 개선돼야 한다고 보나. 종편 승인 제도를 없애 보도 진입 장벽을 낮추자는 의견이 있다.

“모든 방송사업자가 보도를 할 수 있게 허용하자는 얘기인데, 그러면 방송에서도 신문에서 발생해온 문제가 동일하게 발생하게 된다. 저널리즘의 품질이 떨어질 뿐 아니라 과잉 경쟁을 통해 소비자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 사이비 기자가 많이 나올 거다. 이 문제에 대해 고민을 해야 한다. 등록제로 가면 이른바 진보종편도 만들어질 수 있기에 이런 방식으로 가자는 논의가 있지만, 보도기능을 푸는 건 실익보다 폐해가 크다고 본다.”

-종편 정책은 어떤 방향성을 가져야 할까.

“종편은 기형적인 특혜 사업자다. 특혜 사업자들이 지금은 지상파를 위협하는 정도까지 성장했다. 지상파와 종편은 차별적 규제 환경을 갖고 있는데, 앞으로는 종편을 지상파와 함께 묶어서 동일 규제 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전파를 갖고 있고 없고의 차이로 규제를 마련하는 건 더 이상은 의미가 없다.”

* 이글은 2022년 03월 23일(수) 미디어오늘 박서연 기자의 기사 전문입니다. 기사원문 보기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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